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 교수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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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교수의 세상의 창
  • 법률저널
  • 승인 2010.02.1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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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주유소습격사건과 세 마디 절창!

 

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변호사/시인

 

  대한민국은 지금, 10여년 만에 다시 맞게 된 “주유소습격사건”으로 인해 웃다가 울고, 울다가 웃는다. 하지만 웃고 우는 속에서 깨어있는 인식은 고통스럽다. 1999년, 이성재, 유오성, 유지태, 강성진 등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주유소습격사건1은 2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코미디 영화이다. 그렇지만 10여년이 지난 오늘, 다시 돌아온 “주유소습격사건2”를 접하는 심정은 착잡하다.


  주유소습격사건1에서는 일단의 젊은 도둑들이 주유소의 현금을 털기 위하여 주유소를 습격한다. 그리하여 주유소의 사장이 몰래 감추어둔 돈을 찾아내기 위하여 사장을 협박하여 그 돈을 강취하고, 한 푼이라도 더 가져가기 위하여 주인인 척 행세하며 주유하러 온 고객의 승용차에 직접 주유하여 현금을 챙기기도 한다. 주유소의 종업원들을 감금하고 그들이 반항하지 못하도록 기합을 주거나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고급승용차를 몰고 거들먹거리는 시건방진 고객을 두들겨 패기도 하고, 건방을 떠는 여자고객을 감금한 뒤 끝말잇기 내기를 하여 진 사람이 옷을 하나씩 벗게 하여 여자고객을 발가벗기기도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그들을 잡으러 온 경찰들에게 휘발유를 퍼붓고 라이터로 불을 켠 뒤 움직이면 너 죽고 나 죽게 불을 질러버리겠다며 꼼짝하지 못하게 하고서는 유유히 차를 타고 도망간다.


  주유소습격사건1을 보았을 때 단순 코미디로 치부하기에는 무언가 생각하게 하는 점이 있었다. 주유소습격사건1의 절창을 압축하면, “한 놈만 패”, “무릎 꿇어”, “대가리 박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강도 중의 한 명인 유오성이 몽둥이 하나를 들고 다섯 명이나 되는 종업원, 고객 등을 한 곳에 감금한 채 중얼거리는 말이다. 다섯 명이 힘을 합치면 유오성이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할지라도 대결해 볼만도 하지만, 유오성은 “한 놈만 조져, 한 놈만 패”라는 말을 반복함으로써 다섯 명으로부터 대항의지를 빼앗아버린다. 실제로도 마지막 장면에서 그들을 습격한 다른 깡패 조직들과의 싸움에서도 다른 깡패로부터 매를 맞으면서도 자신이 목표로 삼은 한 명만을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요즘 들어 이명박 정부의 공안 행태를 보고 있으면 어찌 그리 “한 놈만 조져” 아니면 “한 놈만 패”라는 유오성의 독백이 절감되어 오는지 모르겠다. 유오성이 들고 있었던 그 몽둥이, 그 몽둥이는 그 감금당한 다섯 명의 피지배자들에게는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다. 그 다섯 명의 피감금자는 그 몽둥이로부터 “조짐을 당하는 한 명”으로 선택(?)될 것에 대한 섬뜩한 두려움으로 인하여 반항의지를 상실하고 만다. 지난 9일, 국가인권위원회는 6명의 소중한 인명을 앗아간 용산화재참사사건과 관련하여 “경찰력 행사가 위법의 단계”였다는 공식결의사항을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용산화재참사사건으로 인하여 기소된 형사사건담당재판부)에 제출하였다. 그러면서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가 공권력을 행사함에 있어서 위법한 행위에 대해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국가에 의한 범죄행위의 불처벌현상이 발생해 법치주의에 대한 심대한 장애가 발생”하게 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검찰의 구속철거민 심야조사 등도 인권침해”라는 이유로 검찰총장에게 정병두 특별수사본부장(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에게 주의조치를 내릴 것과 수사검사에 대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하였다.


  경찰은 사상유례가 없을 정도로 “민주노동당 컴퓨터의 중앙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감행하였다. 민노당 오병윤 사무총장이 하드디스크를 빼돌렸다는 이유로 증거인멸죄를 적용하여 그를 수사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져 있다. 이유는 전국교육공무원노조와 전국공무원노조의 일부 조합원이 민주노동당에 가입하고 당비를 내고 당내 투표참여 등 정당활동을 하였음에 대한 증거를 찾기 위해서이다. 옛말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다. 국회의원을 가지고 있는 공당에 대한 지나친 공권력의 행사가 아닌지 걱정스럽다. 어쩌면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철거민이나 의석수가 적은 민주노동당이나 전체에서 볼 때 약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유소습격사건1에서 “팸을 당하는 한 명”으로 명예롭게(?) 선정된 자는 고통스럽다. 힘을 가진 자는 가장 약한 자를 집중적으로 공략하여 무기력하게 함으로써 당하는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것을 지켜보는 또 다른 약자들마저 오금을 저리게 하여, 그들의 의식 속에 자신도 그 팸을 당하는 한 명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도록 유도한다.


