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수석 합격기-"방대한 공부량 퍼즐처럼 부분을 맞춰가다 보면..."
상태바
사법시험 수석 합격기-"방대한 공부량 퍼즐처럼 부분을 맞춰가다 보면..."
  • 법률저널
  • 승인 2009.11.27 12: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재현 제51회 사법시험 수석 합격·서울대 법학과 4년

 

원래 제가 이름이 알려지고 사람들이 많이 알게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인터뷰도 전혀 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저도 많은 선배들로부터 조언을 받았었고 저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합격수기를 씁니다. 합격수기라는 것을 써본 적이 당연히 없고, 이런 것을 쓰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도 어색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분명 저보다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거나, 더 체계적인 공부방법이 있거나, 열심히 공부하신 분들이 많을 텐데도 부족한 제가 이러한 글을 쓴다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공부하는 동안 다른 사람의 합격수기를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어서 무슨 내용을 써야 할지 몰라서, 그냥 제가 1차 공부부터 쭉 공부해온 과정과 공부하면서 겪었던 문제들, 그에 대한 제 나름의 생각을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이 사람은 이렇게 공부했구나 하고 그냥 편하게 읽으시면 됩니다. 먼저 저는 공부 방법에 있어서는 특이한 길을 갔다기 보다는 대다수의 수험생들이 그렇듯이 학원 수업을 듣고, 학원 시험을 보는 길을 택했습니다.

 

"쓰리-포 합격의 꿈 접고 대학생활 즐겨"

 

2005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한 저는 지겨운 수능생활을 끝냈으니 대학 생활을 조금은 즐겨보자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1학년 여름부터 민법입문을 읽거나 테이프를 듣기 시작하는 아이들도 간혹 있었으나, 저는 애초부터 '쓰리-포'(3,4학년) 합격의 꿈은 버렸습니다.

 

지금은 3학년 때도 1차를 많이 붙지만, 그때의 저로서는 불확실한 가능성에 도전하였다가 이도 저도 아닌 대학생활을 보내는 것 보다는 차라리 1년 더 놀고 나중에 시작할 때 진지하게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신 첫 전공과목인 민법총칙 수업은 열심히 듣고, 그때 민법에 흥미를 느껴서, 지금도 민법이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기도 합니다. 2학년 2학기까지는 학교 수업만 듣고, 따로 고시 테이프나 서적을 읽지는 않았습니다. 지원림이 교수 이름인지 강사 이름인지, 이태섭이 교수 이름인지 강사 이름인지 모를 정도였으니까요.

 

이제 2학년 겨울방학(2006년)부터 테이프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지원림 책에 이태섭 테이프를 들었습니다. 원래 고3때까지만 해도 집에서 공부를 하는 체질이라 저는 집에서 혼자 민법 테이프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지, 고시공부는 기존의 공부와는 다르게 너무나 숨이 막혀 오는 공부였습니다. 스스로는 학교 민법 수업을 민총, 채각, 채총까지 들었으니 어느 정도 따라가지 않을까 생각했었으나, 테이프의 내용은 너무나 방대하였고, 하루에 테이프 6~7개를 듣더라도 끝이 없는 갯수에 당황하였습니다.

 

매일 책상에 혼자 앉아 공부를 하다가 힘들어서 밤에는 컴퓨터를 몇 시간하고, 너무 숨이 막혀 혼자 산책을 나가기도 했습니다. 원래의 목표는 처음 보는 1차 시험 전까지 헌민형 테이프를 다 듣는 것이었으나 그 목표는 조금씩 줄어들고 결국엔 채총을 듣다가 1차 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그렇게 봤던 첫 1차 시험은 당연히 모든 과목이 다 40점도 안 나오고, 심지어 헌법은 21점이 나와서 국제법보다도 낮은 점수가 나왔었습니다.

