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수석 인터뷰]“자기주도적 이해 중심의 공부...성실함이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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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 수석 인터뷰]“자기주도적 이해 중심의 공부...성실함이 비결”
  • 법률저널
  • 승인 2010.12.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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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유영수 화백>

장민하 제52회 사법시험 수석.서울대 법학과 4년 재학

법무부는 지난 26일 제52회 사법시험 최종합격자 814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최종합격자 814명 가운데 여성합격자는 338명인 41.5%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여성 합격자가 40%를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판검사 신규 임용에서 여성 비율이 과반을 넘은 상황에서 여성 사시 합격자가 늘어나 법조계의 여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올해 수석합격도 서울대에 재학중인 여학생이 차지했다. 장민하(23)씨가 바로 화제의 주인공이다. 서울대 법대 06학번인 장씨는 제2차시험 평균 54.14점(총점 406.05점)으로 합격선(45.36점)보다 무려 10점 가까이 높았다.


현재 법무법인 ‘이산’의 대표변호사로 있는 장훈열 변호사의 딸 민하씨는 이번 최종 합격으로 ‘부녀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됐다.


법대 4학년에 재학중인 장씨는 2008년 첫 1차시험에 응시했지만 결과는 뻔했다. 준비기간도 짧았고 연습 삼아 시험을 봤던 탓이다. 그러나 2학기 때는 휴학을 하고 진모에 응하면서 공부에 전념해서 다음해 바로 1차시험에 붙을 수 있었고, 올해 재시로 수석의 영예까지 안았다.


대학 새내기로 2008년까지 마냥 신나게 놀면서 다소 느긋했던 장씨는 2009년 로스쿨이 개원하면서 마음도 다급해졌다. 게다가 사법시험이 2017년에 폐지되고 점차 선발인원 감소라는 환경이 더욱 열심히 공부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법률저널은 수석의 자리에 오른 장민하씨에게 합격에 이르기까지 수험생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 수석 합격의 소감을 묻자 “기분이 이상해요. 이미 연락을 받아서 알고 있었는데, 잘 안 믿겨서 발표날 두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가족들이랑 가까운 몇 명에게만 말하고 꼭꼭 숨기고 있었어요. 작년 수석이 같은 학회 선배라서 ‘이렇게 가까이서 수석이 나오다니!’하고 신기해했었는데, 제가 이렇게 될 줄이야.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면서도, 제가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지 부담스럽다.”며 아직은 앳된 모습 그대로였지만 큰 눈망울에 안경 쓴 이미지에서 총명함이 묻어났다. 


변호사이신 아버지의 영향이었을까? 장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한결같은 장래희망이 ‘판사’였다. 판결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 법원이야말로 사회의 잘못된 방향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고, 그 어느 곳보다 독립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흔들림 없이 소신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길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다보니 법대에 들어가고 사법시험에도 응시하게 되었다.


그의 초시는 후4법 예비순환 동영상 강의만 겨우 듣는 정도에 그쳤다. 게다가 2차시험 답안지를 한 번도 작성해보지 못한 상태였다. 때문에 초시에서는 답안지에 채워 넣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2차 공부를 시작하면서 먼저 스터디팀을 꾸렸다. 1순환 기간동안에는 재시를 친 선배,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모의고사를 봤다. 2~3순환은 아침에 학원에 가서 시험을 치고, 학교 중앙도서관으로 돌아와서 공부를 했다.


특히 2순환때는 스터디 팀원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민법 사례문제 2개정도씩을 함께 목차를 잡아보는 연습을 했다. 결국 1순환 민법이 끝나고 2순환 민법에 들어갈 때까지의 긴 시간동안 민법을 놓지 않았다는 점이 나중에 민법 공부할 때나 심리적으로나 많은 도움이 된 셈이다. 


3순환은 기본3법을 빨리 보는 식으로 해서 시험 전 50일을 확보했고, ‘4-2-1’을 기본으로 해서 각 과목의 특성에 따라 다소 유동적으로 조정된 시간표에 맞추어 혼자서 마무리를 했다.

