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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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의 열정
  • 오사라
  • 승인 2010.01.15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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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 Oh 한국외대/전 미국 지방법원 Commissioner (Magistrate)

 

날씨는 춥고 새하얀 눈은 포근히 땅을 덮었지만, 신림동에는 오늘도 고시 공부에 전념하는 학생들의 열정이 뜨겁게 활활 타오른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법조인의 열정이란 과연 무엇일까. 법정에 나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려고 혼신을 불태우는 경쟁심 정도일까? 세상이 알아주는 유명 로펌의 파트너로 승진하거나 판검사의 옷을 입으려고 쌓는 현실적 노력을 말하는 것일까? 사회의 약자를 돕고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Grassroot 이데올로기를 일컫는 것일까? 그런데 이성적 인간 법조인에게 열정이란 단어가 도대체 어울리기나 하는 표현인가? 이성과 열정은 완전히 반대가 되는 개념이 아닌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Whereas the law is passionless, passion must sway the heart of man”이라고 했다. 법이란 과연 100% 인간의 이성(Reason)으로만 창출된 산물일까. 아무래도 그렇다고 느끼는 법조인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오늘날 선진국의 법조인들은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실수 없는 표정과 제스처를 대중 앞에서 잘 연출해 낸다. 자신이 고급 엘리트라고 생각할수록, 고위직 신분이라고 느낄수록 그런 경향을 더욱 강하게 보인다. 마치 따뜻하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인다면, 히히 웃는 얼굴을 어쩌다 들킨다면, 고상한 법조인의 이미지가 흐려질까 봐 무의식적으로 두려워하는 듯하다. 이는 옛 유교적 사대주의 선비사상이나 유럽 중세시대 가부장제도와 거리가 멀지 않다. 역사적으로 선비가 크게 깔깔 웃는 것은 경박하다고 했고, 귀족출신의 남성 정치인이 사람들 앞에서 함부로 감정을 드러내 보이는 것은 불경하다고 하였던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감수성은 여성의 소유물로서 약한 마음가짐의 표현으로 알려져 왔다. 움베르또 에꼬의 “Il Nome della Rosa”에는 희곡(Comedia), 즉 인간의 자연스러운 웃음을 극찬한 고대 문헌이 뭇사람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고 연쇄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도서관 수도승의 범죄행각 이야기가 나온다. 비록 14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지만, Feeling이 점점 메말라가는 현대 전문직 법조인에게 뜨겁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있다. 웃어라. 인간적인 감정과 열정을 두려워하지 말자. 법조인도 사람이다.  

 

인류의 이성적 대업과 발전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 뒤에는 강렬하게 불타는 열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래서 독일의 헤벨이 “Nothing great in the world has ever been accomplished without passion”이라고 말했고, 존 맥스웰은 신랄하게 “큰 인물의 대 야망을 이루는 힘은 그의 Position에서 파생되는 것이 아니고 그 인간성의 Passion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큰 인물은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에 남다른 감정과 열정을 가지고 임한다. 그만큼 남보다 큰 Risk를 걸고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대시를 한다.

 

단순히 시스템이 원래 예전부터 그래 왔다고 해서, 또는 다른 사람도 모두 그렇게 하니까, 아니면 선임을 따르는 것이 그냥 편하다고 해서, 직위와 명분에 꽁꽁 손발이 묶인 속박된 삶을 살지 말자. 자유를 사랑하는 법조인이라면 생각과 말은 물론 표현도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할 자신이 있어야 한다. 일본에 “튀어나온 못은 결국 망치로 때려 맞는다”는 옛 속담이 있다. 단체의 결속력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구조에서 물론 일관성은 필요하다. 그러나 만일 리더를 꿈꾸는 이가 길을 헤쳐 나갈 도전조차 뜨겁게 하지 않는다면 대업은 이룰 길이 없는 것이다.

 

표현과 커뮤니케이션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오늘날, 냉동고에서 며칠 얼렸다가 나온 듯한 차가운 말과 딱딱하게 굳은 행동은 과연 Old Fashion이 아닐 수 없다. 특별히 현대의 여성 법조인들은 구시대적 관습들을 과감히 깨고, 앞날을 이끄는 밝은 리더로서 새로운 문화의 장을 여는 유연한 표현을 보여주는데 앞장을 서자. 법조인으로서 사회의 공감을 끌어내어 보자. 이제는 외교정치에 있어서도 Flexiblity가 강조되는 소프트 파워가 더 잘 나가는 세상이 아닌가. 어느덧 2010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담대하게 큰 꿈을 품고 현실로 이루도록 노력하자. Be passionate!!!   

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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