 

3학년 1학기가 되어서 재산법을 마저 다 듣고 형법은 신호진 형법요론에 테이프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항상 봄에는 공부가 잘 되지 않듯이 어수선한 분위기에 시간을 보내고, 여름방학이 되어서야 형법을 다 들었습니다. 원래는 테이프를 빨리 쭉 들은 뒤에 책을 읽을 생각이었는데, 형각부터는 이러다가 책 읽을 시간이 없겠다는 불안감이 들어, 테이프를 들으며 책도 읽었습니다.

 

형법을 다 듣고 헌법은 정회철 책에 정회철 2년 전 테이프를 들으며 책을 읽었습니다. 여름방학 때에도 집에서 공부를 했었는데, 점점 고시 공부라는 것은 집에서 혼자 하면 안되겠다는 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가족들에게는 공부의 힘든 점에 대 해서 잘 얘기하지 않았으니, 공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길이 없어서 테이프를 듣다가 공부가 안 되는 날에는 그냥 컴퓨터를 하며 하루 종일 놀아버리곤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여곡절 끝에 헌법도 테이프를 다 듣고 책을 읽은 것이 7월말쯤이라고 기억합니다. 이제 남은 것은 민법 전부 1회독과 형총 1회독이 남았는데, 한달 동안 어찌어찌 민법은 다 읽고 모강을 시작했습니다.

 

"판례-다수설-학설-요건 등 색상으로 구분"

 

2007년 9월부터 모강이 시작되어 저도 학교 '법오'(법대 5층 열람실)에 나가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모강을 한다는 것은 혼자 진도를 설정할 때와는 다른 압박이 있었습니다. 우선 열악한 열람실 상황으로 아침 8시만 조금 넘어도 좋은 칸막이와 평상 자리는 다 차버려서 아침에 일찍 오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 되었습니다.

 

저는 고시생활 내내 자취를 하지 않고 학교에서 1시간 거리의 집에서 통학을 하였는데, 나중에 시험 막바지에는 힘들어서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들과 카풀을 하여 택시를 타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모강을 다니면서 공부를 하는데, 처음에는 민법을 하며 따라가는 것에 무리가 없었습니다. 저는 이태섭 강의를 듣고 지원림 책을 보며, 이태섭 판례집을 보고, 기출도 보았습니다. 모강은 권순한 것으로 보고, 강의는 듣지 않고 시험만 보았습니다. 4시 모강을 보았는데, 아침에 학교에 와서는 기본서를 한번 쭉 보고, 그 후에 판례집과 기출을 본 뒤, 녹두에 가서 시험을 보았습니다. 돌아와서는 채점을 하고, 틀린 부분은 책에 해당 부분에 빨간 사인펜으로 표시를 했습니다.

 

나중에 모강 시험지를 다시 볼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책에 단권화를 다 한 것입니다. 그리고 책과 판례집에 없는 판례들은 해설지에서 오려서 책에 일단 다 붙였습니다. 이렇게 복습은 오래는 3시간, 짧은 날은 1시간 반~2시간에 끝나고, 그러고 그 다음 날 범위를 보면 하루가 끝났습니다.

 

민법은 밀리지 않다가, 채각 때부터 밀리기 시작하였으나,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 크게 밀리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형법은 모강은 이인규 것을 보면서 역시 시험만 봤습니다. 민법과 비슷하게 형법요론을 보고, 판례집은 따로 보지 않고 기출을 풀었습니다. 헌법은 모강을 정회철 것을 보고, 정회철 책과 정회철 판례집, 그리고 정회철 기출을 보았습니다.

 

이렇게 모강이 끝난 뒤, 밀린 시험지가 3과목 합쳐서 일주일이 안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어차피 학교 수업 듣는 것이 있어서 기말고사 보고, 그리고 모강 밀린 것 다 하고, 추석 때 못 들었던 안진우 국제법을 마저 들으니 거의 12월이 다 끝나 갔습니다. 결국 모강 후에 돌리기 시작하는 것은 12월 28일 정도가 되어, 1차를 2달 정도 남겨놓고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모강 때는 책에 표시를 시작했습니다. 색연필을 써서, 판례, 다수설, 학설, 요건 혹은 암기할 것 이렇게 구분되는 색상으로 표시를 했습니다.

