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 교수의 세상의 창
상태바
오시영 교수의 세상의 창
  • 법률저널
  • 승인 2010.03.26 11: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변호사/시인

 

나를 울컥 하게 만든 감동의 사람들 - 오바마, 명진

 

이번 주에 나는 두 번이나 울컥 하고 눈물이 솟구치는 감동을 맛보았다. 그 하나는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법 서명이고, 다른 또 하나는 명진 스님의 백만 번 큰 절이다. 그들의 절절함이 온 몸으로 팽팽하게 느껴져 왔기 때문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3일 미국 전국민의료보험실시를 가능하게 한 “건강보험법”에 서명하였다. 그는 서명을 하면서 “미국의 새로운 계절이 도래했다.”면서 “암과 마지막까지 투병하면서도 보험회사와 시시비비를 따졌던 내 어머니를 대신해 이 개혁안에 서명한다.”고 말했다. 가난한 어머니의 눈물을 씻는 감동을 그는 개인적으로도 맛보았을 것이다. 아니 세계의 가난한 어머니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을 것이다.


세계 최대강국인 미국에서 5,000만 명 가까운 미국인이 몸이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을 찾지 못하고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살아왔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맹장수술 한 번에 2,000만원, 감기진찰 한 번에 10만원, 자연분만을 하는 데도 400만원 이상이 들어가니, 웬만한 부자 아니면 어찌 병원을 찾겠는가 말이다. 미국에서는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는 국민이 속출하고 있다니 이런 웃지 못할 넌센스가 어디 있는가 말이다. 이러한 결과는 의료보험체계가 국가보험체계가 아니라 영리보험인 민간보험체계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게 되었다. 의료보험회사들이 장삿속에 의해 돈 있는 부유층이나 건강한 사람만이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부자나라라고 하는 의료선진국 미국에서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환자가 속출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법을 반대하는 사람이 넘쳐나고 있다. 보험회사와 병원의 로비를 받은 보수정책을 펴는 공화당이 극구 반대해 왔다. 자본주의, 개인주의,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미국에도 이렇게 부정적인 어두운 면이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천국인 셈이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체계에도 문제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국민의료보험체계가 갖추어져 있어 어느 정도 환자들의 치료가 보장되어 있으니 말이다. 물론 의료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희귀병이나 난치병, 장기간 치료를 요해 의료보험혜택에도 불구하고 개인 분담금을 감당하지 못하여 애통해 하는 국민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의료수가현실화 및 지원책 마련 등을 위해 애쓰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미국을 닮아가겠다며, 영리보험체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니 경계할 일이다. 한 번 정책이 잘못되면 이를 수정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위 건강보험법의 관철은 린든 존슨의 민권법 제정에 버금가는 쾌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민권법(Civil Rights Act)은 미국에서 정치적 평등을 실현하고자 1964년에 제정되었다. 이 법은 흑백인종차별이 극심했던 1960년대, 민주당 소속의 린든 존슨 대통령이 흑인들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는 선거참여절차를 실질적인 평등투표권을 보장하고, 학교나 노동조합, 직장에서의 인종 및 성별에 의한 분리나 차별을 금지하고자 제정한 법이다. 이 법을 제정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수고와 노력이 있었는지 모른다. 1963년 6월 케네디 대통령은 흑백차별을 금지하는 민권법안을 의회에 회부하였다가 암살당하고 말았다. 두 달 후인 1963년 8월, 마틴 루터 킹은 “I Have a Dream.”이라는 명연설을 통해 “검은 것은 아름답다.”며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내 아이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나라에서 언젠가 살게 되는 꿈이 있습니다. 흑인 어린이들이 백인 어린이들과 형제자매처럼 손을 마주 잡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꿈입니다."라는 명연설을 통해 흑백인종차별의 부당성을 주장하였다가 그 역시 1968년에 암살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케네디의 대통령직을 승계한 린든 존슨 대통령은 케네디의 암살로 흑백인종차별의 필요성을 절감한 의회의 도움을 받아 1964년 7월 2일 민권법을 어렵사리 발효시키고, 오늘날 미국의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데 기여하게 된다. 그러나 이 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여전히 흑백인종차별인식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겉으로, 공개적으로는 언급하지 않고 있을지라도 흑과 백이 다르다는 엄연한 현실, 자본주의의 우월적 힘인 교육, 자본, 권력 등을 백이 훨씬 많이 소유하고 있음은 각종 통계지수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그러한 차별로 상존해 왔던 것 중의 하나가 빈부 격차에 따른 의료보험제도였다고 할 수 있다. 까닭에 마지막 실질적 사회제도의 변화를 완성한 것이 오바마의 의료보험개혁안이라 할 수 있다. 1912년 디오도르 루즈벨트 대통령이 일부 계층에 대한 의료보험제도를 시작한 이후 99년만에 전국민에 대한 이번 법안이 통과되었으니 그 과정이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웠을지는 능히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리버럴한 정당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민주당이 대한민국으로 건너오면 어쩌면 우리의 보수진영에서 맹렬하게 공격하는 “좌파정당”에 해당할지 모른다. 보수적인 공화당에 비해 민주당이 진보적 정책과 법안을 추진하고 있으니 말이다. 의무교육대상 초ㆍ중등무상급식도 좌파적 사상이고, 성폭력범도 좌파적 교육의 결과이고, 언론, 문화, 출판 등에서도 좌파들이 득세하고 있다는 경직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극우파들의 극성이 정상적인 사회개혁을 추진하려는 건전한 사람들을 맹목적으로 폭격하고서도 살아남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는 참으로 이상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명진 스님은 요즘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불교계 외압과 관련된 봉은사 주지이다. 그는 봉은사 주지로 임명된 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사부대중에게 자신의 진심을 내보이고자 1,000일 동안 절밖을 나가지 않고 매일 1,000배를 하며 수양하겠다고 약속하였다고 한다. 그 1,000일 동안 단 한 번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 참석을 위해 하루 예외를 두었을 뿐 진짜로 1,000일 동안 매일 1,000배를 하였다고 한다. 무려 1,000,000배의 큰 절을 부처님께 드린 것이다. 절에서 108배를 드려본 친지의 말에 의하면 108배를 드리는 것만으로도 허리가 아프고 무릎이 아파 쩔쩔 맨다고 한다. 그런데 매일 1,000배를 천 일 동안 하루도 빼지 않고 드린다는 것은 보통의 의지와 정신력, 건강한 체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명진 스님이 매일 천 배를 하면서 처음에는 소원을 빌다가 아마 막판쯤 가면 무념무상의 세계에 빠져들었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그렇게 무서운 집념으로 자신의 진실을 스스로 다짐하고 내보이는 사람은 세상의 부당한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더 이상 세상에 무슨 욕심이 있다고 헛된 거짓을 말하고, 헛된 탐욕에 사로잡히겠는가?


