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개업인사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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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개업인사를 보면서
  • 임정수
  • 승인 2010.03.1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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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수 법무법인 충정(구. 한승) 변호사 / 전 고등법원판사

 

간밤에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렸다. 때 아닌 창밖의 설경은 장관이지만, 얼마 전 꽃망울 밖으로 노란 빛을 막 발산하던 산수유는 무탈한지 모르겠다. 눈이 와도 어김없이 꽃이 피듯이 3월은 늘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출발의 시기이다. 우리 아이들은 학년이 하나씩 올라갔고 우리 법무법인은 새로운 가족을 여럿 맞이하였다. 법원, 검찰에 계신 분들도 대부분 새로운 임지나 새로운 동료와 함께 결의에 차서 이제 본격적으로 올해의 업무를 상대하시리라.


해마다 이 무렵이 되면 변호사업계에서는 많은 개업인사를 접하게 된다. 매일매일 개업인사장이 사무실로 날아들고 법률전문지는 물론 깜짝 놀랄 광고비용이 필요한 중앙일간지의 1면에서도 박스 형태로 된 개업인사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처럼 새로 개업하는 변호사들에게는 이 봄이 각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꽃 피고 눈 내리며 세월이 흘러 어느새 새로 사법연수원을 나오는 지인이 있기 힘든 나이가 되다보니, 개업인사에서 발견하는 아는 사람은 예전에 법원에 근무할 때 인연이 있던 분이 많다. 개업하는 지인의 이름을 접하면 먼저 그 분의 얼굴과 함께 과거의 기억들이 창가의 빗물처럼 주르륵 흐른다. 그 다음으로는 ‘이 분이 왜 공직에 더 계시지 않고 나오시는 걸까’라는 개인적이고 사실 피상적인 질문을 잠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는 (설령 과거에 사이가 좋지 않았던 사람에 대해서도) 변호사 업계에 평탄하게 연착륙하고 정신적이건 물질적이건 ‘잘되셔야 할 텐데’라는 마음 속 성원을 보낸다.


사법연수원을 갓 나오건 공직생활을 하였건 주로 송무를 중심으로 하는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는 형태는 법무법인에 들어가거나 개인사무소를 운영하는 두 가지이다. 최근에는 업계의 사업환경이 날이 갈수록 악화되다 보니 개인사무소보다는 가급적 법무법인의 일원이 되려고 하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전국적인 통계로도 이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수가 개인사무소를 운영하는 변호사 수를 넘었다. 예전에는 공직생활을 마치고 단독 사무실을 운영하는 분들이 대세였던 시기도 있었으나 지금은 그 반대라고 하니, 앞으로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 같다.


변호사 개업을 하면 어떤 것을 얻게 될까? 공직에 있던 법조인으로 변호사 개업을 하는 사람에게 ‘왜 개업을 하느냐’는 질문은 생각만큼 잘 던지지 않는 것 같다. 너무 개인적인 사정을 캐묻는다고 여기거나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변호사로 출발하는 사정은 개인마다 모두 다르겠으나, 아무래도 경제적인 이유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 밖에 승진인사에서 뜻을 이루지 못하거나 다른 길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에서 개업을 하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그 질문 대신에 ‘변호사 하기로 마음을 먹으니 어떠시냐?’는 질문을 많이 하게 된다. 종종 ‘(이제 집에 돈 벌어 주게 되었다는 의미로)부인께서 좋아하시더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질문을 받는 사람은 웃으면서 ‘집사람이 너무 좋아해서 좀 서운하더라’고 답변을 흔히 하는데, 실제로 본인이 공직생활을 정리하여 섭섭하면 부인도 같은 감정을 가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필자의 후배 한 분은 심경을 묻는 질문에 대해 ‘그 동안 판사 생활 하느라고 늘 갑옷 입고 다니는 부자연스러움과 불편함이 있었는데, 이제 벗어나게 되어 그 점은 참 좋다’고 답변하였는데, 참으로 공감이 갔었다.


공직에 있던 법조인이 변호사 개업으로 잃는 것은 무엇일까? 개인이, 특히 사회의 혜택을 입은 전문직 종사자가 유한한 인생을 살면서 향유하기를 원하고 또 잃기 싫은 것 중 하나가 ‘업무의 보람’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런 정신적 만족은 자신의 열과 성이 투입된 업무처리가 개인적 이익을 넘어 타인과 사회 전체에 기여하는 바가 있을 때 달성되는 것 같다. 공직에 있는 법조인은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것 그 자체가 사적 이익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를 위한 것이므로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남들도 쉽게 그렇게 생각해 주는 환경에서 생활한다. 그럼에 반하여, 대부분의 변호사는 의뢰인 개인으로부터 보수를 받고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업무를 맡는 구도 속에 있으므로, 개업 변호사로서 스스로나 타인으로부터 ‘보람 있는 일을 한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종전과 다른 무엇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무엇’에 대한 추구를 너무 어려워하거나 포기할 일은 아니라고 하겠다. 굳이 인류의 전 역사를 되돌아보지 않더라도 사람들의 생활과 의식을 획기적으로 바꾼 인물은 주로 공직자가 아니라 민간인이다. 4대 성인은 물론이고 테레사 수녀가, 만델라가 공직자로서 인류의 양심을 움직였는가? 아인슈타인이 없었더라면 아니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만 없다고 해도 이 세상이 지금과 얼마나 다를 것인가?


부디 이 봄에 변호사로 개업하는 분들이 스스로나 다른 사회구성원들로부터 업무의 보람을 인정받을 수 있는 어떤 것을 발견하여 지금의 변호사 개업이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긍정적 의미와 가치가 있는 하나의 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럼으로써 이제 공직을 나와 민간인 대열에 합류하는 변호사가 기존의 소중한 것을 잃어버림 없이 변호사 개업으로 달성하고자 한 것을 추가로 얻기만 할 수 있기를 축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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