 

"회독 때마다 모르는 부분 다른 색으로 표시"

 

원래는 2달동안 4회독(8-4-2-1)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시작을 했는데, 막상 읽다 보니 그것보다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그래서 민법은 8일이 아닌 거의 2주가 걸리고 다른 과목도 열흘 정도가 걸리게 되어, 계획을 3회독으로 수정하여야 했습니다.

 

모강 후 첫번째 보는 동안에는 스스로 노트를 하나 만들어서 암기할 사항을 따로 그곳에 적었습니다. 예를 들어 변제충당의 순서라든가 아니면 사전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 등 이러한 것들을 따로 노트에 썼습니다. 나중에 시험 전날에 그것만 볼 수 있게요. 그렇게 암기 노트를 만들면서 처음 회독을 넘기고, 이제 두번째 회독에 들어갔습니다.

 

제 공부 방법에서 특이한 점이라고 하면은 회독이 늘어갈 때마다 다른 색으로 표시를 했다는 점입니다. 저는 회독을 할 때마다 그 때에 잘 모르는 부분은 다른 색깔로 표시를 했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엔 다 샤프로 하다가, 모강 후에 처음 돌릴 때에는 검정 볼펜, 두 번째에는 파란 볼펜, 세 번째엔 더 진한 사인펜 이런 식으로요. 이렇게 표시를 해 두면 나중에 이틀 만에 한 과목을 보거나, 하루 만에 한 과목을 볼 때 자신이 잘 모르는 부분에 집중을 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모강 끝나고 두번째 회독 때에는 책을 보면서 기출을 풀었습니다. 그 당시에 전범위 모의고사를 보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그러한 여유는 없어서 포기했고, 최근 5개년간 기출을 뽑아서 매일 한 회씩 모의고사 보듯이 시간을 재고 풀었습니다. 그 때 기출을 풀면서도 모르는 부분은 정말 심각한 것이니 책에 표시를 했습니다. 이렇게 기출을 풀며, 민법은 거의 90점 대가 나오고 헌법이나 형법도 나쁘지 않게 나오길래 약간은 자신감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모강 후 약 3회독을 하고 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1차 시험을 보는데 헌법과 국제법이 너무 어려워서 정말 좌절했습니다. 헌법은 모르는 문제가 너무 많고, 국제법은 솔직히 거의 3분의1 정도가 확실치 않았습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마킹을 하다가 손을 너무 떨어서 두 문제 정도가 옆으로 번지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겨우겨우 넘겨서 첫 교시를 끝내고, 형법을 보는데 헌법보다는 볼만하길래 약간 기대를 가지고 문제를 풀다가, 마킹 실수를 했습니다. 머리 속이 하얗게 되어서 종료 약 3~4분전에 답안지를 바꾸어 겨우 끝냈습니다. 민법을 보는데도 헌법보다는 볼만하길래 아 이거 기대해볼만 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처음 시험을 끝내고 나왔을 때에는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집에 와서 밤에 채점을 해보니 걱정했던 국제법도 38점이고, 다른 과목들도 괜찮아서 1차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1차 공부를 하는 동안 저는 정말 힘들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매일매일 숨막히는 열람실에서 공부를 해도, 그날 목표를 달성하면 잠깐의 기쁨도 있지만 내일, 모레 계속 끝없는 공부가 있으니 삶이 참 메마르다고 느꼈습니다.

