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이스탄불에서 본 형사법의 신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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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이스탄불에서 본 형사법의 신동향
  • 법률저널
  • 승인 2010.07.0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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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키 형사법 국제학술회의를 다녀와서>>

 

하태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법무대학원 교수


    
지난 5월 24일부터 6월 3일까지 터키 이스탄불을 다녀왔다. 37개국이 참석한 형사법 국제학술회의가 이곳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이번 국제학술행사는 규모면에서 엄청났다.  사립 이스탄불 문화대학교, 국립 이스탄불 대학교와 국립 앙카라 대학교가 공동 주최하였고, 터키 대법원과 법무성이 후원하였으며 전체 비용만 60만 유로(10억)가 사용되었다.


<<2010년 5월 25일 개막식 장면. 터키 법무부 장관의 입장하자 방송사 취재가 뜨겁다.>>

이번 학술행사의 큰 주제는 ‘형사입법의 신동향’이었다. 1부에서는 언론과 인권, 2부에서는 국가기밀과 형법이, 3부는 각국에서 최근 개정된 형사입법 내용이 심도 있게 논의되었다. 필자도 우리나라에서 최근 핫이슈가 되었던 성범죄 관련 개정 법률을 자세히 소개했다.

예를 들면 성폭행범에 대한 전자발찌의 소급적용과 함께 최장 30년까지 전자발찌를 채울 수 있도록 규정한 ‘특정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부착 등에 관한 법률’과 성폭력범죄자에 대해 음주 등 심신미약 상태로 인한 감형을 배제할 수 있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률’, 그리고 유기징역형을 최고 50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형법 개정의 내용을 소개했다. 개정된 형법은 유기징역 상한을 현행 15년에서 30년으로, 형의 가중 시에는 25년에서 50년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최근 논의 중인 형법총론의 개정 방향에 대해서도 핵심 부분을 요약하여 설명했다. 죄형법정주의를 명문화하고, 이를 형벌뿐만 아니라 보안처분에 대해서도 적용하려는 움직임, 면책적 긴급피난에 대한 명문화, 법률의 착오에 법률의 부지도 포함시키는 안, 중지범 처벌에 있어서 필요적 감면의 효과를 확대하려는 움직임, 정범 개념의 신설, 부진정부작위범에 있어서 동등성의 요건에 대한 명문화 논의과정 등을 소개했다.

이후 이어진 토론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사형제도 폐지의 움직임, 국민의 사법참여의 운용실태, 경찰의 법집행과정과 인권 문제가 질문으로 쏟아졌다. 필자는 헌법재판소의 최근 결정과 학계와 입법부의 의견들을 설명해 주었고, 국민의 형사재판참여는 그 탄생 배경과 시행상의 문제점들을 소개해 주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법집행과 인권문제는 상당히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개선이 필요하고, 또 과제를 안고 있다고 답변해 주었다. 필자의 발표는 독일어로 했고, 그 내용은 영어와 터키어로 동시통역이 되었다.    


<<2010년 5월 28일 발표장면. 한국 형사 입법의 최근 동향>>

터키와 한국은 서로 형제국가로 통한다. 터키 사람들은 노래와 춤을 좋아하고, 정이 많으며, 화끈하고, 우랄알타이어 계통으로서 정서적으로 문화적으로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다. 터키는 6·25전쟁 당시 1만4936명을 파병해 741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163명이 실종되었고 244명이 포로로 잡혔으며 2068명이 부상을 당했다. 모두 자발적으로 참전한 용사들이다. 현재 462명의 터키 장병들이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되어 있다.

