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적성시험, 이름을 바꿔야 성공한다
상태바
법학적성시험, 이름을 바꿔야 성공한다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10.01.29 13: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석모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미국변호사
 
이미 두 차례나 시행된 바 있는 법학적성시험(LEET)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법이다. 우선, 법학적성시험은 그 이름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 시험이 제대로 법학적성을 측정하고 있느냐?”하는 질타에 시달리며 심지어는 무용론에 폐지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법학적성을 측정하는 시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름에 “법학적성”이라는 단어가 포함되는 바람에 생긴 문제다. 그래서 필자는 “법학적성시험”이라는 이름에서 “적성”이라는 단어를 빼고 다른 이름을 붙여 “법학적성”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끝냈으면 한다.


“적성”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에 알맞은 성질이나 적응 능력. 또는 그와 같은 소질이나 성격”이다. 결국 “법학적성”이란 “법조인이 되기에 알맞은 성질이나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로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법학적성을 가장 잘 측정할 수 있는 시험은 현행 사법고시 또는 로스쿨 졸업 후에 보는 변호사 시험이 아닐까? 로스쿨은 법학적성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적성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여 법학적성을 길러주는 곳이다. 로스쿨이 도입되기 전에 언제 법과대학 지원자의 법학적성을 측정하여 선발한 적이 있는가? 역사적으로 보면 본고사, 예비고사, 학력고사, 내신, 수능 성적으로 법대생들을 선발해 왔고, 그들이 세계적으로 어렵기로 소문난 사법고시에 합격했고 우리나라 법조계를 이만큼 이끌어 왔다. 로스쿨 학생을 선발하는데 법학적성을 측정할 필요도 없고, 법학적성시험이라 불리는 LEET는 그 이름에도 불구하고 법학적성을 측정하는 시험도 아니다.


그럼 LEET의 용도는 무엇인가? LEET는 미국에서 시행되는 LSAT(Law School Admission Test)이라는 시험을 벤치마킹 한 것이며, 그래서 두 시험의 문제 유형도 비슷하다. 미국의 LSAT이라는 이름에는 “적성”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지 않다. 글자 그대로 “로스쿨 입학시험”일 뿐이다. 미국에서 1948년에 이 시험이 시작된 것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전국 50개 주의 4,000여개 대학(2004년도 통계)에서 올라오는 로스쿨 입학지원서 상에서 학부성적을 서로 비교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고 변별력도 없었다. 그래서 전국 200여개 로스쿨(1948년에는 이보다 적은 수였을 것이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모든 학생들에게 표준화된 테스트를 치르게 하면 그 성적으로 상호 비교가 가능할 것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졌고 그 산물이 LSAT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치르는 수능 같은 시험인 셈이다. 그렇다고 LSAT 과목을 언어/수학/외국어/사회/과학 같은 과목으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각 로스쿨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변호사가 되기에 필요한 자질 중 언어이해력, 논리력, 추리력 같은 영역을 측정하기로 한 것이다. 그 후 60여 년 동안 LSAT는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도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여 미국 로스쿨 입학전형의 중요한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LEET 성적이 법학적성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느니 없느니를 더 이상 따지지 말자. LSAT과 비슷한 취지의 시험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용도로 활용하면 나름대로 객관적이고 표준화된 신뢰할 만한 평가 기준인 것은 확실하다. 학교마다 다른 기준으로 산출된 학부성적, 외국 거주 경험자에게 유리한 외국어성적, 30분도 안 되는 대면으로 결정 나는데다가 면접인에 따라 들쭉날쭉한 면접성적보다는 LEET 성적이 더 신뢰할 수 있는 지표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로스쿨 제도를 흉내 내고 있는 미국에서 로스쿨과 함께 60여 년간 산전수전 겪으면서 정착해 온 평가 방법이라면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미국과 법체계가 달라서 LEET는 우리 실정에 안 맞는 것일까? 그렇다면, 로스쿨 제도도 태생적으로 우리 실정에 안 맞는 것 아닌가? 지금은 그런 문제를 논의할 시점은 지났다. 수많은 논란을 거쳐 시작된 제도다. 이제는 로스쿨 제도의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고, 법학적성시험은 이름이라도 바꾸어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우고 입학전형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도록 밀어줄 때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