 

진도를 맞추면 다행이지 진도가 밀리는 날에는 “오늘 하루 대체 뭐한 것인가”하는 자괴감에 집에 가도 편하지가 않고, 그리고 밀린 진도는 계속 밀리며 누적되지 그것을 따라잡을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압박이 컸습니다. 공부가 빡빡하다보니 바깥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피하게 되고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하고만 연락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성격이 지나친 것일 수도 있으나, 고시 공부를 하다 보면 아주 위급한 일이 아니라면 흔들리지 않고 바깥 세상에 관심을 끊은 채 매일 꾸준히 공부를 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를 위해서는 친구의 반가운 연락도, 오랜만에 온 친구의 휴가도 갈지 말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인간관계는 공부를 시작하기 전과 달리 소원해지고, 공부 외에 다른 자신감을 얻을 곳도 없어 삶이 어두웠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공부에서 자신감을 얻기란 고시 공부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구요. 또 힘들었던 점은 이렇게 힘들었던 공부에 대해 토로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족들에게 이러한 힘듦을 말하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은 힘든 것은 다 똑같으니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고시를 하지 않는 친구들은 고시생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니 이들에게도 말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지 않고 있었던 법대 후배들에게 공부에서 느끼는 힘든 점들에 대해 투정을 부렸던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자리를 빌어 제가 투정을 부리고 괴롭히는 것을 받아준 후배와 친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단기간에 끝장내자는 마음으로 덤벼"

 

이렇게 고시 공부 자체가 힘들다 보니, 스스로 이번에 끝장을 내자는 마음으로 덤볐던 것 같습니다. 스스로 후회가 남지 않는 공부를 하여, 만약 이번에 안되면 고시 그만 두고 다른 것 해서 먹고 살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살았습니다.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것이, 고시 공부란 만약에 10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10을 단기간에 쏟아야 하는 공부인 것 같습니다. 7,8혹은 5,6이렇게 공부를 하면, 몇 년을 그렇게 해도 소용이 없고, 차라리 한번에 10만큼의 공부를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어중간한 공부를 하면 안 좋은 것이, 자기 나름대로는 놀지 않고 공부를 했다고 하는데 결국에 결과가 좋지 않다면 다시 공부를 하는 것이 상당히 힘듭니다. 차라리 맘먹고 놀았다면 진심으로 덤빈 것이 아니니 나중에 상처 없이 다시 공부를 할 수 있겠지만, 적당히 공부를 한 경우라면 다시 공부를 하자니 힘들고, 책에는 밑줄 다 그어져 있는데 보자니 막막하고, 그렇다고 처음 공부를 하는 사람들처럼 적극적으로 덤비지도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운이 좋았는지 저는 진심으로 시도하였던 1차 시험에 합격(2008년)하게 되었습니다.

 

1차 시험에 합격한 후에 이제 예비순환(2008년)이 되었는데, 저는 학교 강의를 20학점이나 듣고, 그리고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고 놀기에 정신이 없어 예비순환에는 충실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동차를 어설프게 노리려다가 예비 때 너무 힘들게 공부해서 동차가 안되고 나중에 본격적으로 해야 할 때 체력이 부족하게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고, 스스로도 동차에 대한 욕심은 없었기 때문에 지옥같을 1년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마음껏 놀아두자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예비순환은 민소를 강의만 듣고, 그리고 행정은 강의를 듣다가 다 듣지도 못하고 초시를 보러 가게 되었습니다. 초시를 보러 가서는 사실 형소는 학교 수업도 듣지 않고 강의도 듣지 않아 전혀 몰랐으나, 그래도 모든 과목을 정해진 시간을 맞춰 채우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책도 안보고 단지 법무부 법전을 얻으려는 목적에서 가서 봤으나 대충 쓰고 엎드려 자는 일 없이 나름대로 고생을 했기 때문인지 7법 중에 민법과 형법은 면과락하였습니다.

 

1순환을 시작하여, 학교에 나와서 공부를 하였습니다. 로스쿨 공사 때문에 학교가 어수선하여 여기저기 법대 열람실들을 옮겨 다니며 공부를 하였습니다. 2차 교재는 민소 이시윤+이창한 사례, 상법 김혁붕+황의영 사례, 형소 이재상 교재+사례(이지민 강의), 행정 박균성 교재+김연태 사례, 형법 송헌철+이케바, 민법 교안(윤동환 강의), 헌법 정회철 단문사례 이렇게 보았습니다.

