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선행학습, 예비 입학생들 '열공'
상태바
로스쿨 선행학습, 예비 입학생들 '열공'
  • 법률저널
  • 승인 2010.01.15 11: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대 로스쿨, Pre-Session Program 통해 법학자세 강조
이론과 실무 교육, 사례와 질문 통해 리걸마인드 형성 주력

 

“상품 진열대에 놓인 A 상품의 가격이 2,000원으로 표기되어 있어 이를 보고 상품을 샀다. 그런데 주인은 5,000원이라고 한다. 그럼, 이때 진열자체가 청약이냐 아니면 계산대에서 점주와 가격을 논할 때가 청약이 되는가?”


지난 1월 11일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학관 601호. 2010학년도 로스쿨 예비 입학생 백여명이 귀를 쫑긋 기울이며 김재형 교수의 민법 강의를 경청하고 있었다.


전국 25개 로스쿨이 2010학년도 입학전형 추가합격 전형을 진행 중인 가운데 상당수 로스쿨이 이미 합격생들을 대상으로 입학 전 법학예비학습 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서울대 로스쿨 역시 지난 8일부터 오는 2월5일까지 민법1(민법총칙, 계약), 형법, 헌법, 민법2(물권, 불법행위) 과목으로 입학 전 법학강좌(Pre-Session Program)를 진행 중이다.


 

김재형 교수는 지난 8일부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민법 강의 편제를 대폭 바꾼 형태로 계약법부터 예비 입학생들에게 민법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김 교수는 계약이 이뤄지는 청약과 승낙의 법률행위에 대해 설명했다. 김 교수는 “청약은 계약을 체결하자는 제안으로서 승낙이 있으면 체결되는 구체적 의사표현”이라며 “의사표시는 총칙 중 매우 어려운 부분인데 추상적인 것보다 문제를 통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사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청약과 청약의 유인을 구분하기 위해 60년대의 전차 승차권 대법원 판례를 소개했고 더 나아가 최근 발생한 모 홈쇼핑사의 가격 오기에 대한 조정사건까지 확대하면서 민법상 착오와 사죄광고의 가부여부 등의 영역까지 범위를 넓혀 나갔다.


또 아파트 분양광고의 법적 성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과거 판례는 분양광고를 청약의 유인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계약(청약)으로 보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비록 분양의 법적 성격이 애매하지만 법원의 판례 추이를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러 법학 중에서도 민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키코, 안락사 등의 사건들이 이슈화되고 있지만 이는 형법상 문제들일수도 있지만 여기에는 의사의 해석에 무게를 두는 경우가 많다”며 민법상 의사표시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그는 또 비록 의사표시를 통해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해석상 규명할 필요가 있음도 지적했다.


그는 “가수가 음반을 낼 경우, 일정한 금액만 제시하고 나머지 사항은 언급하지 않은 경우에도 거래상의 관례, 관습 등에 따라 석명권을 사용토록 하는 경우가 있다”며 “법조문 외의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와 거래상의 관례 등도 중요한 법률관계의 요소가 된다”고 강조했다.


공직(판사)을 그만 둔 후 강단에 선 15여년 동안 객관식 문제를 한 번도 출제해 본적이 없다는 김 교수는 “실제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항상 염두에 두는 법학도로서의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며 “이제부터는 신문을 보더라도 사건을 법률적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하고 기사 모두가 법학 공부의 소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책을 빨리 읽도록 해야 하고 법학도로서의 사고의 틀도 바꿔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주문했다.


서울대 로스쿨은 입학 전 법학과정 뿐만 아니라 정규 교과과정에서도 민법과목 강의 편제는 파격적이다.


기존의 민법 강의 편제를 무색케 하는 획기적인 강의를 통해 실무와 이론을 겸한다는 로스쿨의 취지를 한껏 살릴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의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민법이론과 기본원리 및 계약의 성립을 필두로 계약체결상의 과실과 동시이행항변권, 강행법규·반사회질서 위반, 하위표시 등 민법총칙과 채권을 오가도록 독특하게 구성하고 있다.


이에 김재형 교수는 “기존의 이론 위주의 강의에서 로스쿨 제도의 취지에 걸맞게 이해와 적용 위주의 강의를 펼치고 있다”며 “지엽적이고 추상적인 이론보다 살아 숨 쉬고 실용에 적합도가 높은 강좌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1시부터는 형법과목 강좌가 이어졌다. 이상원 교수는 전날 강의 내용을 예비 입학생들에게 일일이 체크하고 중요점을 재차 확인 시킨 후 진도를 나갔다.

 

지난 한 해 동안 1기 로스쿨생들의 자질과 우수성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피알 해 왔다는 이 교수는 “로스쿨은 각자의 성공을 위해 온 곳이 아니라 법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돕고 사회 정의를 위해 입학한 것이라는 목표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국가를 위해 선택했지 개인의 영달을 위한 선택이었다면 당장 포기하는 것이 낫다”는 기본자세를 강조했다.


이 교수는 예비 입학생들에게 질문을 매우 빈번하게 던지며 강의를 진행했다. 그는 “질문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고 항상 노력해 보라. 다만 외우려고는 하지 말라”며 “형법, 형사소송법 외에 형사 관련법은 무슨 법이 있는가? 국가가 형벌을 가하는 이유는? 그럼, 법만 있으면 모든게 해결되는가? 어떻게 하면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까?”라며 질문을 넓혀갔다.


그는 이어 “최근 성범죄자에게 전자팔찌가 등장하게 됐는데, 이는 컴퓨터 등의 발전으로 예방효과가 커서 적용 중인데, 그렇다고 범죄예방에만 중점을 두어도 되는가?”라고 재차 반문했다.


이 교수는 근대계몽주의의 피고인 위주의 형벌에서 현대의 피해자 위주의 형벌로 대체되고 있음을 적시하면서 형법학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그는 타 학문과의 차별성을 강조한 뒤 “형법은 중요하고도 신성한 법이다. 형사법을 모르는 채 사형제, 전자팔찌 등을 논한다는 것은 우스운 꼴일 수 있다”며 규범학으로서의 형법의 위치를 피력했다.


아울러 그는 “이처럼 형법도 매우 중요한 법학이지만 그래도 법학의 기본은 민법”이라며 민법상의 불법행위가 형법 등 타 법학에서도 적용됨을 적시했다.


이같은 입학 전 법학강좌에 대해, 수강생 김 모 예비 입학생은 “경제학도 출신으로서 무척 도움이 된다”며 “민법의 경우, 흔히 일상에서 종종 접했던 용어들이 나오지만 이렇게 직접 예비 법학도가 되어 민법을 공부한다게 재미있고 또 매우 세밀하게 잘 가르쳐 줘 이해가 잘 된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형법에 대해서도 “형법은 워낙 생소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교수님이 수업 중 질문을 통해 종종 리걸마인드 형성을 유도해줘 유익하다”며 “첫회 강의에서는 이 교수님이 보호적 기능을 설명하신 후 보장적 기능이 무엇인지 유추해 보라며 종용하시기도 했다. 이렇게 해야 법학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교수님의 취지에 백분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한 학생은 “법학과 전혀 무관한 의학전공이지만 이틀간 강의를 들은 결과, 무척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고 귀띔했다.


한편, 서울대 로스쿨과 같은 입학 전 법학선행학습은 법률저널이 확인한 결과, 25개 로스쿨 중 1개교를 제외한 모든 로스쿨이 운영 중이거나 조만간 개설할 예정이다.

 

 

이성진 기자 desk@lec.co.kr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