안상수 원내대표는 봉은사 명진 스님이 주장한 “불교계 좌파 스님 척결”이라는 외압을 행사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 대답해야 한다. 일체 대응하지 않겠다는 그는 참으로 비겁하다. 그렇게 서슬 퍼렇게 아무에게나 “좌파”라는 이름표를 갖다 붙여 상대방 죽이기에 앞장서며 만용을 부리던 객기는 다 어디로 갔는가? 구렁이 담 넘어가듯 살며시 비켜 가면 그만인가? 다른 사람을 단죄하던 그 용기(?)는 다 어디로 갔는가? 대인답지 못한 비겁의 극치를 본다. 


오바마 대통령은 건강보험법에 서명하면서 무려 22개의 펜을 계속 바꾸는 진풍경을 연출했다고 한다. 중요 법안을 서명할 때 법안 성사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기념으로 전달하기 위해 여러 개의 펜을 사용하는 것이 미국 대통령의 관례이지만 이번처럼 22개의 펜이 동원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법안에 얼마나 기뻐하고 있는지,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서명에 사용된 펜은 바이든 부통령, 펠로시 하원의장, 해리 리드 상원원내대표, 호이어 하원원내대표 등 백악관과 민주당 지도부, 건보개혁 주무부서인 캐슬린 시벨리우스 보건장관, 빅토리아 등에게 선물될 예정이고, 오마바 대통령도 스스로 한 개를 소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그 중 두 개의 펜은 박물관 소장용으로 보관된다고 한다.


국민의 권익을 위해 소중하게 입안되어 국회를 통과한 법, 그 법에 서명하는 대통령의 진실을 다시 한 번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헌신한 사람들을 기념하고, 사소한 듯한 만년필 한 자루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그 힘이 바로 미국의 힘이지 않겠는가? 우리 국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무더기로 법안 심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대리투표, 폭력투표, 날치기투표로 점철된 수많은 법률들, 그 법들이 국민에게 끼치는 영향은 얼마나 큰가 말이다. 중요한 법안일수록 여야 간에 대치가 심하고, 그러다 보니 날치기 법안일수록 비판적이고 부정적이고, 국민들의 화합을 저해하는 법률인 경우가 많으니, 그 통과된 법률에 대통령의 서명이 권위가 있을 것이며, 그 서명된 만년필을 선물받는 것이 가문의 영광이겠는가 말이다.


조계종 총무원에서 가결한 “봉은사 직영사찰” 결정은, 총무원 입법부 격인 종회의 “총무분과위”에 부의하였다가 지난 3월 3일 5:4로 부결되었었다. 즉 국회의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부결된 안건을 자승 총무원장이 “총무원장 긴급발의 안건”으로 종무 본회에 직권상정하여 결의하고 말았으니, 본말이 전도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그러니 그 결의안에 잉크가 제대로 마르겠는가, 그 결의과정이 기록된 회의록에 사용된 만년필을 누군가에게 선물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가난한 자를 위해 부자 국민들로부터 욕을 먹으면서도 건강보험법을 통과시킨 오바마가 나를 “울컥” 가슴 찡하게 하더니, 명진 스님의 1,000,000이나 되는 무릎 꿇고 머리 숙이는 엄숙함과 경건함이 나를 “울컥” 감동시킨다.


나도 내일 새벽에는 내가 믿는 하나님 앞에서 무릎 꿇고 이 세상 만민이 편안하게 해달라고 진심어린 기도를 할까 한다. 억울한 신원을 품고 잠든 자가 없게 해 주소서 하고 말이다. 당신도 하지 않으시겠는가? 당신이 믿는 그 누군가에게......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