 

저는 1순환 때에는 같은 반 5명이 스터디를 구성하여, 다같이 인터넷 강의를 듣고, 선배에게 시험문제 출제와 답안지 작성 첨삭을 하는 스터디 매니저를 부탁드렸습니다. 그리고 스터디원들끼리 사례집 스터디를 하기로 하여 돌아가며 사례 내용을 발제하는 식으로 스터디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스터디는 첫 두 과목인 상법과 민소까지는 어느 정도 유지가 되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진도가 점점 밀리게 되어 나중에는 유명무실하게 되었습니다.

 

사례 스터디는 민소를 끝으로 그만두었고, 시험을 보는 스터디도 행정과 형소까지는 하였으나, 그 이후로 기본 3법은 하지 못하였습니다. 스터디의 필요성에 대하여는 개인적으로는, 사례 스터디는 다들 많이 하지만 계륵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스터디를 한다고 적극적으로 남는 것이 있다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을 통해 진도를 밀리지 않는다는 진도 강제의 효과가 있는 정도 같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본말이 전도되어 기본서도 못 보는데 사례집을 보느라 바쁘면 안되겠지요. 만약 스터디 없이도 혼자 사례집을 다 볼 자신이 있으시면 안 해도 무방하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다들 할 수 없이 사례 스터디를 하는 듯 합니다. 시험 스터디의 경우에는 학원에서 실강이나 비디오를 들으면서 하는 경우라면 하지 않아도 무방하나(물론 학원 첨삭보다 선배들이 해주는 스터디가 더 성의가 있겠으나),

 

인강을 듣는 경우라면 답안지 쓸 기회가 없으니 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1순환 때는 답안지 쓸 때 시간 제한 없이 썼습니다. 그리고 사례집은 첫 두 과목은 보고, 셋째 과목 형소는 강의 때 언급하는 것만 보았고 그 뒤로는 손도 못댔습니다. 심지어 마지막 과목 헌법은 강의도 3분의 2정도만 듣고 책은 읽지도 못하고 2순환에 돌입했는데, 그래서 헌법은 수험 생활 내내 불안함이 남아 있었습니다.

 

"모든 과목 기본서에 단권화 노력"

 

그렇게 1순환을 넘기고 2순환을 시작하였습니다. 듣기로는 요즘엔 학원마다 스케쥴이 달라서 2순환이 주5일이 아닌 곳도 있다던데 제 때에는 주5일이라 편했던 것 같습니다. 주6일의 경우에는 하루 밀리면 휴일이 위협받게 되지만, 주5일의 경우에는 공부하는 날에 살짝 밀려도, 주중 하루에 보충을 하고 나면 여전히 휴일은 온전히 쉴 수 있어 좋았습니다.

 

2순환부터는 강의를 듣지 않고 학원에 시험만 보러 갔습니다. 어떻게 보면 2순환이나 3순환은 1차와 비교하면 모강과 같다고 생각을 하는데, 모강 때 공부하는 것처럼 하루 진도를 쭉 읽고, 그 다음에 해당하는 사례집을 푼 다음에 학원 가서 답안지를 작성하고 돌아와서 해설을 보며 복습을 하였습니다. 저는 최대한 모든 과목을 기본서에 단권화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사례집에만 있는 내용은 사례집에 표시를 해놓고 포스트잇 등을 붙여 그 부분을 교과서처럼 보았고, 사례집과 기본서에 다 없는 내용이 모의고사에 나오면 그냥 그 부분 해설을 오려서 책에 붙였습니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책에 옮겨 적기도 했습니다. 선배에게 배운 대로 1차 때처럼 쟁점(하늘색), 판례(분홍색), 다수설(초록색), 학설(주황색), 요건,목차(노란색) 이런 식으로 책에 색연필로 표시를 하였습니다.

