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의 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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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의 자질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11.02.1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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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법원행정처 정책총괄심의관·부장판사

 

2003년부터 2004년 사이에 국내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끌어 국민드라마라 할만한 ‘대장금’이 우리와 문화가 유사한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문화가 상당히 다른 미국, 이란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궁중음식경연에 관심을 갖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장금이 훌륭한 의녀가 되는 과정에 관심을 가졌고, 특히 그 스승인 신익필 의관이 의원이 지녀야 할 성품으로 ‘두려움’을 꼽은 장면과, 병의 증상을 외우는 실력이 장금이 보다 떨어져 보이던 신비가 환자들의 증상을 꼼꼼히 묻고 살피는 것을 의원의 성품으로 더 인정한 장면들이 인상에 남아 있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요즘 미드 중 ‘닥터 하우스’를 즐겨보는데 환자가 닥터 하우스에게 배정되면 우선 그 팀원들이 환자의 병력을 자세히 청취하고, 나아가 대부분 환자의 거주지를 몰래 들어가(거의 주거침입 수준이다) 병을 야기한 원인물질이 있는지를 조사한다. 이 두 개의 드라마가 의원에게 필요한 자질을 잘 묘사하고 있는데 법조인에게 필요한 자질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당장 변호사시험을 앞두고 있는 법학전문대학원생들로서는 법률해석을 위해 법률이론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지만 막상 법조인들이 법률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각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이 가장 중요하다. 법조인이 다루는 사건은 동일한 사건이 있을 수 없으며, 유사해 보이는 사건이라도 개별 내용에서는 조금씩이라도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정의란 “각자에게 각자의 것을”로 표현되듯이 차이가 유의미한 부분에서는 법률효과면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차이가 있어야 한다.


법적용의 개별화 부분이 가장 부각되는 것이 형사사건에 있어서 양형이다. 동일한 범행을 저질러 동일한 결과를 발생시킨 피고인들이라고 하여도 그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 범행수법, 피해자와의 관계, 사건 후의 처리상황, 피고인이 자라온 가정환경, 그 동안의 성행, 재판과정에서의 반성정도, 재범의 위험성 등은 제각각이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유죄라는 점은 검사에게 입증의 책임이 있지만, 일단 유죄로 판명나면 피고인에게 어느 정도의 형을 가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은 판사의 책임이다. 양형에 관하여 여러 법률이론이 있지만, 범죄 종류별로 구체적인 형량을 알려주는 이론은 없고, 하나의 범죄에 대하여 법에서 정한 형의 범위 내에서 실제로는 어느 정도의 형이 합당한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없다. 국민의 합의가 있다면, 국민참여재판에서 동일한 사건을 재판한 배심원 사이에서 지금과 같이 큰 형량의 차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국민참여재판에서는 판사가 유사한 사건의 기존 판결의 양형범위를 알려주거나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을 알려주고 있으나, 각 배심원이 정한 형량은 양형기준이 정한 범위보다 더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검사나 변호인이 피고인에게 가할 형에 대하여 자료를 제출하고 의견을 진술하기는 하지만 그 의견들도 간격이 크다. 반면 한번 정해진 형은 피고인에게는 그의 인생을 좌우할 정도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 또한 작지 않다. 이 국면이 의사와 마찬가지로 판사에게 두려움을 가지고 피고인의 개별사정에 대하여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살펴볼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법조인이 갖추어야 할 자질의 예로 형을 정하는 판사를 들었지만, 검사나 변호사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현재 양형위원회에서 양형기준을 만들어 권고하고 있지만 그런 기준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오히려 구체적인 사건에서 적정한 양형이 무엇인지를 숙고하여야 하는 법조인의 자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훌륭한 법조인은 구체적인 사건에 당하여 기존의 법이론과 해석을 의심하여 보고 새로운 법이론과 해석이 필요하지 않는지를 모색하는 사람이다. 새로운 법이론과 해석은 구체적 사건에 눈과 귀를 열어놓는 데에서 탄생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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