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합격자 숫자가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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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합격자 숫자가 줄고 있다
  • 노명선
  • 승인 2010.10.2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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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명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무부는 27일 제52회 사법시험 2차 합격자 800명을 발표했다. 금년은 2017년 사법시험의 완전폐지를 앞두고 합격자 숫자를 순차적으로 줄이기로 한 첫해다. 늘어나기만 하던 사법시험 합격자 숫자가 실제 줄고 보니 사법시험이 곧 폐지된다는 것을 실감나게 한다. 그 동안 말도 많고, 문제도 많은 시험제도였지만 엘리트 법조인 선발과 이를 통한 올바른 사법제도의 정착에 기여한 공로를 경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사법시험에 애정이 많이 남아 있는 필자로서는 일본과 같이 단 몇 명이라도 선발하는 사법시험제도를 존치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지만 새로 시작하는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제도의 빠른 정착을 위해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2009년부터 우리는 로스쿨이라는 새로운 법조양성시스템제도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으면 법조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없도록 했다. 종래의 사법시험이 先양성 後선발이라고 한다면 先선발 後양성을 통해 다양한 국민의 법률적 수요에 응하도록 하면서 시험낭인이라는 폐단을 시정하기 위해 미국식 로스쿨 제도를 수용한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사법시험을 공부하는 학생들로서는 과연 구 사법시험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로스쿨을 나와 신 변호사시험으로 갈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할 것으로 생각한다. 로스쿨 설립 당초부터 함께 고민해온 필자로서는 법과대학 3학년이상의 과정을 수료한 학생은 당연히 사법시험으로 가고, 그보다 저학년 학생들은 로스쿨을 가도록 코멘트했다. 신 변호사시험의 초창기는 아무래도 법과대학 출신들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이다.


로스쿨 재학생들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대해서는, 대한변호사협회와 로스쿨협의회가 큰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변호사의 직분이 국민의 기본권인 자유권이나 재산권의 보호에 직결되는 만큼 일정한 정도의 전문지식과 인품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전제에는 양쪽 모두 수긍하고 있다. 그러나 합격자 비율에서 만큼은, 대한변협에서는 입학정원의 50-70%를, 교수협의회에서는 80%이상을 합격시켜야 한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법률수요와 변호사의 수급상황, 인접 법률가 단체의 현황과 경제상황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주관부서인 법무부의 올바른 정책적 결단을 기대해 본다.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법률 기초이론부터 사실인정을 토대로 법률적용이라는 법적 판단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다. 일찍부터 변호사 시험 통과에만 매달리는 학생도 눈에 띈다. 그런 만큼 선택과목의 선정도 변호사 시험위주가 될 수밖에 없다.


변호사시험의 관문을 통과해도 판·검사 임용이 불확실하고, 법무법인에 둥지를 마련하기에는 그 숫자가 너무 한정적이어서 진로에 대한 스트레스도 여간 아니다. 학교 내신 성적에 대한 부담도 많다. 검찰에 가기 위해서는 검찰실무를, 법관으로 가기 위해서는 재판실무를 필히 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선택의 폭을 더욱 좁히고 있다. 경쟁의 대상이 되는 우수한 학생이 무엇을 선택하는지도 관심이다. 이를 피해서 선택해야하기 때문이다. 원하지 않는 선택과목 평점 1, 2점 차이가 판·검사 임용에 결정적인 자료가 되어서는 안 되는 소이가 여기에 있다.


판·검사 임용과 일류 로펌에 대한 취업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사법연수원 과정 2년동안 연수생들은 시험성적에 연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로스쿨 학생들마저 이와 같이 내신 성적에 연연한다면 다양한 학문적 배경과 국민의 법률수요에 부응한다는 로스쿨 설립 취지에도 맞지 않다. 


기존의 변호사들도 고민이 많은 것 같다. 법률시장의 파이는 한정되어 있고 법무사, 관세사, 세무사, 변리사 등 법률전문가 직역이 너무 세분화되어 있어서 조만간 통합이 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법률가의 숫자가 극히 적었던 시절,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를 극대화하기 위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만들어 놓은 법률자격사 제도가 화근이 되어 도리어 국민에게 불편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단기적으로는 원스톱 서비스를 통한 사법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장기적으로는 사법비용의 감소를 위해서도 하나의 변호사 제도로 통합하고 배출창구도 단일화하여야 한다. 그것이 다양한 법률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로스쿨의 설립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끝으로 예비법조인인 수험생 모두에게 당부하고자 한다. 실무가 출신으로 대학의 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니 과거 검사시절 기본적인 이론을 등한시하고 책을 멀리했다는 점을 후회하고 있다. 반면 연구가 교수님들은 실무에 어둡다 보니 현실적인 감각이 부족하여 공허한 이론에 얽매이는 경우도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최근에는 법원행정처나 대검찰청, 변협 모두 실무가들이 주축이 되어 각종 연구회를 구성하고 연구를 많이 하고 있고, 이론가 교수님들도 법원, 검찰의 항고심사회나 조정위원회에의 참여를 마다않고, 적극 참여함으로써 실제 사건을 접할 기회를 확대해 가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법학은 실용학문인만큼 실무와 거리감을 둘 수는 없다. 대학도 순수이론만을 연구하는 연구소가 아닌 실무를 전제로 이를 해결해 가는 ‘실험소’와 같은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법과대학에서 로스쿨로의 변화는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감나게 가르치고 있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또한 로스쿨 2년생 중 몇몇 학생은 일류 로펌에 벌써 낙점이 되었다는 소문마저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소정의 연수과정을 마친 예비법조인에 임용방법이 다양화되고 있다는 증거고, 각 분야의 최고를 향해 뛰지 않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이다. 높아가는 국민의 법률적 기대수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구태의연한 학벌, 연고 등에 의한 선발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이래저래 제일 힘이 드는 것은 수험생들이겠지만 이를 지도하는 법과대학, 로스쿨의 교수 또한 고민이 많다. 로스쿨 제도나 신 변호사시험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높은 실정이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에 대한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말고 잘못된 점이 있다면 하나하나 과감히 개선해 나아가야 한다. 바람직한 법조양성제도 마련을 위해 법조 일선의 변호사, 판·검사는 물론 예비법조인인 수험생과 이를 뒷바라지 하는 대학교수, 학부모들 모두가 중지를 모아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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