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 교수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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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교수의 세상의 창
  • 법률저널
  • 승인 2010.01.1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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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변호사/시인

 

우리는 언제나 실질을 보아야 한다!

 

아이티 공화국에서 진도 7의 강진이 발생하여 수천 명이 무너진 건물 등에 파묻혀 죽음을 맞이했다. 대통령궁마저 무너져 내렸다고 하니 그 강진의 정도를 능히 짐작할 수 있겠다. 해마다 허리케인 등의 자연재해로 수많은 목숨을 잃고 있는 인구 900만 명의 아이티에서 지진까지 발생하여 피해를 확대하였으니 참으로 안타깝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희생자가 얼마가 될지 아직 숫자 파악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한다. 수천 명이 될지 수만 명이 될지 모를 지경이라고 한다. 얼마 전, 먹을거리가 없어 진흙으로 만든 쿠키를 먹고서라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아이티의 참혹한 현실을 보도를 통해 접하면서 가슴 속으로부터 눈물을 흘렸던 적이 있었다. 먹을거리가 없어 진흙에 소금을 넣어 말린 진흙쿠키, 아니 흙을 먹거리로 먹어야 하는 아이티 국민, 그 퀭한 눈빛에서 보아야 했던 절망감과 상실감은 티브이를 시청하면서 그 나라의 위정자들에게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민의 75%가 하루 2달러 미만의 적은 수입으로 간신히 연명해 가고 있는 세계최빈국, 아이티에 지진까지 발생하여 수많은 생명이 죽어나가니 신은 왜 이리 불공평한지 모르겠다. 다 자업자득인가?


카리브 연안의 아름다운 섬나라, 아이티는 1492년 콜럼버스가 첫 상륙한 에스파뇰라섬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자연경관이 빼어난 아름다운 나라이다. 하나의 섬을 도미니카 공화국과 나누어 국경을 이루고 있다. 아이티는, 프랑스 점령 하에 있을 18세기 당시 노예노동일망정 사탕산업으로 카리브해 지역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중의 하나였다고 한다. 그리고 1804년 노예혁명을 통해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중남미 국가 중 최초의 독립국가라는 자부심을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30여년 간의 뒤발리에 독재정권 통치를 거치면서 부의 분배가 잘못되기 시작하여 지금도 군부독재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나라, 현재는 최빈국으로 전락하여 빈민들이 진흙쿠키를 먹고 살아야 할 정도로 가난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


세계곡물상들의 농간으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고가의 곡물가를 감당해내지 못해 가난한 국가들은 곡식을 살 돈이 없고, 그리하여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는 현실은 풍요 속의 빈곤, 풍요 속의 기아라는 현대판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 한 쪽에서는 먹을거리가 남아돌아 쓰레기가 되고 있는데 한 쪽에서는 진흙쿠키 이외에는 먹을 게 없어 배를 굶주려야 하는 21세기의 지구는 병이 깊어도 보통 깊은 것이 아니다.


지금 세계 유가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우리처럼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비산유국으로서는 국제적 지배력을 가진 정유업체와 석유판매상들의 가격 농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환율이 낮아져 어느 정도 유류가의 인상폭을 억제하고 있지만, 유류가는 30% 이상이 오르는데, 환율은 3% 정도 낮아지는 정도이니 힘들기는 마찬가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아우성은 우리라고 아이티와 별반 다를바 없는 실정이다. 


필자는 지난 해 9월 4일자 본보를 통해 “세계를 공포분위기로 몰아넣은 신종 플루에 대하여, 그 처방약인 타미플루를 생산하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자사 제품을 비싼 가격에 팔아먹기 위한 유언비어성 공포조장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요지의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세계보건기구(WHO)의 파넬라 샤이브 대변인이 지난 12일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신종 플루 대응에 대한 독립적인 사후평가 작업을 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비판과 함께 그 문제를 토의하는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발표함으로써 신종 인플루엔자(H1N1) 대유행 대응과 관련해 사후평가 작업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였다. WHO가 신종 플루 대유행을 선언하면서 제약업계와 결탁했다는 음모론이 제기되며 파문이 확산되자 이를 수습하려는 차원이기는 하지만, 지난 11일 볼프강 보다르크 유럽회의 의원총회(PACE) 보건분과위원장이 “신종 플루 대유행의 헛소문을 퍼뜨림으로써 예방백신을 팔아 막대한 이익을 챙기려는 제약사들이 주도한 ‘금세기 최대의 의학 스캔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며 조사를 요청한 것에 대한 WHO의 공식반응인 셈이니 지켜볼 일이다. 신종 플루 사망자가 매년 발생하는 보통의 독감 사망자보다 훨씬 적었다는 통계가 나온 후에 위와 같은 음모론이 현실성을 갖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보다르크의 조사 요청에 따라 47개 유럽 국가 정부 간 협력기구인 유럽회의가 이달 말 긴급회의를 열어 제약회사들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 결과를 기다려볼 일이다.


