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도 25,000자 이내로 제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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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도 25,000자 이내로 제한하자
  • 법률저널
  • 승인 2010.01.2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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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전부터 사법시험 1차시험이 변별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5∼8지 선다형으로 바꾸고 문제의 분량마저 지나치게 과다해 '속독시험' '순발력 테스트'라는 비아냥까지 받아왔다. 특히 올해 변호사 모의시험이 공개되면서 사법시험의 1차시험도 변호사 모의시험처럼 문제의 분량을 대폭 줄여달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7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비해 사법시험의 문제 분량이 터무니없이 많아 오히려 변별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률저널이 지난해 사법시험 1차시험의 문제량을 분석한 결과, 헌법은 40문항에 총 글자수는 31,871자에 달했다. 답안지에 체크하는 10분 정도의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1분당 530자 정도를 읽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반면 18일 실시된 변호사 모의시험의 공법(선택형)은 40문항에 총 글자수는 19,474자에 불과했으며 헌법 분량의 61%에 그쳤다. 민법도 총 글자수는 34,236자에 달해 실제로 1분당 약 600자를 읽어야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셈이다. 반면 변호사 모의시험의 민사법은 70문항인데도 38,717자에 그쳤다. 1분당 350자 정도 읽어야 하는 분량으로 민법에 비해 58% 수준에 불과하다. 형법은 총 25,641자로 변호사 모의시험의 형사법(25,370자)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2008년 29,081자, 2007년 28,293자, 2006년 29,653자에 달했다. 70분에 이 정도 분량의 문제를 읽기 위해서는 속독을 배우거나 문제를 푸는 스킬을 익히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평이하면서도 지문이 짧은 문제를 통해서 응시자들의 실력을 충분히 평가하고 검증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무조건 지문이 길다고 변별력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사법시험의 출제방식이 법학의 기본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력을 측정하는 데 초점을 둔다면 굳이 지금과 같은 과다한 분량은 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다. 현재 사법시험의 문제 분량이 과도하게 늘어난 주된 이유는 어떤 재판례를 알고 있는지 여부를 측정하는 문제 중심으로 출제되었기 때문이다. 정답 시비를 피하기 위하여 판결요지를 그대로 인용하는 방식 위주로 출제한 탓이다. 이러한 출제방식은 문제의 지문을 지나치게 길어지게 만들고, 결국 판례에 대한 암기량을 측정하게 되어 수험생들도 방대한 판례까지 공부해야만 하는 부담이 뒤따랐다.

따라서 출제위원들이 지문을 짧게 하면서도 변별력을 갖출 수 있는 문제 출제 능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 또 출제의 방향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전형적인 분쟁유형을 중심으로 확립된 판례와 정립된 학설을 통하여 법률지식의 이해 정도 및 적용능력을 측정하는데 초점을 둬야 한다. 즉 기초적인 법률지식을 '제대로' 이해하여야 풀 수 있고 이해하였다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문이나 판례의 요지를 그대로 출제하는 방식 또는 지엽적이거나 1회성 재판례를 출제하는 방식은 마땅히 지양되어야 한다. 아울러 '속기록 시험', '순발력 테스트'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과목당 총 글자수를 25,000자 이내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법률저널이 시행한 제1회 전국모의고사에서 형법의 총 글자수가 20,090자에 불과했지만 응시한 수험생들은 가장 어려웠다는 반응이었고 실제로도 가장 점수가 낮게 나타났다. 이는 짧은 지문이지만 충분히 변별력을 갖춘 문제를 출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미국 변호사시험(MBE) 문제처럼 지문에 결론과 이유를 제시하는 형태로 출제하면 간단하면서도 사법시험으로서의 품격을 지킬 수 있다.   

현재 사법시험의 난도가 지나치게 높고 지문이 과다하다는데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올해부터 적절한 난도와 지문의 길이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사법시험은 성적순으로 자르는 시험이기에 공정하고 형평성 있게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난이도 조정이 더욱 요구되는 것이다. 더 이상 시간에 쫓겨 '찍었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법무부와 출제위원은 지난해 시험의 결과를 반면교사로 삼아 진정 시험의 목적에 맞는 실력을 갖춘 사람이 합격할 수 있도록 출제방향을 정하는데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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