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속독시험’ 오명 벗어나야
상태바
사법시험, ‘속독시험’ 오명 벗어나야
  • 법률저널
  • 승인 2011.01.28 12: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몇 년전부터 사법시험 1차시험이 변별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5∼8지 선다형으로 바꾸고 문제의 분량마저 지나치게 과다해 ‘속독시험’ ‘순발력 테스트’라는 비아냥까지 받아왔다. 특히 지난해부터 변호사 모의시험이 공개되면서 사법시험의 1차시험도 변호사 모의시험처럼 문제의 분량을 대폭 줄여달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일부 출제위원들도 현재 사법시험의 문제 분량이 지나치게 과다하다는데 공감을 나타내면서 문제를 제대로 보고 풀 수 있도록 총 글자 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재 7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비해 사법시험의 문제 분량이 터무니없이 많아 오히려 변별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지난해의 경우 이같은 여론의 요구를 반영하듯 기본3법의 문제분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특히 민법과 헌법에서 지문이 대폭 줄어들면서 ‘속독시험’이라는 오명까지 벗었다는 평이다. 민법의 경우 출제위원들 사이에 문제의 분량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다른 과목에 비해 감소폭이 가장 컸다. 2009년도 민법 문제의 총 글자 수는 34,236자에 달했다. 1분당 489자이지만 OMR 답안지를 체크하는 10분 정도의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분당 530자 정도를 읽어야 한다는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민법은 총 27,889자에 불과해 전년도에 비해 무려 18.5% 포인트 감소했다. 분당 489자에서 398자로 100자나 줄은 셈이다. 

민법 문제의 분량이 크게 줄어든 것은 출제위원들의 노력이 컸다. 판례를 가위질 해 갖다 붙여 문제를 만들던 기존의 출제경향을 지양했기 때문이다. 지문도 가급적 중첩되지 않도록 간결하게 만들면서 분량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헌법도 31,871자에서 29,071자로 8.8% 포인트 감소했다. 헌법 역시 정형화된 지문을 지양하고, 지문도 짧게 구성해 분량을 줄였다. 반면 형법은 전년도보다 문제의 분량이 오히려 늘어 수험생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총 글자 수가 25,641자에서 28,574자로 전년도에 비해 11.4% 포인트 증가했다. 분당 글자 수도 366자에서 408자로 늘었다. 형법에서 문제의 분량이 늘어난 것은 전년도에 홍역을 치렀던 복수정답 논란을 피하기 위해 판례의 비중을 높인데다 판례의 원문을 그대로 지문에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전체적으로 지난해 기본3법의 문제 분량이 91,747자에서 85,534자로 지난해에 비해 6.8% 포인트 줄어 시간에 쫓겼다는 수험생들도 크게 줄었다. 올해도 이같은 기조가 이어져야 한다. 특히 형법의 지문을 대폭 줄일 필요가 있다. 지문이 짧은 문제를 통해서 응시자들의 실력을 충분히 평가하고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지문이 길다고 변별력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사법시험의 출제방식이 법학의 기본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력을 측정하는 데 초점을 둔다면 굳이 지금과 같은 과다한 분량은 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다. 현재 사법시험의 문제 분량이 과도하게 늘어난 주된 이유는 어떤 재판례를 알고 있는지 여부를 측정하는 문제 중심으로 출제되었기 때문이다. 정답 시비를 피하기 위하여 판결요지를 그대로 인용하는 방식 위주로 출제한 탓이다.

따라서 출제위원들이 지문을 짧게 하면서도 변별력을 갖출 수 있는 문제 출제 능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 또 출제의 방향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전형적인 분쟁유형을 중심으로 확립된 판례와 정립된 학설을 통하여 법률지식의 이해 정도 및 적용능력을 측정하는데 초점을 둬야 한다. 즉 기초적인 법률지식을 ‘제대로’ 이해하여야 풀 수 있고 이해하였다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문이나 판례의 요지를 그대로 출제하는 방식 또는 지엽적이거나 1회성 재판례를 출제하는 방식은 마땅히 지양되어야 한다. 아울러 ‘속기록 시험’, ‘순발력 테스트’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과목당 총 글자수를 25,000자 이내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현재 사법시험의 난도가 지나치게 높고 지문이 과다하다는데 이견이 없다. 사법시험은 성적순으로 자르는 시험이기에 공정하고 형평성 있게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난이도 조정이 더욱 요구되는 것이다. 더 이상 시간에 쫓겨 '찍었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법무부와 출제위원은 진정 시험의 목적에 맞는 실력을 갖춘 사람이 합격할 수 있도록 출제방향을 정하는데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