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 인재, 판검사로만 갈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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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연수원 인재, 판검사로만 갈건가
  • 법률저널
  • 승인 2010.01.15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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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이 사법연수원 수료식이 열렸다. 지난 2년 간의 힘든 연수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법조인으로서 당당한 첫발을 내딛게 된 수료생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사법시험 준비도 그렇지만 사법연수원 생활이 더 어렵다는 신고(辛苦)의 과정을 이겨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축하와 격려는 당연하다. 사법시험을 목표로 법전과 씨름 한 지 몇 해만에 법조인이 되기 위한 준비과정을 모두 마치고 고된 땀방울과 진한 추억이 녹아 있는 사법연수원을 떠나 이제 법조인으로서의 첫걸음 내딛게 되었으니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그러나 한편에선 수료식 분위기가 전례없이 무거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8일 기준으로 전체 수료생 978명 중 취업대상인원(790명) 대비 절반에 가까운 44.4%(351명)가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연수원을 나섰다는 점이다. 변호사 업계가 무한경쟁에 돌입한 마당에 전 세계에 몰아닥친 불황과 경기침체로 대대적인 기업구조조정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기수'라는 말까지 들릴 정도로 그 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다. 특히 우리 법조계가 겪고 있는 대내외적인 급격한 변화는 새로이 법조 인생을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수료 시점을 기준으로 '취업한파'라고 언론들이 호들갑을 떨지만 상반기쯤이면 거의 대부분이 취업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률가들이 제공하여야 할 서비스의 영역은 송무 분야에 국한된 아니라 활동영역은 무한히 열려있어 기회도 그만큼 많다. 일부에선 법조인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고 심지어 법조인의 위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급격하게 지식기반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걸맞지 않은 과거에 바탕을 둔 사고방식에 불과하다. 연수원을 수료하면 모두 판사·검사·변호사라는 '법조 삼륜'의 한 축이 되어 송무에 전념하였던 단순한 시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법조인상도 지식기반사회에 적합한 새로운 법조인상이다. 이제는 지식과 정보의 생산, 유통, 이용과 관련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제조업과 연구기관 등에서 산출되는 각종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금융업이나 그 밖의 어떠한 서비스업에 대해서도 그에 맞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예술, 문화, 체육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법률가들이 관여하여야 할 분야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으며, 그 역할도 더욱 적극적인 것으로 변해가고 있다. 법률시장개방, 첨단산업, 환경문제, 국제거래의 활성화, 해양·보험·기업사건의 증가 등 이전에는 특화되지 않았던 분야의 성장으로 법률시장의 규모 역시 날로 커져가고 있음을 주의 깊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보다 멀리 보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트렌드를 파악하여 진취적인 자세로 새로운 전문분야를 개척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사법연수원 성적우수자들이 판검사로 집중하는 것은 한번쯤 되짚어볼 일이다. 우수한 법조인이 마냥 판검사만 꿈꾸는 법조계는 과연 희망이 있을까. 법관이 되고 검사가 되는 일도 보람된 일 수 있지만 변호사가 되어 더 큰 세상으로 커다란 날개를 펴는 것도 개인뿐만 아니라 국익을 위해 더 나은 길이 아닌가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법조 영역에서도 국경의 의미가 사라지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어 '우물 안의 엘리트'보다 '우물 밖의 개구리'가 더욱 장려돼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국제적 지위의 향상에 걸맞게 국제기구에 더욱 활발히 진출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글로벌 법률시장에서도 법조인의 역할도 자못 크다 할 것이다.  

사법시험 합격이 곧 평생의 직업보장과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의미하던 시대는 지났다.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해 낭패감을 느낀다면 한번쯤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발상을 바꾼 사람들에게 고난은 항상 축복의 다른 이름이었다. 현실에 안주하거나 좌절하는 대신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넓고 긴 안목을 가지고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로 법조의 새 영역을 열어나간다면 값진 결실을 가져올 축복의 씨앗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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