터키어는 한국어, 몽골어, 카차스탄어, 헝가리어, 핀란드어와 함께 우랄알타이 계통의 언어로 문법과 어순이 비슷하다. “나는 한국인입니다”를 터키 사람들은 ‘벤 코렐리임’이라고 말한다. 터키는 이슬람 국가이지만, 정교분리가 되어 있으며 민주법치주의 국가라고 볼 수 있다. 수도는 앙카라이지만, 영원한 수도는 역시 이스탄불이다. 이스탄불은 보스포루스 해협을 기준으로 동양과 서양의 길이 갈리는 곳이다. 동서양이 만나 매력을 발산시키는 도시, 비잔틴 제국과 오스만 제국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가 숨 쉬고 있는 매혹적인 도시다. 톱카스 궁전, 성스러운 지혜 아야 소피아성은 규모와 예술성에서 감탄스러운 건축물이다. 블루 모스크의 웅장한 돔은 경탄스럽다.


이스탄불은 유적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바다를 안고 있다.

<<사진은 보스포러스 해협에서 본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다리로 일본이 기증했다고 한다.>>

필자는 이번 터키 방문에서 참 많은 것을 느꼈다. 하나는 항구도시가 어떻게 이렇게 역사와 예술과 함께 자연적으로 발전했는가 하는 점이다. 바닷가 주변은 참 아름답고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도시가 하나의 예술작품이었다. 바다 위에 떠다니는 유람선들은 종류만 수십 종이었다. 선박 건조 1위라는 우리나라에서 보지도 못했던 아름다운 관광유람선들이 하루 종일 다니고 있었다. 

또 하나는 행사 중 만난 이스탄불 변호사협회 사무총장의 한국 사랑이었다. 30대 후반인 이 젊은 변호사는 이미 한국을 방문했었고, 자기 핸드폰에 유엔묘지 터키용사의 기념비와 광안대교를 달리면서 찍었던 동영상을 저장하고 있었다.

<< 보스포러스 해협을 배경으로 필자>>

이 젊은 변호사와 이야기 하면서 우리 국민들이 너무도 터키라는 국가에 무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터키의 젊은 용사들이 자유와 평화를 위해 바친 희생을 우리 후손들이 절대 잊어서는 안 되며 진심을 다해 터키인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이것이 6.25 전쟁 60년에 소피아 성당을 마주보고, 유럽으로 가는 길과 아시아로 가는 길을 바다 위에서 쳐다보며 느낀 생각이다. 먹고 살기 위해 우리 부모님 세대가 못했다면, 이제 우리의 젊은 20대, 30대가 나서야 한다. 한국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새로운 접근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스탄불은 영어, 독일어, 아랍어, 터키어가 통용되는 인구 1200만의 국제도시다. 유동인구까지 포함하면 하루 2000만명이 산다. 유럽과 아랍 그리고 아시아 방송을 전부 시청할 수 있다. BBC, CNN, ZDF, ALJAZEERA 방송채널이 모두 잡힌다. 터키가 이번 국제학술행사를 통해 얻고자 한 것은 여러 가지로 보였다. 터키의 인권 신장,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세계 각국에 소개하는 것 외에도 터키 정부가 그동안 추진했던 신형법 및 형사소송법의 적용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점검하고, 세계의 최신 자료들을 단기간에 수집하면서 대안을 모색해 보려는 시도였다. 발표내용도 사전에 이메일을 통해 항목별로 꼼꼼하게 정리해서 보내주었다. 행사는 자신감과 겸손이 담겨 있었다.

터키에서 본 젊은 법학도들은 3개 외국어를 구사했다. 대학원생도, 변호사도, 판사도, 검사도,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구사능력에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이것이 이스탄불에서 내가 본 형사법의 신동향이었다.

세계는 젊고 유능한 한국의 법률가를 필요로 한다. 전문성과 국제성을 갖추어 학교에서, 법원에서, 검찰에서, 변호사에서, 기업에서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법학의 전분야에서 여러분이 한국의 대표가 되어 세계를 다니길 소원한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로스쿨이 추구하는 진정한 목표다.

이번 형사법 학술행사에는 필자가 다녀왔지만, 다음 기회에는 유능한 여러분이 초청을 받게 될 것이다. 세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멀리 보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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