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참깨,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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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참깨, 대~한민국
  • 법률저널
  • 승인 2010.06.2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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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대부분은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이야기를 어려서부터 읽고 혹은 들으며 자랐다. 이 이야기는 아라비안나이트, 천일야화 속에 나오는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이다. 천일야화는 말 그대로 천일동안의 밤이야기를 모아놓은 일종의 설화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라바인나이트를 통해 하늘을 나는 양탄자며, 열려라 참깨라는 말 한 마디로 열리는 신비한 동굴을 듣고 배웠다. 그러면서 이야기에 흠뻑 빠져 들어가 끝없는 상상의 날개를 펼치기도 했다.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나는 아라비안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신비로웠고, 저렇게 말 한 마디로 동굴의 문이 열리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동경했었다.

  아라비안나이트에는 왕비의 배신으로 여자를 믿지 않게 된 왕이 매일 밤 다른 여자를 잠자리로 불러들여 동침한 후 죽이는 만행을 저지르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왕의 신하의 딸로 하룻밤 왕비로 간택된 세라자드가 죽음을 모면하기 위하여 왕에게 밤새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는데, 그녀의 재미있는 이야기에 빠져든 왕이 그녀를 죽이지 못하고, 그 다음날 이야기를 또 듣고 싶어 계속 그녀를 살려두다가 결국 진정한 사랑에 빠지게 되어 그녀를 왕비로 삼아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상상력 넘치는 재미있는 이야기에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이야기는, 도적들이 “열려라 참깨!”라고 주문을 외우면 저절로 문이 열리는 동굴에 훔친 보물들을 잔뜩 쌓아두었는데, 그 주문을 우연히 알게 된 주인공 알리바바가 그 동굴에서 많은 재물을 훔쳐 부자가 되자, 그의 욕심쟁이 형 카심이 동생을 윽박질러 이 주문을 배운 뒤 동굴에 들어갔다가 주문을 잊어먹고 빠져나오지 못하던 차에  그 도적들에게 붙잡혀 살해당하고, 알리바바까지 죽이려고 내려온 도적들을 카심의 여종 마르자나의 지혜로 물리친 후 알리바바가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어린 시절, 열려라 참깨라는 말 한 마디로 동굴문이 열리는 것이 신기했고, 007시리즈에서 본드가 지나갈 때마다 저절로 열리는 기관들의 자동문이 신기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열려라 참깨는 현재 우리에게 일상화되어 있는 음성인식에 대한 아라비안들의 상상력이었고, 수천 년이 지난 후 과학이 이를 현실화한 것이라 할 수도 있다.

  지금 돌이켜보면 알리바바도 도둑이다. 즉 도적을 턴 도적이었을 뿐, 그가 정당한 노력의 대가로 부를 축적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그 이야기 속에 빠져들던 어린 시절 알리바바는 선한 사람으로 인식되었고, 도적들만 나쁜 사람으로 인식되었으니, 이러한 잘못된 배움이야말로 얼마나 커다란 함정을 품고 있는 것인지 새삼 무서워진다. 도둑으로부터 도적질을 했으니 더 큰 도둑이요, 만일 그들로부터 물건을 취득하였다면 장물죄 정범이 되어야 할 판인데도, 알리바바는 선한 사람으로 도적들에게 복수를 당해서는 안 되고, 여종 마르자나의 지혜를 빌어 도적들을 퇴치하고 죽인 것이 정당화되는 왜곡된 가치관을 주입받고 살아왔으니, 그러한 잘못된 가치판단기준이 지금도 내 생활 속에서 나로 하여금 매사에 잘못된 판단을 하도록 무의식적으로나마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일이다.

  지난 수요일 새벽, 우리는 모두 한 마음이 되어 우리 국가대표축구팀이 나이지리아 국가대표축구팀과의 월드컵축구경기에서 승리하도록 응원하였다. 우리 국가대표축구팀은 나이지리아와 2:2로 비기고 말았지만, 아르헨티나가 그리스를 2:0으로 격파함에 따라 조2위로 16강전에 진출하는데 성공하였다. 사상 첫 원정경기에서 16강에 오른 쾌거를 달성한 것이다. 그들의 승리를 위해 붉은 악마로 상징되는 응원팀은 전국방방곡곡에서 새벽을 깨웠다. 모두 자발적으로 한 자리에 모였고, 한 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외쳤다. 그리하여 전광판의 시계가 멈추고 주심의 경기종료휘슬이 울리는 순간 너, 나 없이 하나가 되어 부등켜안고 기뻐하였다. 그 응원의 현장에는 모두 “열려라 참깨”라는 자동감정교류가 넘쳐흘렀을 뿐이었다. 어느 누구도 다른 누구를 강요하지 않았고, 조종하려고 하지 않았으며, 모두가 마음문을 열고 하나였을 뿐이었다. 거기에는 여도 야도 없었고, 남녀노소, 빈부격차나 지위의 고하도 없었다. 오직 함께 대~한민국을 열광했을 뿐이었고, 열린 마음으로 대한민국인임을 자랑스러워했다.

