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의 세대교체와 내일을 향한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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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의 세대교체와 내일을 향한 설계
  • 성낙인
  • 승인 2011.02.1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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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헌법학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사’(士 또는 師)자가 들어간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은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변함없는 듯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IMF를 겪으면서 결정적으로 심각해지고 있다. 시체말로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다음에 다른 대학이 있다고 할 정도로 이공계에서의 이들 사자 직업군을 배출하는 대학의 편중현상은 노골적이다. 인문계에도 전통적으로 판사.검사.변호사를 배출하는 사법시험이나 회계사시험이 소위 고시라는 이름으로 젊은 엘리트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사자 직업군 때문에 상대적으로 행정, 입법, 외무고시가 밀리는 추세다. 이들 행정시험은 임용시험이기 때문에 자격이 부여되지 않고 있는 탓에 자격시험을 선호하는 결과다.


사자 직업의 자격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실직(失職)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이들 자격증은 시효가 없는 것도 특징이다. 이를테면 죽을 때까지 안고 갈 수 있는 자격이다. 실제로 변호사.의사.약사는 평생 일을 한다. 대학이나 법원검찰을 떠나서도 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니 일반인들의 부러움을 살만한 직업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전관예우까지 받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다. 돈도 있고 여유가 있을수록 출근할 데가 없는 것만큼 서글픈 일이 없는 듯하다. 그래도 변호사들은 출근할 사무실이 마련되어 있다. 이래저래 조금만 신경 쓰면 사무실 유지비 정도는 마련되는 모양이다. 정 안되면 변호사 사무실 간판을 집에 걸어 놓는 분도 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고 있다. 평생직업이 보장된다는 변호사업계에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건강한 장수는 늘어 가는데 오히려 직업전선의 퇴임 시기는 빨라진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기업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젊음’ 화두와 더불어 CEO 연령이 50대 초반으로 내려왔다. 변호사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환갑을 지나면 서서히 은퇴준비를 해야 하는 세상이다. 과거에 사법시험 합격자 전원이 판검사로 임용되던 시절에는 판검사 퇴임 후에 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앳된 판검사 앞에서 부모 뻘 되는 백발이 성성한 노변호사의 변론이 이어졌다. 이제 그런 법정의 풍속도도 옛날 얘기다. 젊은 변호사들이 대량으로 배출되면서 송무 일도 이들의 차지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예컨대 대한변협 회장에 취임하시는 분들은 회장 재임시에 변호사 사무실을 사실상 접어둘 뿐만 아니라 회장 퇴임 후에도 변호사로서의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이번에 서울변협회장 선거에 돌풍이 일어났다. 비록 낙선하기는 했지만 쟁쟁한 선배 변호사들을 제치고 30대 초반의 새내기 변호사가 근소한 차이로 2위를 기록했다. 젊은 변호사들의 위기의식이 표심으로 드러난 것이다. 청춘을 담보해서 나라에서 제일 어려운 시험에 합격하고도 미래가 보장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2년 후에는 30대 서울변협회장이 탄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더구나 내년이면 사상 처음으로 로스쿨 졸업생도 변호사 대열에 동참한다. 내년에는 적어도 2천명 이상의 변호사가 배출된다. 그 많은 변호사를 소화할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한다. 사법연수생들은 그래도 연수원에서 단일한 창구를 통해서 통일적으로 진로지도가 가능하다. 그런데 로스쿨의 경우는 전국 25개 대학에서 각기 알아서 취업지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사법연수생은 1천 명 중 그래도 2-3백 명 정도는 판검사로 진출하기 때문에 나머지 6-7백 명 정도가 로펌이나 공공기관에 취업한다.

 그런데 로스쿨 졸업생들은 곧바로 판검사로 임용될 것 같지도 않은 상황이고 보면 1천 5백 명에 이르는 졸업생들이 어디로 가야할지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1년 후면 로스쿨 졸업생이 배출되는데 법원이나 검찰은 아직까지 이들을 언제 어떻게 채용할지에 관해서 아무런 청사진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2007년 로스쿨법이 통과되고 내년이면 졸업생을 배출하는 시점에도 불구하고 미래 한국법조를 이끌어갈 인재들을 불안한 광장으로 내모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로스쿨의 시계추를 되돌릴 수는 없다면 비록 갈 길이 멀고 험하더라도 내일을 향한 설계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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