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도의 미래설계는 학창시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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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도의 미래설계는 학창시절부터
  • 성낙인
  • 승인 2010.08.0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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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헌법학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현직 부장판사가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끝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슬픈 소식이 전해진다. 그런데 그의 유서에 해당하는 글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기본적으로, 판사는 생산적인 직업이 아닙니다. 막말로 이야기 하면, 세상 사람들이 토하거나 배설한 물건들을 치우는 쓰레기 청소부와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록 한계 상황에서 작성한 글이긴 하지만 판사, 검사, 송무변호사의 일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1년에 천명의 법률가를 배출하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변호사시장이 포화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사실 법정을 중심으로 하는 소송사건은 아무리 늘어난다한들 변호사 숫자의 증가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아직도 법조인이라고 하면 으레 송무를 담당하는 법조인만 생각한다. 매년 법관으로 임용되는 숫자는 100명 남짓하다. 그런데도 대법원 소속의 사법연수원에서는 재판 중심의 교육에 치중한다. 전 부장판사의 말대로 당사자들이 실체적 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데 그 뒤치다꺼리를 법조인이 맡게 된다는 점에서 송무 일은 창의성이나 개혁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점에서 사법의 법창조적 기능을 아무리 강조해도 사법의 본질적 속성인 소극성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법학전문대학원 소위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한 학생들이 대학원 과정에서 법학교육을 받는다. 그들의 다양한 전공을 살려나가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오늘날 학부교육이 전문교육보다는 교양 교육화하고 학부대학까지 설립되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학부에서의 다양한 전공이 법률가의 길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특히 법조시장의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판검사 선호도가 늘어나게 될 것이지만, 재조 법조인에게 다양한 학부전공을 살릴 수 있는 기회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료, 특허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부전공이 법률가의 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습득한 법학대학원생 중에서 일부분만 판검사의 길을 가고 나머지 대부분은 제3의 활동무대를 마련해야 한다. 혹자는 사법연수원과 법원검찰을 축으로 하는 교육체계와 로스쿨과 로펌을 중심으로 하는 로스쿨 교육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중시하기도 한다. 아마도 이런 주장의 근저에는 로스쿨 졸업 이후에는 일정기간 로펌 변호사를 거쳐서 판검사로 나가는 시스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로스쿨교육을 로펌 중심으로 연계하는 것 또한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지금처럼 로펌이 송무 중심으로 작동되는 한 로스쿨 졸업생의 활동무대로는 너무 좁다. 이제 로스쿨 졸업생들은 자신만의 인생설계를 새롭게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예컨대 공직을 선호하는 학생이면 공직자로서 평생을 헌신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공직생활을 적당히 즐기다가 어느 순간에 로펌으로 옮겨서 돈이나 벌자는 생각으로는 치열한 공직사회에 적응하기 어렵다. 공역무(service public)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무장할 때 비로소 공직을 통한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 다른 모든 직역에 종사할 경우에도 어느 길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를 숙고해서 신중한 판단이 뒤따라야 한다. 만연히 법조인이 되었으니 판검사나 변호사를 하겠다는 식의 안이한 생각으로는 자신만의 보람 있는 삶을 영위하기 어려울 것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또 장래에도 법률가가 사회에서 할 일은 태산 같이 많이 늘려있다. 이 와중에 자신만의 길을 정성스럽게 가꾸어 나간다면 미래도 보장될 것이다.


법률가로서의 미래의 설계는 로스쿨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더구나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체험한 학생들일수록 법률가로서의 새로운 삶의 방향이 무엇인가를 재학 중에 충분히 숙고해야 한다. 스무 살 가장 예민한 나이에 특정전공학문을 4년간 이수한 학생들은 사실 평생토록 학부에서의 지향점이 작동될 여지가 많다. 자신의 학부전공을 뛰어넘어 법학을 대학원 과정에서 새로 시작할 때는 많은 부담이 따르기 마련이다. 방학은 새 동력을 찾아나서는 소중한 기회다. 3년의 짧지 않은 몰입과정을 통해서 법학을 체화함으로써 미래를 향한 설계를 도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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