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과 로스쿨 '투트랙'으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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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과 로스쿨 '투트랙'으로 가야
  • 법률저널
  • 승인 2009.12.2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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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2010학년도 합격자를 발표했다. 법률저널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비(非) 법학사 출신이 25개 로스쿨 평균 64%로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서울대의 경우 올해 비법대 출신 합격자가 108명으로 전체의 72%로 지난해보다 약간 상승했고 건국대가 지난해 이어 올해도 87.5%로 가장 높았다. 반면 동아대는 35%에 마지노선을 약간 상회하는데 그쳤다. 또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등 이른바 '빅3' 로스쿨 합격자 절반이 자교출신이었고, 지방대 로스쿨 대부분이 수도권 소재 대학 출신인 것도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SKY' 편중과 지방로스쿨의 수도권 출신 비율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내년에 입학할 2기 로스쿨 합격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로스쿨 도입 취지와는 더욱 멀어졌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양성과 지역 대학 육성과 지역특성을 살리겠다는 애초 모토는 찾기 힘들다. 우선 다양한 사회 경력을 지닌 이들이 급감했다는 것이다. 일부 특이한 경력자도 눈에 띄지만 절대 다수가 자영업자, 전업고시생, 졸업예정자, 취업준비생으로 사회 경력이 짧은 30세 이하이다. 오히려 사법시험 합격자보다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로스쿨 도입이 사법시험 못 붙고 돈 좀 있는 학부 졸업생들의 잔치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같이 젊은층 중심으로 선발한 것은 각 학교마다 앞으로 첫 번째 치러지는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다양한 사회경력이 풍부한 사람보다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젊은 인재냐가 우선 잣대가 된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지방 로스쿨에 지방대생이 없다는 점이다. 11개 지방 로스쿨 합격자 중 수도권 대학 출신은 최소 56%에서 최고 92%로 집계됐다. 합격자 중 수도권대 출신비율은 충북대가 92%로 가장 많았고 영남대 87.1%, 원광대 83.4%, 충남대 83%, 강원대 77.5%, 전남대 77.5%, 전북대 74%, 동아대 65% 등이었다. 지방 로스쿨 합격자 중 70∼80%가 수도권 대학 출신으로 지난해보다 편중이 더욱 심화된 것이다. 지방대 로스쿨 가운데 자교 출신은 일부 로스쿨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반면 서울대를 포함해 고려대와 연세대 로스쿨 등 메이저 로스쿨 합격자에는 자교 출신 비율이 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별로 로스쿨을 할당한 당초 취지는 선발부터 엇나간 것이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로스쿨을 'SKY' 출신이 점령한 점이다. 정확한 통계 수치는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올해 사법시험 합격자 가운데 이들 대학이 차지한 비율 53.4%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법시험의 경우 주요 대학의 쏠림이 점차 완화 추세이지만 로스쿨은 오히려 특정 대학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된 것이다. 결국 명문대 출신자들에게 문호만 넓혀 줘 이들 중심으로 한 연고주의가 지배해 온 법조계 카르텔을 더욱 고착시킬 것으로 보인다. 지역균형 발전과 기존의 법조 카르텔을 무너뜨리겠다며 도입했던 로스쿨이 서울의 지방 착취와 'SKY 연고주의'를 더욱 가속화하는 괴물이 된 셈이다. 사법시험이 가진 폐쇄성과 특권성을 극복하자는 것을 고려하면 문호가 더욱 넓어져야할 로스쿨이 결국 마이너들에게는 더욱 좁은 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로스쿨이 자칫 법학의 위기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염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금은 법서가 팔리지 않아 법률전문 출판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교수들도 출간에 대해 열의를 갖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덩달아 대학원 자체도 위축되면서 학문적 법학이 황폐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결국 법학의 위기가 자연스럽게 로스쿨의 위기와 결합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 법학계와 로스쿨이 양쪽 모두 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지지 않기 위해 지금쯤은 한 번쯤 고민을 좀 더 정밀하게 가져가야 할 때다. 법과대학과 법학도 살고, 로스쿨과 법조계가 살기 위해서는 사법시험을 폐지할 것이 아니라 사법시험과 로스쿨이라는 '투 트랙' 시스템으로 경쟁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법조인 양성을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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