 

처음 2차 공부가 어려웠던 것이 교수 기본서로 보는 과목의 경우에 학원 강사 프린트물이 무한하게 많아 이를 다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난감했었는데 저는 그냥 나중에 뗄 것을 생각하고 그냥 다 붙여버리는 길을 택했습니다. 2순환 때에는 학원에 가서 모의고사를 볼 때에는 60분에 10분을 추가하여 70분 이내에는 작성하도록 노력했습니다.

 

2순환 때에도 스터디를 했었는데, 사례 스터디를 밥먹고 20분 정도 했습니다. 과목은 형법과 헌법을 하여, 발제를 맡은 사람이 간략히 그 사례의 목차에 대하여 설명하는 식으로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헌법은 스스로 외워야 할 내용이 많아서 그런지 큰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민법이나 형법은 시간이 나신다면 밥 먹고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스터디를 한다면 좋을 듯합니다. 2순환 때에는 저는 제대로 보지 못했던 사례집을 한번은 보는 것에 중점을 두었고, 다행히 1순환 때 사례를 못 보았던 과목들도 2순환 때는 한번은 볼 수 있었습니다.

 

"항상 실전이라고 생각하고 답안 써"

 

3순환을 시작하였는데, 3순환부터는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2순환 때까지는 1차를 공부하는 사람들도 주변에 있으니 다같이 공부하는 분위기인데, 3순환은 봄이 되면서 학교에는 신입생들도 들어오고, 막 1차를 보고 난 예비순환생들은 여유롭고, 게다가 올해는 로스쿨생들이 처음으로 들어온 때라 더더욱 정신이 없었습니다.

 

특히 사시생들을 위한 학교측의 배려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학교에서 같이 공부하던 2차생들은 다같이 힘들었습니다. 객관적으로 공부가 힘든 것도 있지만 그뿐 아니라 남들이 다 놀고 있으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듯이, 꽃 피고 따뜻해지는 봄에 빡빡한 3순환 공부를 하자니 세상에서 혼자만 공부하는 기분이 들어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제 성격이 밥을 혼자 먹느니 굶자는 성격이라 힘든 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같이 밥을 먹고 서로 의지하는 고마운 친구들이 있어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해낼 수 있었던 것도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 덕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1,2순환 때에도 같이 밥 먹고 학원 다니며 때로는 공부에 대한 궁금증을 토론하기도 했던 친구가 큰 힘이 되었듯이, 3순환 때에도 저를 정말 모든 곳에서 도와주고, 비슷한 고민을 나누며 의지했던 친구가 있었기에 ‘혼자만 공부하는 것 같은 느낌’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3순환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나중에 4-2-1 시간 확보를 위해서는 아침반으로 옮기는 것이 좋다는 선배의 말에 따라 1,2순환 때에는 오후,저녁반이었는데, 2순환 끝나는 시점에 약간 무리를 하여 3순환부터는 8시 아침반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날에 해당 범위를 다 공부하는 것이 달라졌고, 사례집을 풀어본 뒤에 학원 가서 모의고사를 푸는 점은 똑같았습니다. (역시 강의는 듣지 않았습니다.)

 

3순환 때에는 120분, 혹은 60분에 맞춰 실전처럼 풀었습니다. 간혹 보면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시험을 보지 않고 가버리거나 책을 보고 적는 분들도 있던데 저는 항상 실전이라고 생각하고 모르는 내용이 나와서 소설을 쓰는 한이 있더라도 직접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3순환을 하는 동안에도 스터디를 했고, 큰 도움이 된 듯합니다.

 

역시 사례 스터디를 했는데, 1,2순환 때와는 다르게 선배의 조언대로 민법을 암기 위주로 했습니다. 발제자 한 명이 쟁점에 대하여 학설을 물어보면 다른 사람이 대답하고, 판례를 물어보면 구체적인 판례 문구를 또 다른 사람이 대답하는 식으로 특히 판례를 암기하는 식으로 공부했더니, 매일 30분 정도 시간이 들어가긴 했으나 민법 공부에는 큰 도움이 된 듯합니다.