<장민하씨의 2차 사법시험 모의고사 답안지>

교과서에 집중...마무리도 ‘기본’에 충실

그의 1차 공부방법 비결은 뭘까? 과목별로 기본강의 한 번씩만 듣고, 혼자서 반복해서 교과서를 읽는 것이었다. 교과서는 진도에 무관하게 시간 되는대로 읽어나가면서, 판례집과 기출문제를 진도에 맞춰 풀어보는 식으로 공부했다. 또한 학원에서 문제 풀 때 정해진 시간보다 5~10정도 빨리 풀 수 있도록 연습했다.


1차시험을 100일 앞둔 마무리 전략도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었다. 그는 진모가 끝나고 나서는 집 근처 독서실로 자리를 옮겨 교과서만 열심히 읽었고, 시험 2주전쯤에 진모와 기출문제 풀었던 것을 다시 한번 훑어보면서 문제를 풀던 감각을 되살리고자 했다.


2차 공부의 비결은 학원에서 짠 일정의 큰 틀은 따라가되, 학원 강의는 필요한 것만 선택해서 이용한 점이다. 가령, 후4법 강의는 예비순환 때 들었으므로 1순환 때는 듣지 않아서, 1순환 기간 동안 모든 과목을 한번 씩 더 읽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또한 2순환 때는 형소법이 부족하다고 생각되어 강평반을 수강해서 정리하고 넘어갔다.


1순환 때 공부방법은 스터디를 하면서 2차공부를 했던 선배 등으로부터 과목별 공부법, 답안지 쓰는 노하우 등을 배웠다. 2순환 때는 학원 모의고사를 보다보니, 단순히 교과서 내용을 이해하는 것 외에 답안지에 써낼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각 과목별로 스프링 노트를 사서 쟁점별로 내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문제점/학설/판례/검토를 기본 틀로 해서 노트정리를 하다보니 내용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답안지를 쓸 때도 문제에서 쟁점만 찾으면 미리 정리해두었던 대로 옮겨 적기만 하면 돼 시간도 많이 단축되고 깔끔하게 답안을 쓸 수 있어 매우 유용했다고 했다.


그는 1차 때와 마찬가지로 교과서는 진도와 무관하게 계속 읽어나가면서도 사례집은 진도에 맞춰서 보는 식으로 공부했다. 사례를 많이 풀어보지 않고 과목당 하나씩만 사서 매 순환마다 반복해서 보았다. 대신 교과서를 많이 읽었다. 기본을 이해하면 어떤 문제든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험이 임박해서는 가이우스 모의고사를 보면서 교수님들로부터 좋은 답안지 쓰는 법에 대해 조언을 듣고, 선배들의 첨삭도 받았다. 특히 시험 전 50일은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 혼자서 공부했다. 교과서를 빠르게 다시 읽고, 기출문제와 전에 풀어본 학원 모의고사 문제들도 다시 한번 확인한 것. 이 때 시간에 쫓겨 정리노트 내지 요약서만 보고 싶은 유혹이 있었지만,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신조에 따라 교과서를 놓지 않았다.


슬럼프? 한결같이 공부...충분한 휴식도 

수험기간 동안 하루 일과는 어땠나? “수험기간 중에는 집에 있었습니다. 중고등학교때부터 ‘자고로 시험을 잘 보려면 맑은 정신을 갖추어 머리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하루에 6시간 씩 충분히 잠을 잤습니다. 어차피 짧은 수험기간 동안에는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없는 것이고, 이미 외운 것을 잘 지켜서 시험장에서 끄집어낼 수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예전에 정리해 놓았던 노트를 한번 씩 훑어보는 것으로 만족했어요.”
수험기간 동안 힘들었던 점을 묻자 “긴장감을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너무 긴장하면 분량조절, 시간조절을 실패해서 다음 과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것.