  이처럼 자연적인 것은 그 안에 엄청난 에너지를 함축하고 있기에 그 발휘된 힘은 무섭다. 인위적이지 않더라도 자발적 감정의 교감이 이루어지면 그것은 언제든지 무한한 에너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별로 살맛날 것 없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이지만, 간혹 가다 이처럼 재미있어지기도 하니, 그래서 또 세상은 살맛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뒤에서 복잡한 이해타산을 맞추며 수지를 맞추고 있는 곳도 있으니, 그 대표적인 곳이 월드컵축구경기를 독점중계한 SBS라고 할 수 있다. 이미 16강전까지만으로도 100억원 이상의 순수입을 올렸다고 하니, 앞으로 8강, 4강까지 가게 된다면 그 수입액이 얼마가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국민들은 아무런 이해계산없이 땡볕에서, 아니면 새벽 한기 속에서 열렬히 응원하고 있는 사이에 떼돈을 버는 기업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 그것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떼놈이 버는 세상이치이다.

  열려라 참깨라는 주문 한 마디로 거부가 된 알리바바가 있는가 하면, 목숨을 잃게 되는 카심이나 40인의 도적들이 혼재해 있는 곳이 어쩔 수 없는 세상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국민 대다수가 마음속으로부터 “열려라 참깨”라는 주문을 외우고 있는 사실을 정부ㆍ여당이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며칠 전 국회상임위원회에서 “세종시수정법안”이 부결되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본회의상정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16강에 오르기 위한 예선전에서 탈락한 팀이 8강 본선에 진출할 수 없는 이치라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국회법은 예외적으로 의원들 30명의 발의가 있으면 상임위에서 부결된 안건이더라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 비상구를 만들어 놓고 있다. 소위 친이계라 분류되는 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위와 같이 상임위에서 부결된 “세종시수정법안”을 30명의 의원발의로 상정하겠다며 서명하고 있는 이치에 어긋나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동굴 안 황금에 눈이 어두워져 동굴탈출을 위해 필요한 주문을 잊어버린 불쌍한 알리바바의 형 카심의 모습이 클로즈업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만일 카심이 “열려라 참께”라는 주문을 잊어먹지만 않았더라면, 분수에 맞게 약간의 재물을 훔쳐나오는 것으로 만족하였더라면 소중한 목숨을 잃지도 않았을 것이고, 알리바바에 대한 추격이나 그 결과 빚어진 40명 도적의 죽음 등도 뒤따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출구를 빠져나올 수 있는 주문을 잊어버리는 통에 연쇄적으로 불행이 계속되어 온 사실을, 정부ㆍ여당이 좀 진지하게 고민하였으면 한다.

  이러한 사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지난 6ㆍ2지방선거의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지혜로움을 그들에게서는 전혀 기대할 수가 없구나 하는 절막함을 느낀다. 모든 국민들이 알고 있는 “열려라 참깨”라는 주문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월드컵경기장에 울려퍼지는 “대~한민국”이라는 응원구호를 외치는 국민의 마음을 그들은 왜 알지 못하는 것일까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모처럼 하나 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형 카심”이 마음을 비운다면 더불어 함께 조화를 이루어나갈 수 있을 것인데, 카심은 막무가내이다. 공소시효나 징계시효가 지난 옛날 공안사건들을 들추어내 새로운 수사를 벌리며 국민을 겁박하는 권한남용이 계속되고 있고, 급기야는 양천경찰서 소속 5명의 경찰이 피의자를 고문하여 그 중 4명이 구속되는 사태까지 발생하게 되었다.

  국민 모두가 “열려라 참깨”를 알고 그 앞에 서면 저절로 문이 열리는 것을 다 알고 있는데, 여전히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권력의 집행자들이 넘쳐나는 현실을 보며 대한민국은 아직 멀었구나 하는 절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주 토요일에는 우루과이 국가대표축구팀과 8강전을 벌리게 되어 있다. 어디 그날, 고한 참깻잎에 삼겹살을 싸서 먹으며, 고소한 참깨맛을 즐겨봐야겠다. “열려라 참깨,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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