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졸업, 1등 학생이 아직 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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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졸업, 1등 학생이 아직 백수?
  • 오사라
  • 승인 2011.02.2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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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 Oh 미국 Maryland 지방법원 Commissioner(Magistrate)

요즘 많은 학생들의 관심이 로스쿨 졸업 후 취직에 있다. 이제 앞으로 밀물처럼 사회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로스쿨 졸업생들 가운데 내가 과연 성공한 법조인으로서 탁월하게 솟아날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변호사 시험에서 일등을 한다면 좋은 취직자리에서 점수를 높게 고려해 줄는지, 현재 로스쿨에서 낮은 성적을 받고 있는데 차라리 다른 길을 찾는 것이 좋을까, 앞날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걱정이 앞선다.


근래 구직난에 고생하는 미국 졸업생들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얼마 전 보스턴에서 옛 로스쿨 동창이 찾아와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이런저런 나누고 갔다. 꿈 많은 학창 시절에 같은 반에서 공부를 잘 하던 금발의 우등생이다. 추억에 아름답게 남아있는 동창이 오랜만에 만나자는 말에 나는 반갑게 응했다. 어떤 멋진 모습이 되어 있을까 많이 궁금했다.


그런데 모처럼 먼 거리에 기차를 타고 내가 일하는 법원에 찾아온 그녀는 처량하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아직도 백수로 로스쿨 근처 아파트촌에서 지낸다고 했다. 명문 대학원까지 나와서 시집도 못 간 노처녀로 인생이 서럽다며 맑은 푸른 눈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내가 그 때 우리 반에서 성적이 1등이었는데 지금 이러고 있다니…”


“나도 아직 결혼 안 한 것은 마찬가지인데 뭐. 요즘은 화려한 골드미스가 대세잖아. 하하.” 농담으로 분위기를 달래며 안쓰러운 마음으로 친구를 배웅해 보냈다. 요새 미국 법조계 취직자리가 많지 않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막상 얘기를 들어보니 어려운 상황이 실제로 피부로 느껴져서 안타까웠다.


그나마 비교적 시장이 넓다는 이곳의 현실이 이러하니 한국의 로스쿨 졸업생에게 취업이 쉽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치열한 경쟁의 관문을 뚫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이제는 사법고시와 연수제도를 통해 판검사를 임용하는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앞으로는 경쟁의 성격이 다소 달라질 것으로 예상이 된다. 로스쿨 시스템이 창출하는 취직시장 경제에는 주입식 시험공부가 아닌 다른 방식의 적응과 준비가 필요할 듯하다.


다시 이곳 미국의 예를 들어보자. 변호사 숫자가 넘쳐나는 미국에서 “Judge” 판사가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렵다. 자타의 인정을 받는 극소수만이 미국에서 판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판사임용절차의 경쟁수준은 고도로 까다롭다. 각 지방관할마다 제도가 자치적이고 선임 기준도 다 다르다. 정치인처럼 지방선거에 출마해서 플랫카드를 들고 캠페인을 벌여야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주지사의 임명을 받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내공을 걸고 파워 씨름을 해야 하는 관할도 있다. 그러나 어느 관할제도이든 기본 원리를 따져보면 결국 어릴 적의 학력이나 시험점수보다는 현실적 사회생활경험과 업무실적을 위주로 하는 Merit 경쟁 시스템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탄탄히 쌓아온 실무에 자신이 있다면 누구나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지난 학교 시절에는 비록 일등으로 졸업했건만 훗날에 그만 백수로 지내는 경우가 일어나게 된다. 꼴등으로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거나 혹은 심지어 정식 변호사 자격증이 없는 경우에라도, 사실상 실력이 충실하면 당당히 판사로서 성공할 수 있는 유동성 있는 제도인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사법채용제도는 서로 다르지만, 이제 사회에 발을 내딛는 모든 로스쿨 학생들에게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니 꿈을 크게 가지라는 것을 동일하게 말해주고 싶다. 갈 길이 아직 먼데 지금부터 미리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낙심할 필요는 없다. 다만 꼭 해야 할 준비가 있다면 항상 자신의 길을 꾸준히 닦아서 언제 누가 보더라도 100% 자랑스러울 스펙을 쌓아야 하는 것이다. 성실한 실력자의 Merit는 글로벌 시장에 내놓아도 경쟁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물론 미국, 세계 어디서나 리드할 수 있는 능력을 내 안에 키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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