수석인 그에게도 어려운 과목이 있었을까? 솔직히 1차 때는 자신감이 충만해 비교적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2차는 행정법에서 고전했다. 문제를 풀다보면 출제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가기 일쑤여서 점수도 저조했다. 그래서 마음먹고 기본 개념부터 다시 확인해 가면서 교과서를 꼼꼼히 읽었고, 다행이도 무사히 합격할 수 있었다.


그는 성실함이 수석 합격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했다. “저는 결코 남들보다 아이큐가 높거나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거나 하지 않습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아이인데도 이렇게 특별한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그저 꾸준하고 성실하게 공부해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너무 뻔한 이야기 같지만 사실 그게 정답이고, 수험생활에서도 가장 중요한 ‘철칙’인 셈이다.


장씨는 딱히 슬럼프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 그래서 같이 공부한 친구들로부터 ‘한결같다’는 말을 듣곤 했다. 공부도 잘하고 슬럼프도 없는 모범생? 그도 시험이 코앞에 닥치기 전 까지는 적어도 일요일에는 늦잠도 자고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기도 하는 등 휴식할 시간을 가졌다. 공부에만 ‘몰두’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를 지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또한 시험 준비를 하는 내내 집에서 통학했기 때문에 가족들 덕분에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었던 점이 꾸준히 공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특별히 건강관리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1순환이 끝날 때 까지는 학교 내 헬스장에 꾸준히 다녔고, 그 이후로는 아침에 학원에서 학교로 올 때 산책삼아 걸어가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 했다.


지난해 면접에서 무려 22명이 탈락해 어느 해보다 면접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이 컸다. 이번 면접 준비는 어떻게 했나?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친구들끼리 모여서 시사문제를 놓고 토론해보기도 했습니다. 그 자체로도 매우 재미있었고, 면접 때 당황하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억을 되살리는 차원에서 교과서를 한번 씩 훑어보았습니다.”

<전공 서적으로 가득 메운 장민하씨의 책장.>

소신 지키는 멋진 정의의 사도가 꿈

연수원 입소하기 전까지 합격자들에게는 소위 ‘인생의 황금기’라고 말한다.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 볼 수 있는 날이 인생에서 다시는 찾아오기 힘든 기회이기 때문이다.


연수원 입소 전까지 장씨의 계획도 궁금했다. “이번이 마지막 학기인데, 대학 생활을 잘 마무리하고요. 아무래도 수석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연수원예비과정도 들어야 할 것 같네요ㅠㅠ. 그치만 우선은 가족들과 친구들과 신나게 놀아야겠습니다!” 놀아야 할 때 놀지 못하는 것도 죄일 테니 말이다. 그는 또 사법시험 공부를 하느라 고등학교 졸업 후로는 봉상활동을 못했다며 앞으로는 좀더 적극적으로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꿈꾸는 법조인상은 무엇인가. “판사의 꿈을 가지게 된 그 이유를 잊지 않고서,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알고, 흔들림 없이 소신을 지키는 강인함을 가진 멋진 법조인이 되고 싶다.”며 정의의 사도가 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수험생들에게 한 마디. “어려운 시험이에요. 당장 눈앞에 닥친 이 시험에 합격하기위해서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왜 내가 이 공부를 하고 있는지 잊기 십상이지요. 우리 모두 법조인이 되겠다고 결심했을 때의 초심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시험공부 자체도 덜 힘들게 느껴질 수 있을 거고, 나중에 합격한 뒤에도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리지 않을 테니까요.”


그는 수석이라는 정상에 오르기까지 응원해 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공부하는 동안 저를 심적인 면에서 지탱해준 엄마, 공부상담 및 많은 조언을 해준 아빠, 내 성질 다 받아준 동생에게 제일 고맙습니다. 함께 고생하면서 힘이 되어준 스터디팀 식구들 고마워요. 항상 응원해준 친구들도 고마워. 지금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친구들, 후배들이랑 선배들, 파이팅 이예요!”

이상연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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