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촌프리즘] 대선후보의 행시 폐지론?
상태바
[고시촌프리즘] 대선후보의 행시 폐지론?
  • 법률저널
  • 승인 2002.11.13 1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한 정몽준의원이 지난 4일 대전시 대덕소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방문, 교수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장기적으로 행정고시를 폐지하고, 각 행정부서가 필요한 인력을 독자적으로 뽑는게 바람직하다. 일본의 경우에는, 행정부서의 행정고시와 기술고시 출신 인력 비율이 1대 1"이라며 행정고시제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정 후보의 견해는 행정고시의 존속과 관련해서 다시 한번 논의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이미 지난 6월경 한 일간신문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행정고시제도를 폐지해야만 한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기 때문이다.


그 폐지의견의 요지는 첫째, 현행 고시제도는 기술적 전문성·창의성·유연성 등 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할 수 없다. 이 같은 능력은 사회·경제적 변화와 담쌓고 고시서적만 탐독하고 암기하는 것으로는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가 일률적인 시험을 거쳐 관료를 선발하는 방식으로는 부처별·직책별로 요구되는 업무 특성에 적합한 인력 충원이 불가능하다. 셋째, 고시 열풍은 정상적인 대학 교육 과정을 황폐화시킴으로써 정부 부문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공급되는 인력의 수준을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현행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우선은 개선을 검토하는 것이 순리라고 하겠다. 따라서 정부는 현행 고시제에 대한 개선책을 꾸준히 마련해 왔고, 외무고시를 시작으로 2004년부터 단계적으로 '공직적격성테스트(PSAT)'로 대체할 방침이다. 단순 암기력보다 종합적인 사고·판단력 위주로 인재를 선발하는 제도이다. 또한 면접도 대폭 개선해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인성 등을 심도 있게 판단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렇게 고시제를 개선해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는 한편, 고시제로 충원하기 어려운 과학기술 인력 채용을 위해 개방형 임용제 등 다양한 채용 방식을 활용할 계획이고, 장기적으로는 공정한 경쟁을 통한 인재 채용이라는 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각 부처의 자율적인 채용 권한을 확대해 나아갈 방침이라고 한다.
 

현행 행정고시에 의한 선발방식이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제도의 폐지는 극단적인 방법이므로 장기적인 대체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므로, 선거공약으로 내세워 밀어붙이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 될 수 있다.
 

정 후보의 발언이 현행 행정고시의 폐해를 인식하고 그 제도개선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별 문제이겠으나, 말 그대로 고시제의 폐지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면 장기적인 검토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과거 정치인들의 공약이 선거에서의 표를 의식한 즉흥적(?)인 발언일 경우가 많았다. 이제라도 국가와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정치가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그러한 우려를 표한다.
 

한 나라의 수장이 되려면, 선거에서의 승패도 중요하지만, 응당 '천하의 근심은 누구보다도 먼저 근심하고, 천하의 즐거움은 모든 사람이 즐거워한 뒤에 즐기는(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김영진기자 kyj123@lec.co.kr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