판검사 공정한 선발이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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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검사 공정한 선발이 해법이다
  • 법률저널
  • 승인 2011.03.0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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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내년 졸업 예정인 로스쿨 재학생 중 우수 인재를 사전에 뽑아 검사로 임용하려는 방침에 반발해 사법연수원생 절반 이상이 임명장 수여식을 거부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2일 오전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42기 임명장 수여식에 대상자 974명 중 500여명이 참석하지 않았다. 불참자 가운데 150여명은 연수원 기숙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가졌고 다른 2명은 임명장을 수여하는 단상 아래서 항의 문구가 들어간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앞서 서울, 부산, 광주, 인천, 대전 등의 법원과 검찰에서 실무수습 중인 41기 연수원생 일부도 법무부 방침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미래 한국의 법조삼륜을 이끌어갈 사법연수생들이 공무원의 신분에도 불구하고 집단행동을 한 점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넘어, 불공정하고 시혜적인 판검사 임용 방안을 온 몸으로 막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알아달라는 외침이다. 연수생들의 집단행동을 두고 일부 언론들이 공무원 신분이라는 딱지를 붙여가며 '불법'으로 매도하는 것은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큰 오도(誤導)다. 또한 일부 언론들이 이번 사안을 법조계의 고질적인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하는 것도 이분법적으로만 보려는 외눈박이의 못된 습성 때문이다. 과연 그 같은 언론인들이 연수생의 신분이었더라도 작금의 판검사 임용 방안에 대해 '법을 지켜야 한다', '밥그릇 싸움이다'고 목소리를 내겠는가.

우리는 사법연수생들이 공무원 신분이라는 엄청난 심리적 압박과 불이익이 예상됨에도 이에 굴하지 않고 직접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사회통념적 '금지선'을 넘지 않았을뿐더러, '불공정'한 것에는 몸소 행동으로 막겠다는 진정한 법조인의 용기와 자질을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연수생들의 입소식 거부가 구습에 물든 기성세대들에게는 그저 비이성적인 집단행동으로 비칠지 모르겠지만 젊은 예비법조인들에게서 사회정의 구현이라는 법조인의 시대적 소명을 엿볼 수 있게 한 것은 우리 법조계의 희망이다. 소신있고 강단있는 예비법조인들에게 격려와 지지를 보낸다. 이들 연수원생들에게 연수원이 징계를 운운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고, 힘을 앞세운 권위주의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현대판 음서제를 추진하려는 법무부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정책에 정면으로 맞선 용기있는 행동에 격려와 박수를 보내지 못할망정 징계를 논한다는 것은 과연 사법연수원이 그런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연수생들이 이렇게 나선 것은 제도·입법 불비 상태에서 법원과 검찰이 로스쿨 도입 취지를 망각한 채 벌여온 입도선매(立稻先賣) 경쟁이 이번 분란의 사단(事端)이자 문제의 본질이다. 이미 본란에서 지적했듯이 법무부의 로스쿨 출신 검사임용 방침은 처음부터 시비에 휘말릴 소지를 안고 있었다. 전국 로스쿨의 상위 10% 중 50명을 추천받아 별도의 시험 없이 실무수습과 면접만 거쳐 검사로 임용한다는 것인데 사법연수원생들의 반발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법무부가 단순히 간담회 형식으로 로스쿨원장들을 모아 그와 같은 검사임용방식을 설명하였다는 점은 사실상 '우리끼리, 우리들만의 리그'를 만들겠다는 허툰 속셈이었다. 법무부는 로스쿨이 사법시험 준비기관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말지만 로스쿨 재학생을 입도선매하려는 '꼼수'임을 삼척동자도 다 아는 어설픈 방식이다.

또한 로스쿨제도는 법조일원화를 전제로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쌓은 변호사를 판검사로 임용하려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다. 법원이건 검찰이건 로스쿨 수료 즉시 또는 수료 전에 판검사를 임용하는 것은 이러한 취지에 반한다. 사법연수생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법무부는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로스쿨생을 검사신분 부여 없이 인턴처럼 검찰실무수습을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무수습기간 동안 검사신분을 부여하건 안하건 별도의 공개경쟁시험 없이 추천과 면접으로 검사를 선발한다는 점에서는 종전의 방안과 실질은 같은 것이다. 법원이 추진하려는 로클럭 제도도 예비판사제도의 부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로클럭 출신이 대부분 법관으로 임용된다면 예비판사와 다른 것이 없을뿐더러 이는 법조일원화에도 정면으로 반한다.

지금은 법률전문인력 양성제도가 사법시험에서 로스쿨로 바뀌는 이행기이다. 당연히 이해당자사들 사이에 충돌음이 커질 수 있다. 이처럼 민감한 상황에서 어떤 방침을 정할 때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공정성·객관성·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해결의 열쇠다. 법원과 법무부는 부처이기주의에 입각한 판검사 임용 방안을 즉각 철회하고, 법조 전반이 책임을 공유해 합리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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