  주유소습격사건1에서 두 번째의 절창은 “무릎 꿇어”이다. 유오성이 다섯 명을 감금하고서 그들을 반항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쓴 두 번째 작전이 “무릎 꿇어”라는 호통이었다. 무릎을 꿇은 자는 스스로 항복을 한 자이다. 집단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방법이 “집단적 무릎 꿇음”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성재가 주유소를 습격한 깡패들과 그들을 잡으러 온 경찰들에게 휘발유를 왕창 뿌린 뒤 라이터 불을 켠 후 내지른 고함이 “무릎 꿇어”였다. 그 한 마디에 모두를 벌벌 기며 무릎을 꿇고 만다. 그 소중한 목숨 살겠다고, 쳐들어온 깡패들이나 잡으러온 경찰들이나 모두 무릎을 꿇고 마는 현상은, 슬프지만 우리 현실의 한 단면이다. 이미 선택되는 한 명이 되는 것에 대한 공포심을 갖게 되면 그 한 명이 전체가 되어 집단적 무릎 꿇음을 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세 번째 절창이야말로 “대가리 박아”이다. 유오성이 “무릎 꿇어”의 통제력이 약화되어 가자 마지막 카드로 써먹은 것이 “대가리 박아”였다. 물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성재가 역시 깡패와 경찰들에게 내린 지상명령도 “대가리 박아”였다. 대한민국 남자로 군대를 갔다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가리 박아”에 익숙하다. 입대하고부터 제대할 때까지 “원산폭격”이라는 미명 하에 대한민국 군인은 “대가리 박아”를 한두 번 한 게 아니다. 좋게 말해 사람의 머리가 “머리님”인 것이지, 성질 건들면 누구의 머리도 “대가리”가 되고 만다. 군대생활 내내 줄창 대가리 박아를 통해 인격을 손상당하면서도 그러려니 하고 살아온 습벽이 제대 후 사회생활 속에서도 쉽게 남을 대가리 박아 시키고 자기도 대가리 박아를 한다. 머리끝이 발바닥과 높이가 같아지는 순간, 인간의 인격은 이미 인격이 아니다.


  주유소습격사건1을 통해 그냥 웃고 넘어가는 코미디가 아닌, “주유소”라는 세상 속에서 펼쳐지고 있는 “권력의 횡포”를 보지 않을 수 없었고, 가슴 찡하게 아려오는 무엇인가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영화 이후 10년의 세월 동안 우리는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민주화의 과정을 체험했고, 어느 누구도 “대가리 박아”를 하지 않고 대통령을 코미디의 소재로 쓰면서 자유롭게 웃으며 살아 왔다.      

  그런데 주유소습격사건2가 지금 습격해 왔다. 주유소습격사건2에서는 강도사건으로 봉변을 당한 주유소 사장이 주먹을 쓰는 자들을 종업원으로 채용하여 복수를 다짐한다. 그렇지만 사장의 의도와는 달리 고용한 종업원이 깡패조직원 원펀치로 밝혀지고, 주유소습격사건1을 모방하여 주유소를 습격하겠다는 고등학생 절도단인 짱돌 일당의 습격, 경유 버스에 휘발유를 넣어 대형사고 위기에 직면한 탈옥 버스, 원펀치일당에 복수하려 찾아 든 진짜 폭주족 습격단, 탈옥범 잡기 위해 나선 경찰들까지 뒤엉켜 집단적 주유소습격사건이 전개되고 있다.


  2010년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주유소”라는 황금의 땅을 놓고, 황금의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이기적 집단들이 주먹을 내세워, 권력을 내세워, 언론을 내세워 집단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가리 박아” 정도가 아니라, 아예 오체투지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낙동강의 퇴적토를 아예 조사도 하지 않고서도 조사하였다며 환경영향평가서를 내놓고, 수중보를 쌓게 되면 물높이가 높아져 침수와 홍수가 빈번해질 것이 뻔한 데도 오히려 홍수예방이 가능하다고 강변하며 이루어지고 있는 위법이 난무하는 4대강사업이나, 수시로 말을 바꾸는 등 철학과 신념조차 없어 보이는 허깨비 같은 정운찬 총리를 내세워 밀어붙이고 있는 세종시수정사태 등이 모두 “대한민국, 아니 대한민국국민이라는 주유소”를 습격하는 제2습격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당신, 당신의 머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아시지요? 누가 당신에게 “대가리 박아”, 그렇지 않으면 “너만 조질 거야”라고 하더라도,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머리님이 되시지 않으시겠어요? 지난 겨울 참 추웠습니다만, 지금 봄이 오고 있어요, 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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