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혁과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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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혁과 로스쿨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10.03.0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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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지난 3월1일 폐회식을 끝으로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세계 5위라는 성적의 쾌거를 이룬 우리나라 선수들을 향한 국민들의 박수는 뜨거웠다.


단지 금,은,동메달의 순위만이 아니라 그들의 열정에 매료됐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금을 놓쳤다는 이유로, 노메달이라는 이유로 훌쩍이던 선수들의 모습이 역대 어느 올림픽보다 적었다. 반면, 최선을 다한 후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며 골인점을 들어서며 환하게 웃는 모습들이 더 많았던 것도 한 몫을 했던 것 같다.


과거처럼,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안타까움보다 짜증을 유발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소위 신세대들답게 자신의 최선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당당해 할 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달획득 여부를 떠나 골인점을 들어서자마자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은 선수가 있었다. 대한민국 빙상종목 현 국가대표의 맏형 격인 이규혁 선수였다. 1978년생인 그는 1993년 국가대표로 발탁된 이후 우리나나 단거리 스피드 스케이팅을 대표해 왔다. 그는 세계선수권대회, 월드컵 등에서는 세계 상위권에 올랐지만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어 메달을 취득하지 못했다.


수없는 훈련과 도전을 겪은 그에게 거는 국민적 기대는 이번 올림픽에도 어김없었지만 또 다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노장 선수를 향한 국민적 성원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선점을 통과한 후 결국, 드러누워 숨을 가쁜 숨을 내 쉬는 모습이 티브이 화면에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를 응원했고 그를 위로했고 또 그런 모습에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반면 1988년 전후의 신세대 선수들은 기록에 기록을 깨며 그들의 결과물들을 맘껏 즐겼고 메달 획득 여부를 떠나 자신의 노력과 그 결과물을 자랑스러워했다.


2017년을 마지막으로 사법시험은 지난 60여년의 소명을 다하고 영원히 사라진다. 대신 법학전문대학원이라는 제도를 통한 새로운 양성과정을 거친 법조인들이 대거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따라서 사법시험 합격인원은 금년 800명, 내년 700명, 2012년 500명, 2013년 300명 등의 과정을 거치며 점진적으로 감소한다. 그와 맞물려 로스쿨 출신자들의 법조인은 상대적으로 누적해서 늘어나게 되고 3월 시작과 동시에 제2기생들이 입학했다.


기자는 직업병에서 기인한 탓인지, 이번 동계올림픽을 보며 순간순간 로스쿨과 사법시험 및 사법시험 준비생들을 떠올리곤 했다. 세대교체와 정서의 변화 등에서.


특히 이규혁 선수를 통해, 결선점을 통과 후 숨을 가쁘게 내쉬는 모습은 수년간, 혹자는 십수년간 사법시험을 준비해 오며 법조인을 향한 열의를 태워 왔던 수많은 사법시험 준비생들. 매년 줄어드는 선발인원은 이들로 하여금 더욱 숨을 가쁘게 할지도 모르겠다.


이중 상당수는 이규혁 선수처럼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국은 불합격이라는 사실에 마냥 주저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의 신세대 선수들 역시 이규혁 선수의 자리매김을 부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그의 경험과 과정은 후배들에게 또 다른 자산으로 이어졌고 그의 위치는 후배들을 든든하게 했기 때문이다.


종종 들르는 로스쿨에선 기존 법과대와 신림동 고시촌에서 보지 못하는 쾌활함과 분주함과 자심감을 보곤한다. 그러면서도 기존 사법시험의 준비생들을 떠 올리곤 한다. 결코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사시생과 로스쿨생간 소리없는 긴장감을 종종 접한다. 모태범과 이규혁 둘 다 대한민국의 국가대표이듯, 사법시험이든 로스쿨이든 양자간의 지나친 경계와 비난은 금물이다.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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