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영 교수의 법률시론]로스쿨 면접과 로스쿨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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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영 교수의 법률시론]로스쿨 면접과 로스쿨 미래
  • 법률저널
  • 승인 2009.12.0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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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11월 21일 로스쿨 2기 면접이 끝났다. 다양한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지원했다. 영어는 기본이고, 일본어와 중국어까지 구사하는 ‘국제화’된 학생부터, 7년간 아침 영어방송을 청취했다는 학생, 10년간 일본과 미국에서 유학했다는 학생, 그리고 전문자격증을 취득한 전문가와 대기업 임원들도 면접에 참석했다. 고시공부를 하던 학생들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 왔던 사람들이다.

 

물론 고시공부를 하고 수회 1차 시험 합격을 했지만, 마무리를 못하고 로스쿨로 전향한 사람들도 있었다. “왜 왔는냐?”라는 물음에 폐쇄된 ‘골방’에 갇혀 사고하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고,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확신이 왔다고 했다. 로스쿨 면접은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사람들의 각오와 만나는 장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매우 긍정적이다. 똑똑한 인재들을 고시촌에서 빼오는 것, 또 고시촌으로 진입하는 참신한 인재를 학교로 유인하는 것이 로스쿨의 취지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사고하고, 다양하게 배우는 것이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면, 현행 로스쿨은 큰 흐름에서 기초를 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1년간 로스쿨에서는 많은 시행착오와 혼선이 있었다. 시험방식과 시험유형이 확정되지 않아 “어떻게 강의를 해야 할 것인지”, 또한 실력의 편차가 있는 경우 “어떻게 일정한 수준으로 끌어 올릴 것인지” 모두가 고민했다. 이론수업은 딱딱하고, 판례수업은 어려웠다. 때문에 수업부담은 학생과 교수에게 막중했다. 그 외 학부생들과의 갈등, 장학금 문제, 성적산출, 학사경고기준, 강제분반과 선택분반에 따른 자율성 침해 문제도 갈등의 불씨가 되었다.

 

학생들도 중심을 잃고 우왕좌왕했다. 로스쿨도 결국 고시이니까, 학원 강의의 유혹을 받았다. 선례가 없었던 로스쿨은 이처럼 학기 시작과 함께 힘들었다. 짧은 시간에 부과된 엄청난 범위의 학습량에 질리기도 했다. 또 많은 과제물에 대해 회의를 가졌다. 이것이 과연 변호사 시험에 직결되는지? 결국 신뢰와 방향, 그리고 중심이 무너지니 학회참가, 명사와의 만남, 특강, 학교 행사 등은 모두 학습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은 다시 ‘폐쇄된 공간의 고시 향수’를 강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여기에 상이한 경험을 가진 교수들의 각양각색의 공부방법도 혼돈에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로스쿨의 미래는 밝다고 본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지원자들이 의식이다. 몇몇 강사에 결국 의존하여, 자신을 극도로 통제하면서 합격에 운명을 거는 것보다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을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들이 충분히 공부할 수 있도록 교수와 행정이 얼마나 뒷받침 해 주느냐 이다. 과제는 학습방법의 통일, 강의방법의 다양화, 학생들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효과적인 지도, 학부전공을 살릴 수 있도록 특성화 강좌의 실질적 운영이 중심이 될 것이다. 기존 법대와 다르며, 학원 강좌와 차별화될 때 학교가 제 역할을 할 것이다.

 

둘째, 10년 이후 교수진이 대폭 개편된다. 현재는 실무교수와 이론교수가 섞여 각자 그들의 역할을 다하고 있지만, 세월이 가면서 이것도 학생들을 위해 서로 융합되고 통합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려하는 많은 문제점들은 정리될 것이다. 물론 그 사이 갈등과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정착 단계인 10-15년 동안 이 정도의 파장은 작은 파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셋째, 중앙 소재 로스쿨과 지방 로스쿨의 차별화는 미미해 질 것이다. 초기에는 로스쿨 서열에 관심을 쏟겠지만, 결국 전체 인원을 합쳐도 소수이기 때문에 사고의 전환이 일어날 것이다. 일부 재수와 편입을 꿈꾸는 자도 있겠지만, 이것 또한 옛날 사고에 젖은 선택일 것이다. 법학에 재미를 가지고 열정적인 교수와 만나면서 법조 인생의 깊은 의미를 느끼게 될 때 특성화 중심 로스쿨의 가치를 분명하게 확인하게 될 것이다. 로스쿨 출신자들이 실력을 갖추어 해당 지역과 세계를 무대로 자기 영역을 구축해 나갈 때, 중앙과 지방의 구별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전문성과 다양성이 주는 혜택이 될 것이다.

 

배는 항구를 출발했다. 미지의 대륙을 향해 가고 있다. 더 많은 법조인과 더 유능한 법률가를 시민들이 원한다면, 로스쿨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귀족’ 로스쿨이 되어서는 안 되며, ‘무능한’ 로스쿨이 되어서도 안 된다. 통일과 세계무역분쟁, 그리고 국내외의 특수 분야의 전문가를 위해서 로스쿨은 정착되어야 한다. 이제 법원, 검찰, 변호사협회도 미래를 향해 같이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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