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변호사의 형사교실]법정구속(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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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변호사의 형사교실]법정구속(1)
  • 법률저널
  • 승인 2010.06.1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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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법무법인 세인 변호사

 

1년 넘게 업무상배임죄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무죄변론을 하였는데, 벌금 700만원이 선고되어 매우 아쉬웠다. 그렇지만 피고인과 함께 재판을 받으며 마찬가지로 무죄주장을 하였던 상피고인은 징역 1년이 선고되어 바로 법정구속(법률용어는 아니지만 법원의 직권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피고인이 법정에서 바로 구속되는 경우를 보통 법정구속이라고 부르고 있음)이 되고 말았다. 선고가 2회나 연기된  끝에 두 피고인에 대해 모두 유죄가 인정되며 상피고인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였고 피고인은 상피고인의 말을 가볍게 믿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는 것이 판결 이유였다. 1심 재판장은 선고를 연기하면서 무엇을 고심하였을까. 어쨌든 필자가 맡은 피고인이 법정구속이 되지 않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달리 생각하면 천만다행이기도 하였다.


위 사건 선고가 있은 날에 1심에서 무고로 거의 2년간 무죄주장을 하다가 징역 1년 선고로 법정구속이 된 피고인의 아내가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와서 상담을 하고 구치소에서 피고인까지 만나보게 되었다. 그 피고인은 이미 재판 중에 필자와 상담을 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1심 재판이 한창 진행 중에 있었으며 다른 변호인의 도움을 받고 있었기에 혹 2심 재판을 받게 되면 그때 보자고 돌려보낸 적이 있었던 분이었다. 정말 그 피고인이 법정구속까지 되리라고는 거의 예상하지 못하였다. 피고인이 필자를 찾아왔을 때에 왠지 모를 불안감이 있었고 그것이 공교롭게도 맞아떨어진 것이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극구부인하면서 그 잘못을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 대한 실형의 선고는 불가피하다’는 판결문의 문구로 인해 며칠간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고 하면서 자신은 너무나 억울하고 끝까지 싸우고 싶은데 가족들도 이제 지치고 주위에서도 2심에서 승산이 거의 없으니 그냥 잘못을 빌라고 하니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라는 것이다.     

 

1997년부터 시행된 구속전 피의자심문제도를 통해서 수사단계에서 구속되는 피의자가 점차 줄어들게 되었고 최근 형사소송법개정으로 인해 위 제도가 필요적 심문제도로 변경됨에 따라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가 더욱 신중해지고 이에 따라 구속되는 피의자는 계속 줄어들게 되었다. 그리하여 불구속 수사 및 불구속 재판의 원칙이 점차 확립되어 가고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되지만 재판 심리 도중에 혹은 선고시에 법원의 직권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사건이 최근 폭증하여 사법연감의 통계에 의하면 2006년에 22,589명, 2007년에 27,543명, 2008년에 28,273명이나 된다고 한다. 또 서울중앙지검에서 불구속 재판과 법정구속의 증가에 관해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불구속사건 대비 법정구속 비율이 2006년에 2.5%, 2007년에 4.7%, 2008년 상반기에 6.3%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위 법정구속자 중에서 구속영장 청구시와 판결선고시 사이에 추가기소 등 사정변경이 없는 경우가 90.9%에 이른다는 것이다.   


특히 1심 선고시에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다가 법정구속이 되는 피고인들이 증가함에 따라 각 형사법정마다 피고인이 실형을 선고받고 그 자리에서 교도관에게 끌려서 구속되고 마는 험악한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고, 여기에 판결 확정시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원칙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물론 불구속 피고인은 수사 및 1심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와 합의할 시간도 구속 피고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많고 충분한 방어권이 행사되었기에 1심 선고시에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에는 구속이 불가피하고 실형을 선고하면서 구속하지 않으면 피고인의 도주우려가 매우 크다는 입장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죄추정의 원칙은 1심 선고 후에도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1심 선고시에 구속이 되어 버리면 이후 조속한 석방 내지 감형 선고를 위해 거짓 자백, 너무나 불합리한 조건의 합의 등 엄청난 폐단이 벌어지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1심 재판과정에서 무죄를 주장하다가 실형이 선고되는 바람에 바로 도주할 불구속 피고인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으며, 이와 반대로 무죄를 주장하였다가 1심이나 2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었으나 상급심에서 정말 무죄가 된 피고인은 또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지만 실형 선고로 상소한 후 불구속 상태를 이용하여 도주한 피고인이 아무리 많더라도 법정구속되었다가 상급심에서 1명이라도 무죄가 선고된다면, 우리는 과연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겠는가.   


요즘 불구속 피고인을 상대로 변론을 하게 되면 먼저 법정구속 가능성부터 따지게 되고, 그러다보니 ‘괜히 무죄주장을 하다가 구속되면 어떻게 하지’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피고인이 불구속인 경우라고 하여도 구속 피고인과 비교하여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하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게 되었다. <다음호에 계속>

 

 

이창현 변호사는...

연세대 법대 졸업, 법학박사,

수원지검 검사, 이용호 사건 특검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부교수, 연세대, 법무연수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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