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의 소명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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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의 소명의식
  • 성낙인
  • 승인 2010.03.0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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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헌법학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인류의 초창기 삶에 있어서는 직업이란 별다른 것이 없었다. 근대국민국가를 형성하면서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직업 계층화도 나타났다. 산업의 발전 순서에 따른 농공상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산업화과정에서 상업을 천하게 여긴 결과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그 사이 비약적인 산업에 따라 공상으로 대표되는 산업화 유관 직업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공직으로 대표되는 사 직업을 압도하는 시대가 되었다. 직업의 종류가 우리나라에서만 해도 1만개가 이상 된다. 하지만 공상으로 성공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반 대중은 너무도 잘 안다. 그러기에 쉽게 퇴출당하지 않는 안정된 직장이라는 이유로 공직은 새삼 인기를 끈다. 소위 공무원시험 열풍에 따라 공시족(公試族)이라는 새로운 은어가 등장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한동안 등소평의 개혁개방정책에 따라 회사 특히 외국회사 취업을 최고로 치던 중국에서조차 최근에는 공시족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니 공직이 좋기는 좋은 모양이다.


공직의 꽃은 고시라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고위공직이다. 평균적인 보통 학생들에게는 고시는커녕 대학을 졸업하고도 7급은 고사하고 9급도 합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고시합격이란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하늘의 별따기다. 행정?입법?외무고시 못지않게 어려운 시험이 바로 사법시험이다. 대부분의 사법시험 응시자들은 입학하기 어렵다는 법과대학 학생들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과거에는 모든 수료생에게 판검사 임용이 보장되었지만 근래 사법시험 합격자 1천명시대에 접어들면서 옛날 같은 명예를 누리지는 못해도 그래도 선남선녀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작년부터 로스쿨이 개원하면서 이제 법률가 양성도 고시시대에서 교육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지만 여전히 로스쿨 입학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들 이렇게 법률가의 길을 가려 하는가 라는 물음에 명쾌한 해답을 얻기 어렵다. 면접시험장에서 대부분의 예비법률가들은 법과 정의를 수호하는 파수꾼이 되겠다는 응답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정의를 세우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바로 여기에 정의의 사도로서의 법학도?법률가는 어느 듯 생활인으로서의 법률가로 안주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현직 판검사 숫자만 해도 4천명을 넘어섰고, 개업변호사 숫자도 1만명을 넘어선지 오래다. 대량으로 배출되는 지금의 상황을 고려하면 법조인 숫자는 조만간 2만명, 3만명도 넘어 설 것 같다. 법률가의 증대는 국민들에게 다가서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넘치는 숫자만큼 야기될 수 는 법률가의 탐욕은 불의를 넘어서 선량한 시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하지만 직업으로서의 법률가는 다른 직업과는 구별되는 공공성이 요구된다.


최근에 제기되고 있는 법관이나 검사와 관련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을 보면 이제 판검사도 자연인으로서 직업의 하나로서 선택한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물론 판검사 숫자가 과거 몇 백명에서 급속하게 몇 천명으로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직업의 하나로서 법조직을 선택했다는 점을 나무랄 수 없다. 그러나 법조직 특히 판검사로 대표되는 소위 재조직(在曹職)에 임하는 이들은 성직자나 구도자와 마찬가지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남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벌을 주고 타인들 사이의 다툼에 대해 법의 이름으로 재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비록 막스 웨버가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강조한 바와 같은 절제와 금욕의 수준에 이르지는 못하더라도 법률가는 언제나 자기수련이 뒤따라야 한다.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사건 처리에 있어서 당사자가 충분히 수긍하고 납득할 수 있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그저 각종 직업 중에서 좋은 직장으로서 판검사를 선택했다는 식의 안이한 자세를 가져서는 안 된다. 소명의식을 상실한 판검사는 하루 빨리 아예 법복을 벗고 재야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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