 

이렇게 3순환을 넘기고, 4-2-1로 들어가서는 이제 모의고사도 보지 않고 기본서를 보았습니다. 다만 감각이 떨어지는 문제는 이제 사시 기출을 최근 4개년 정도를 한과목이 끝난 후에 목차만 짜보는 식으로 풀어보았습니다.(시간이 허락한다면 직접 써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제가 3순환부터 했던 작업은 3순환부터는 책을 바로 읽지 않고 쟁점 표시된 것을 보고 먼저 학설과 판례를 먼저 떠올린 뒤 그 다음에 제대로 암기가 되었나 책을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판례 문구와 요건도 마찬가지구요. 내용을 먼저 보기 전에 스스로 떠올리고, 다시 부족한 부분은 책에 표시하고 암기했습니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각 회독 때마다 못 외운 부분을 다른 색깔로 표시하여 마찬가지로 하루에 한과목씩 볼 때나 마지막 날에는 그 부분만을 위주로 보았습니다. 판례나 요건 등도 두문자를 따서 외웠던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고시 공부에서 꾸준함이 중요"

 

대충 시간 순으로는 말씀을 드린 것 같고 일반적인 얘기 하나만 하면, 고시 공부에서 중요한 것은 꾸준함인 듯합니다. 책을 한번 싹 읽고 다 기억하는 천재적인 사람이 아닌지라, 하루에 10시간씩 책을 읽어야 하는데, 하루 열심히 하고 다음날 느슨해지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매일매일 꾸준히 공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러한 공부가 숨막히고, 돌아서면 기억이 안 나고 자신에 대한 불신만이 늘어갈 수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커다란 공부의 양에서 퍼즐처럼 부분을 맞춰가다 보면 시험 당일이 되면 공부했던 시간들이 자신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저는 꼭 지켰던 것이 4-2-1 정도로 시험 막바지 때가 아니라면, 일주일에 하루는 꼭 쉰다는 점이었습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매일 공부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데, 쉬는 날을 정하지 않고 의욕에 넘쳐 공부를 하다 보면, 처음 일주일이나 2주 정도야 연이어 공부를 할 수 있겠지만,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주말이 아닌 평일에 너무 힘들어 무너집니다.

 

스스로 한번 그렇게 공부하는 날에 무너지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하루 정해서 쉬는 사람보다도 더 자주 아무 때나 쉬고 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느니 차라리 공부하는 날과 쉬는 날을 명확히 구분하고, 공부하는 곳(학교, 독서실)과 쉬는 곳(집)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나은 것 같습니다. 황금 같은 쉬는 날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공부하는 날에는 필사적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나 빼앗길 휴일이 없다면, 공부하는 날에도 그냥 해이해지기 쉽습니다.

 

공부 얘기만 했는데도 2년여 간의 생활을 담으려니 글이 이렇게 길어졌네요. 부족한 저의 별 내용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쓰는 감사의 말은 간략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긴 수험생활 동안 마음 고생하시고 저를 격려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기 공부하는 것 말고는 딱히 효도도 못한 아들이라 죄송하고, 사랑합니다. 그리고 저 때문에 괜히 같이 고시생 분위기를 느꼈던 동생에게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같이 1차 때 공부했던 친구들, 1순환, 2순환을 같이 이겨냈던 친구들, 그리고 3순환과 끝까지 함께한 친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같이 연수원에서도 공부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그리고 저의 고민들을 들어주고 힘든 시간, 즐거운 시간을 함께해 준 친구들, 힘들다는 푸념을 들어준 후배들, 공부 방법과 모든 것에 대해 조언을 해주신 선배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시험이 끝나고 불안해하던 저에게 큰 힘이 되어준 따뜻한 사람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