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연어구이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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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연어구이의 향기
  • 오사라
  • 승인 2011.01.21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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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 Oh 미국 Maryland 지방법원 Commissioner(Magistrate)

미국 동부 1월 날씨가 꽤 춥다. 기침을 콜록콜록 하길래 병원을 찾았더니 유대인 의사가 열이 화씨 101도가 넘는다며 법원업무를 며칠 쉬라고 처방전을 써 주셨다. 신나게 얼른 휴가서류를 결재해 놓고 집에 도착했는데, 문득 현관문 바깥까지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고급스런 향기에 마음이 설레어 침을 꿀꺽 삼키며 들어가 보니 엄마가 싱싱한 야생 연어 스테이크를 굽고 계셨다. “우리 엄마 최고!” 나는 기뻐서 환호성을 올렸다.

“일도 일이지만 건강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따뜻하신 엄마 말씀에 나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까이 살펴보니 연분홍색 연어의 살결이 부드럽고 탄력이 좋다. 미국 연어는 알라스카 해협에서 종종 야생으로 포획되어 시판된다. 양식연어에 비해서 크기는 작지만 빛깔이 곱고 맛도 기름기가 적으며 배틀한 것이 특징이다. 내 로스쿨 시절에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보스턴의 유명하다는 해산물 맛집에 가서 야생 연어구이를 사 먹던 생각이 났다. 특별히 잘 먹으러 간다고 예쁘게 차려 입고 법석을 떨곤 했다. 

물론 내 엄마의 깔끔하신 요리솜씨는 보스턴의 식당을 완벽히 능가하신다. 야외구이가 가능한 날씨 좋은 날에는 향기로운 나무 장작불 위에서 훈제구이 BBQ를 하면 세련된 맛을 연출할 수 있다. 아니면 실내에서 올리브유를 두르고 구워도 맛깔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양념으로는 바다소금과 후추를 허브가루 약간과 함께 녹은 버터에 섞은 후 가볍게 연어 스테이크에 뿌린다. 마늘, 파 등 강한 향의 오신채를 넣지 않고 신선한 고기 특유의 맛을 자연스럽게 살리는 것이 우리 집안의 생선과 육류구이 비결이다.

연어구이를 먹으며 부모님과 저녁식탁에서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은 강물에서 태어나 갖은 고생을 겪으며 바다로 진출해서 넓은 태평양, 대서양을 누비다가 훗날 거친 물살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와 다시 자신이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삶은 신비롭고도 열정적이다. 길고 험한 여정을 튼튼하게 견뎌내야 하는 만큼, 연어는 몸에 고급 영양소를 든든히 비축하고 있다. 오메가-3 지방산과 비타민 D, 각종 단백질 함량이 매우 뛰어나다. 고대부터 강장에 효험이 있고 특히 머리를 좋게 하는 음식으로 인정을 받아왔다. 수험생을 비롯한 두뇌를 많이 쓰는 지식인에게 최고 식품이라고 알려져 있는 것이다.

한 아일랜드 전설에 의하면 어떤 유명한 시인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시를 쓰겠다는 야심을 품었다. 그래서 “먹으면 천재가 된다”고 이름이 난 마술의 연어를 7년 동안 따라다니며 어려운 노력 끝에 간신히 낚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시인 문하에서 일하는 젊은 학생 제자가 그 연어를 정성스레 굽다가 뜨거운 기름에 그만 손가락을 데고 말았다. 학생은 엉겁결에 뜨거워서 손가락을 식히려고 입에 넣었고, 그 때 연어의 마술이 작동하여 그 젊은 학생이 결국 천재적인 시인이 되었다고 한다. 연어의 높은 영양가치에 대해 잘 말해주는 코믹한 일화다. 이런 옛날얘기를 해 주시며 건강에 좋은 연어를 어린이에게 먹이려고 했던 옛 어른들의 따뜻한 해학적 지혜가 느껴진다.

밖에는 함박눈이 포근하게 오는데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오붓하게 둘러앉아 맛있는 식사를 하니 감기도 뚝딱 다 낫는 것 같았다. 이제 연어를 구워먹어서 나도 머리가 맑아졌을 테고, 다시 법원에 나가면 건강하게 업무를 더욱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자부심이 생긴다. 올해에는 훨씬 시원하게 판결도 내리고 올바르게 영장을 발부하겠다고 큰 포부로 희망찬 새해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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