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볼모로 합격률 높이겠다는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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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볼모로 합격률 높이겠다는 로스쿨
  • 법률저널
  • 승인 2010.12.0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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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오는 7일 발표할 예정인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두고 로스쿨 협의체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최소 80% 이상을 요구하는 반면, 대한변호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법조계는 50%를 주장하고 있다. 협의회는 전체 학생의 절반이 탈락하면 시험에 다시 도전하고자 재수하는 '고시낭인'이 무더기로 생겨 로스쿨 설립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논리다. 반면 법조계는 로스쿨 출신자의 업무능력과 법률시장 변화 추세 등을 이유로 양보할 태세가 아니다. 법무부가 25일 개최한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방법에 관한 공청회'에서도 변호사와 로스쿨 간에 격론이 벌어졌다. 변호사들이 로스쿨생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50%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로스쿨 교수들은 90% 이상 높여야 한다고 맞받았다.

변협 추천으로 참석한 이정한 변호사는 "로스쿨 출신자의 지식,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는데 많은 수를 합격시키면 사법제도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2017년까지 사법시험 합격자와 로스쿨 졸업자를 더하면 연간 2천명 안팎의 변호사가 배출되는 만큼 현업 변호사의 사건수임 정도, 글로벌 경쟁력 등을 고려하면 합격률 50%도 높다고 덧붙였다. 다만, 순차적으로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로스쿨 정원의 70%까지 증원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시 변협 추천으로 공청회에 참석한 서경진 변호사는 "합격률 50%도 2년간 실무 수습을 전제로 한 것이다. 실무수습 기간을 6개월로 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므로 50% 이하 비율도 고려해야 한다"며 법조계의 처지를 대변했다.

법조계의 이런 논리에 로스쿨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률시장 진입 장벽을 높여 '직역이기주의'를 지키려고 법조계가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게 로스쿨 측의 시각이다. 나아가 로스쿨 측은 법조계 변호사시험 합격률 낮추기에 맞선 '승부수'도 던졌다. 전국 법학전문대학원장들이 지난달 30일 긴급 회동해 정원의 최대 20%까지 유급, 절대평가 성적 폐지, 학점인플레 방지, 재학기간 최대 5년 이후 자동 제적 등이 담긴 '학사관리 강화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무능한 학생을 퇴출하는 고통을 감내하고서라도 우수한 자질을 갖춘 졸업생만을 배출해 로스쿨을 향한 불신을 극복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로스쿨협의회는 학사관리를 대폭 강화함으로써 일정 수준 이상으로 교육의 질을 확보하기로 한 만큼 법조계도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는 데 동의하도록 압박한 것이다.

'로스쿨 퇴출제'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둘러싼 로스쿨과 법조계의 갈등속에 나온 하나의 고육책으로 보이지만 힘없는 학생을 볼모로 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적지 않다. 대학원 과정인 로스쿨에서 인위적인 유급비율을 정하고, 마땅히 적용되어야 할 절대평가대신 상대평가를 강요하고 더 나아가 모든 로스쿨에 획일적으로 적용·운용한다는 것은 다양화, 특성화, 전문화, 국제화 등 열림을 지향하는 제도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 특히 상대평가의 확대강화는 로스쿨생 간의 상대적 경쟁력만 키울 뿐 자칫 전문성과 법률시장 개방에 따른 능력있는 법조인 양성이라는 절대 경쟁력 제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설령 로스쿨 재학생 중 20∼30%는 학습능력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그것은 변호사시험이라는 검증제도에 맡길 일이지 로스쿨에서 그대로 잡아 두겠다는 것은 로스쿨의 잇속 챙기기로 비쳐질 수 있다.

법조계와 협의회간의 합격률 놓고 티격태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변호사시험은 엄연히 자격시험이지 채용시험이나 임용고시가 아니다. 자격시험을 '인원수 할당제'로 하자는 것은 매우 기괴한 논법이다. 로스쿨의 도입취지는 법률지식 암기위주의 평가방식인 현 사법시험의 병폐를 극복하고 로스쿨에서 다양한 특성과 폭넓은 시야를 갖춘 고급인력을 양성하자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로스쿨은 수준 높은 교육을 담보하되, 그 성취결과와 능력의 평가는 변호사시험으로 검증하는 역할 분배에 충실하는 것이다. 따라서 변호사시험의 목표수준을 정확히 정하고, 그 시험 결과 일정한 수준 이상 득점한 경우 합격하는 방식이어야지 합격률 보장과 같은 불합리한 편의주의적 접근법은 또 다른 문제점을 낳는다. 지금은 합격률 50%, 80% 운운할 때가 아니다. 로스쿨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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