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변호사의 형사교실]성범죄에서의 피고인과 피해자의 상반된 주장(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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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변호사의 형사교실]성범죄에서의 피고인과 피해자의 상반된 주장(끝)
  • 법률저널
  • 승인 2009.12.3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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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법무법인 세인  변호사

 

지난호에 이어

 

피고인의 어머니에 대한 증언을 통해 피고인의 어머니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으며 또한 피고인의 정신장애로 인해 얼마나 고통을 받았고 피고인의 치료와 바른 성장을 위해 헌신해 왔는지를 부각시키면서 당시 피고인의 어머니가 OO시설공단의 주차요금징수원으로 오후 6시까지 근무하고 자녀들의 저녁식사를 위해 저녁 6시 직후에 항상 귀가를 하고 대학생이나 회사원인 피고인의 누나 2명도 보통 저녁 7시 전에 귀가한다는 주장을 펴며 근무확인서까지 제출하였다. 피고인의 이전 사건 피해자의 엄마는 당시 오해를 하여 피해자의 아빠가 경찰신고를 하였으며 피고인이 자신의 딸을 강간하지 않았고 만일 강간하였다면 당연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어야 하지만 그런 일이 없으며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하면서 친딸의 일을 동정으로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고 증언하여 주었다. 배심원들은 더욱 피고인에게 우호적인 인상을 가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검사는 피고인이 군 생활 중에 동료 군인의 물품을 훔치는 등의 비행 관련 자료를 제시하면서 적발이 되면 정신과적 질환이 있음을 이용하지 않았느냐고 추궁을 한 후에 이전 강간사건의 증거기록에서 피고인의 자술서를 제시하며 강하게 공격하였다. 피고인이 직접 작성한 자술서에는 ‘처음 어린 피해자의 성기에 삽입이 되지 않아 못했고 그 다음에는 삽입하다가 말았고 마지막으로 삽입을 하였다’는 내용이었고 피고인이 작성한 사실을 인정하자 배심원들의 인상이 크게 굳어지는 것 같았다. 변호인이 낙담하면서도 귓속말로 피고인에게 확인하여보니 당시 경찰관들이 그렇게 쓰라고 하여 어쩔 수 없이 작성하였다는 것이었다. 이럴 어떻게 처리하여야 할지 참으로 답답하였다.

 

  마지막으로 검사는 논고에서 피고인이 당시 중학교 1학년인 피해자를 술을 사주겠다고 속이고 끌고 가서 강간을 하고도 이를 부인하여 반성하지 않고 있다면서 징역 7년을 구형하였고, 변호인은 피고인이 고교시절 계속 왕따를 당했지만 오로지 가정과 교회에서 안식을 얻고 교회전도에 적극적이었기에 피해자에게도 전도를 하려고 하였던 것이고 피해자는 피고인이 술을 사준다는 말에 따라갔다가 전도 이야기만 듣게 되자 그냥 나왔을 것으로 보이고 저녁 8시까지 피고인의 방에 있었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믿을 수가 없고 피해자가 또래 친구들 6명과 여러 친구들을 상대로 성추행까지 한 것을 보면 피고인으로부터 강간을 당한 것과 전혀 무관하게 불량학생이기 때문으로 보인다는 점, 공소사실은 일반적인 강간 피해사실과 동일하여 피해자가 진술하였다기 보다는 수사경찰관이 짐작으로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 피고인의 정신과적 질환 등으로 인해 본심과 달리 어떤 강요에 의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는 점, 피해자의 팬티에 묻은 피는 생리 등 다른 이유에 의한 것으로 보이고 세탁기를 이용하는 상황에서 일부러 팬티에 피가 묻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도 이례적이며 당시 중학생인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숨기려고 하였다면 팬티를 스스로 씻는 등으로 흔적을 남기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1년 6개월이나 지난 후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이 강간사실과 연관을 찾기 어렵다는 점, 무엇보다 피고인과 같이 심성이 약한 사람이 피해자를 여러 시간 동안 좁은 방에 가두어두고 강간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주장하며 피고인이 이제 불과 20대 초반의 청년이고 앞으로도 계속 정신과적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라며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변론하였고, 피고인도 자신은 절대로 강간한 사실이 없다고 최후진술을 하였다. 


  이어서 재판장께서는 배심원들에게 배심원설명서를 배부하고 공소사실의 요지, 사건의 쟁점, 증거법칙에 대한 유의사항, 주요 증거 내용 등을 설명하고 평의절차를 안내한 후에 저녁 7시경에 결심을 하였다.


 밤 11시경 예정된 선고는 이틀 후로 연기가 되었다. 선고연기가 된 이유는 배심원들과 재판부의 입장이 달라서 좀 더 검토가 필요하였을 수도 있고, 유죄 선고로 인해 피고인을 법정구속하여야 할 입장이지만 피고인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으며 이미 교도관들이 퇴근한 상황이어서 부득이 신병문제로 그렇게 하였을 수도 있을 것으로 추측되었다. 너무나 초조해 하는 피고인의 어머니에게는 재판부에서 보다 더 신중하게 판단하기 위하여 그런 것 같다고 위로해 주었다. 걱정한 바와 같이 이틀 후 오전에 피고인은 징역 3년이 선고되어 법정구속이 되고 말았다.


  며칠 후에 판결서를 살펴보니 피고인은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만 인정되어 징역 3년이 선고되었다. 배심원들은 강간치상죄에 대해서는 전원 무죄의견이었고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에 대해서는 배심원 4명은 유죄, 3명은 무죄 의견이었으며, 양형에 대한 의견은 징역 2년 6월 내지 3년이었다. 4대 3으로 아깝게 유죄평결이 나온 것을 보니 정말 아슬아슬하였다고 볼 수도 있고 피고인의 전력만 없었다면 무죄평결을 받았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매우 아쉽기도 하였다. 참고로 본 사건의 경우에 양형기준에 의한 권고형의 범위는 징역 2년 6월에서 4년 6월이었다.


  어쨌든 유죄 선고로 인해 피고인은 다시 강간범이고 되고 말았다. 피고인의 어머니는 아들의 법정구속 장면을 보고 거의 실신을 할 정도였고 너무나 울어서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항소장을 제출하였지만 피해자와의 합의가 없다면 1심의 판결내용이 바뀌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일반 재판을 받았다면 너무나 당연히 유죄판결이 예상되었지만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4대3의 결과를 얻게 되었다고 본다. 4대 3의 의미는 결국 유죄와 무죄의 판단이 쉽지 않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 사건을 보는 일반 국민의 보편적인 시각을 잘 나타낸 것이라고 하겠다.


  재판도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뜻에 따라서 결정되어야 함은 너무 당연한 것이고 따라서 많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국민참여재판은 계속 확대되고 종국적으로는 배심원들의 평결 결과가 곧 판결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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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변호사는...

연세대 법대 졸업, 법학박사,

수원지검 검사, 이용호 사건 특검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부교수, 연세대, 법무연수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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