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기고]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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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기고]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대하여
  • 법률저널
  • 승인 2010.12.1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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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정원 대비 75%’로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결정한 법무부와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에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변협에서 주장하는 '입학정원 대비 50%'나 로스쿨학생회와 로스쿨교수들이 주장하는 ‘응시인원 대비 80-90%’의 변호사시험 합격률도 무슨 생각으로 그런 주장을 하는 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시험을 통한 선발 후 교육’의 기존 사법시험과 ‘교육을 통한 양성 후 자격 부여’의 로스쿨은 스펙트럼 자체가 틀리다. 로스쿨은 교육을 통해 ‘변호사로서의 자격과 전문성’을 갖추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렇다면 변호사시험에 응시하는 인원 모두가 자격을 갖추었다면 100%를 합격시키는 게 맞고, 자격을 갖춘 이가 없다면 그 누구에게도 자격을 주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 정원제는 그것이 입학정원 대비든 응시인원 대비든 로스쿨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래. 한 발 물러서서 로스쿨 1기의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입학정원 대비 75%’라 인정하자. 이게 과연 합당할까?


최근 신문에 의하면 유급한 학생과 중도탈락, 휴학한 학생 등의 수를 빼면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인원이 1600명 선이라 한다. 이 수치가 정확한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시작할 때의 입학정원인 2000명이 다 시험을 치러진 않을 것이다. 이 중 결정대로 1500명을 합격시킨다면 실제 응시인원 대비 합격률은 75%를 훨씬 상회할 것이다. 좋다. 전설했듯이, 응시하는 로스쿨 1기생이 변호사로서의 최소한의 능력이 있다면 다 변호사 시키자. 그러나 로스쿨 1기 학생 중 저 많은 인원이 그런 능력을 가지게 될 지는 회의적이다.


첫째, 로스쿨 1기 입학 당시 사법시험보다 로스쿨의 매력도가 떨어졌던 건 사실이다. 사법시험이 일정기간 병존함으로 로스쿨 1기에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능력을 갖춘 충분한 인적 자원이 지원하지 못했다. 물론 로스쿨에도 전문성을 갖춘 우수한 인재가 많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막말로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변호사가 되는 좀 평이한 길’을 택한 학생이 더 많았다 본다. 그렇다고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따른 이익은 현 로스쿨 1기 학생들이 아니었더라도 누군가는 누렸을 테니.


둘째, 로스쿨 입학 과정상의 기준도 모호하다. LEET, 학부성적, 공인영어시험성적, 자격증, 면접 등을 두루 고려하여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선발한다는 말은 좋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선발 기준의 모호성으로 인해 잡음이 많았고 올해 역시 반복될 것이다. 심지어 일부 서울 명문대 로스쿨에선 연령을 고려하여 합·불에 영향을 준다는 풍문도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법을 가르치시는 교수님들이 헌법을 위배하는 거 밖에 더 되겠는가. 그리고 학생의 집안 배경 등도 고려한다는 말도 많다. 국회의원, 법학교수 기타 유력한 집안의 아들, 딸들이 로스쿨 1기에 있다고 한다. 그들이 능력이 있어 정정당당히 들어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능력 이외의 1%라도 다른 요인이 작용했다면 로스쿨은 이미 입학 과정부터 기회의 평등을 짓밟고 있는 것이다. 여하튼 입학 과정상 기준의 모호함으로 인해 법조인을 희망하는 많은 이가 걸러졌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셋째, 로스쿨 입학시 법학실력을 전혀 평가받지 않고 있기에 로스쿨 수업은 기존 법대 학부의 수업과 질적으로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3년의 과정 동안 이론과 실무를 갖춘 인재를 자신있게 양성할 수 있다고 로스쿨 교수들은 말한다. 그러나 법학부를 졸업하지 않는 이들이 기초적인 법학 이론만을 습득하기에도 3년은 그리 길지 않아 보인다.


넷째, 로스쿨의 고비용이다. 학교마다 등록금의 차이가 있지만 학부를 졸업한 나이에 로스쿨의 비용은 그리 감당하기 만만치 않다. 장학금 준다고 걱정하지 말란다. 학비를 집에서 지원받지 못하는 로스쿨을 희망하는 학생이 장학금을 반드시 받을 수 있다 확신하고 로스쿨을 지원할 수 있을까. 아니라 본다. 로스쿨이 왜 돈스쿨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는 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고비용으로 또 한번 법조인을 희망하는 많은 이들이 발길을 돌렸을 지도 모른다.


현실이 이러한데 자격을 갖추지 않은 로스쿨 1기 학생들에게도 합격률이란 명분으로 변호사라는 직함을 허용한다면 자기의 꿈을 이루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만을 안겨 줄 것이다.


로스쿨 취지대로 변호사 수가 많아져야 한다는 점엔 동의한다. 그래서 국민들의 법률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해진다면 백번천번 동의한다. 그래서 변호사시험은 최소한의 능력만을 평가하는 ‘자격시험’으로 치러져야 한다는 점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변호사 수에만 너무 급급해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들에게까지 변호사라는 직함을 국가에서 허락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거라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로스쿨 존립을 위해 로스쿨 교수들이 무조건적으로 높은 합격률을 주장함은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매번 집단행동도 불사하는 로스쿨 학생들 역시 국민들의 눈에는 쉽게 변호사라는 자격을 얻고자 떼를 쓰는 어린아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법무부는 숫자 공방의 중간에서 애매하게 합격률을 정하는 노력을 할 것이 아니라 변호사시험을 통해 그 수가 많든 적든 어떻게 자격을 갖춘 이를 선발할 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될 것이다.

※독자기고는 필자가 실명을 밝히는 것을 원치 않아 익명으로 처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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