필자는 이미 본보를 통해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고 온 국민을 공포분위기로 몰고 가는 신종플루신드롬에 대해 다국적 제약회사의 농간은 없는 것인지, 이명박 정부가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신종 플루 문제를 과장하여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투자된 비용 대비하여 그 효과에 대하여 우리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직간접비용으로 우리나라도 수천억이 쓰여졌기 때문이다.


만일 위 음모론이 어느 정도 진실임이 밝혀진다면 우리가 얼마나 여론조작에 미약한 존재인가를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될 것이다. 거대한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자신들의 신약을 팔기 위해 엄청난 광고비를 들이고 있다. 그러는 과정에서 자기 회사에 우호적인 일부 기자들을 포섭하는 비상한 재주도 가지고 있다. 그러한 현상은 그렇게 보건복지부가 단속을 해도 우리나라 제약회사들이 자사 제품을 처방하는 의사들에 대한 거액의 리베이트 제공을 공공연히 하고 있는 현실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물론 그 중에는 청렴결백하게 리베이트를 거부하는 의사나 병원 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제약회사의 리베이트 제공사실은 하나의 불문율처럼 제도화(?)된 현상이라고까지 할 정도에 이르렀다는 것이 보고 들은 경험에서 나오는 결론이다.


이러한 현상은 제약회사의 약품 판매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국제적 판매망을 확보한 다국적 곡물상도 마찬가지이고, 석유중개상도 마찬가지이고, 금융자본가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어디에 먹이가 있는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먹이가 나타나기만 하면 하이에나처럼 나타나 살점이란 살점은 모두 뜯어먹고 뼈다귀만 앙상하게 남겨놓고 철수한다. 도대체 그 뼈다귀를 누구더러 먹으라는 것인가? 모두 개가 되어야만 한단 말인가?


지난 11일, 세종시에 대한 수정안이 나왔다.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당초의 원안은 모두 사라지고,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라는 새로운 수정안이 나온 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찬반논쟁이 뜨겁다. 여론도 조사기관에 따라 찬반의 분포도가 다른 것을 보며, 참으로 자의적인 여론조사가 이루어지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이든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이든 세종시를 만들게 되면 무조건 성공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찬성을 하는 것이나 반대를 하는 것이나 다 쓸 데 없는 짓이다. 왜냐하면 국가가 되었든 대기업이 되었든 천문학적인 돈을 세종시 건설에 쏟아 부을 것이어서 돈 놓고 돈 먹기 하는 놀음판처럼 돈이 들어간 만큼은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종시를 안 만들면 어떨까? 그것도 전혀 나빠질 것이 없다. 안 만들면 세종시에 안 들어가는 돈만큼 어딘가 다른 곳에 들어갈 것이어서 그 어딘가가 그만큼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 그 돈이 대한민국을 벗어나는가, 그래서 우주로 달아나 버리는 것인가? 아니다. 그러기 때문에 세종시를 만들든 안 만들든,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만들든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로 만들든 별로 달라질 것은 없다.


그러나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가장 큰 목적은 “서울수도권의 과밀화 해소를 통한 행정효율의 극대화”에 있다. 대한민국 인구의 반이 몰려 살고 있는 수도권의 현상황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 서울수도권에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일부가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언론과 자본, 권력을 독점하고 있어 여론형성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기에 그들의 말 한 마디가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 제대로 실상을 파악하고 있지 않은 많은 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마치 신종 플루의 위험성을 과대포장하여 헛소문을 퍼뜨림으로써 타미플루를 비싼 값에 대량으로 팔아 자신들의 배를 채운 다국적 제약회사들처럼 말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세종시에 건립할 것이 아니라면, 구태여 세종시를 건설할 필요가 없다. 거기에 들어갈 천문학적인 돈을 그냥 원래 쓸 곳에 쓰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 무엇 때문에 아등바등하며 세종시를 새로 하나 만들려고 발버둥을 쳐야 하는가?


아이티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아이티 공화국의 지진참사회복을 위한 성금모금운동이 전개되기를 바란다. 진흙쿠키가 아닌 맛있는 케이크를 아이티 공화국 아이들이 먹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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