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차 합격기- 스스로 구원할 수 없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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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차 합격기- 스스로 구원할 수 없을 때
  • 법률저널
  • 승인 2009.11.27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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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익 제51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대 졸(생명과학).미국 퍼듀대학 박사과정 수학(뇌과학)

 

Ⅰ 시작하면서

 

고통이라도 결과가 좋다면 지나간 모든 것은 아름답게 기억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 합니다. 법학과는 거리가 먼 세계있다가 사법시험에 도전하여 천우신조로 지뢰밭을 지나온 경험에 대해서 몇 자 적고자 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당시에는 등골 오싹했던 경험을  진솔하게 말하고 싶지만  행여나 저를 미화하거나 교만한  글이 되어 강호무림에 누가 되지 않을 지 걱정이 됩니다. 고통 없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라는 안철수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서 저의 경험이 조금이라도 여러분의 여정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Ⅱ 파도가 계속 밀려오다 - 탈출구 없는 미로


여느 비법대 출신들과 마찬가지로 독학사 시험 준비부터 사법시험의 힘든 여정이 시작 되었다. 과연 늦은 나이에 이 험난한 시험을 무사히 통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속에서 2007년 봄부터  아무 정보도 없이 무작정 동영상 강의를 신청해서 민법부터 공부하기 시작하였다. 이공계 출신으로 인생의 절반을 수학이나 과학 같은 학문에 심취 해 있던 터라 법학 자체의 논리가 처음에는 이상하게 느껴졌다. 민법공부가 차츰 진행되자 조금씩 흥미가 생겼고 깊이 있게 공부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앞으로 벌어지게 될 비극의 서곡이었다.  민법을 수학 하듯 깊이 있게 연구 하였는데 시중에 있는 사례집 같은 책을 거의 다 사서 정독 하였다. 이 시기에 하루에 15시간 이상 몰입하였는데 아마도 내 인생에 가장 공부를 많이 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몇 달 동안 독학사 준비 겸 사시공부에 집중하는 바람에 몸에 문제가 생겼다.  원래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다가 돌아와서 건강이 이미 나빠진 상태라 더욱 심각하였다.  30대 후반이라는 나이에서 오는 강박 관념에 쫓겨서인지 충분히 건강을 회복하지도 아니 한 채 갑자기 에너지를 쏟아 부어서인지 가을이  다가올 무렵부터 몸이 고장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몸살감기가 주기적으로 계속 괴롭혔다. 더군다나 독서실 가다가 골목에서 오토바이와 충돌사건이 있었는데 그 후유증인지  한 달 내내 코피가 났다. 아침마다 선혈을 보니 겁이 덜컥 났다. 공부하다 죽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내가 아닐까?

 

급격하게 몸의 균형을 잃고 마음도 약해지면서 조그만 고통에도 민감하고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술과 담배에 의존 한 채  방탕한 생활이 시작되면서 며칠 놀고 하루 밤샘해서 공부하는  최악의 사이클에 걸려들고 말았다. 코피가 나는 증상이 좀 덜해지는가 하더니 허리에 통증이 왔다.  나중에는 앉아서 공부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 졌다. 중도 포기의 유혹에 시달렸다.  운동부족에다 불량한 자세로 무리하게 공부한 것이 화근이었지만 후회 한들 이미 늦었다. 전진도 후퇴도 못하는 무간지옥에 빠진 느낌이었다.

 

병원에서 물리 치료도 해보는 등 그래도 공부를 해보려고 발버둥 쳐 봤지만 통증은 심해지고 불면증까지 왔다. 탈출구 없는 미로였다. 시간은 무표정하게 지나가고 어김없이 2008년 2월 1차 시험이 시작 되었다 . 첫 시간 헌법시간 정신없이 풀고 신나게 답지에 마킹하다가 종료 직전에 시험지 속지 한 장을 빠뜨리고 풀었다는 것을 알았다. 정신은 몽롱하고 웃음이 희죽 나왔다. 그것으로 싱겁게 전투는 끝이 났다.

 

Ⅲ 에피소드-담배의 추억


2008년의 봄은 겨울을  밀어내고 살포시 왔지만  내 몸에 봄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 심신이 극도로 지치고 무기력한 상태로 매일 PC 방에서 소일 하였다. 해가 뜨면 자고 달이 뜨면 술이었다. 술과 담배와 드라마는 유일한 즐거움. 이 미친 상황 속에서도 사법시험에 대한 욕망은 계속해서 되 살아 났지만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무기력에 정신이 분열되는 느낌이었다. 유일한 치료는 담배로 내 머리를 마비시키는 것. 
  
내 소원은 술에 잘 취해 해변에서 자는 것. 시인 랭보의 말이 생각났다. 몇 달을 그렇게 보내고 나니 노숙자 같은 생활도 이제 신물이 났고 몸과 맘을 다시 추서려 본격적으로 사시 공부를 매진하기로 결심하였다.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지 그동안  정리해  놓았던 단권화 자료가 들어 있는 노트북을 도단 당하였다. 그것도 내가 자고 있는 원룸으로 도둑이 침입해서 말이다.  나에게 왜 이런 재수 없는 일이 계속 생길까? 사법시험의 신이 나를 버린 느낌 이었다. 가까스로 추스린 나의 마음은 다시  그 극도의 스트레스 속에 무너져 내렸다. 지금 생각하면 별것 아닌 일에 변명과 핑계의 방어막을 만들고 있었던 같다. 마음과 덩달아 육체도 무너지기 시작 하였다. 가슴 통증과 함께 몸무게가 계속 줄었다.


극심한 통증을 미련하게  버티다가 보라매 병원으로 기어갔다. 대상포진으로 진단 받고 몇 주간  치료 받았으나  숨쉬는 것은 여전히 힘들고 줄어드는 몸무게로 또 다른 병에 대한 의심이 생겼다. 다시 보라매 병원으로 가서 CT 등 정밀 검사를 요청했다.

 

폐에 종양이 발견 되었다. 폐암!.


기가 막히고 원통해서 고시촌 까지 걸어왔다. 하염없이 눈물은 흘러 내렸다.  


훅훅 등줄기를 볶아대는 뜨거운 여름. 2차 CT 촬영 검사 결과를 보기 위해 병원으로 갔다.  도살장으로 가는 느낌이 바로 그런 것일 까. 도저히 의사선생님을 볼 엄두가 안나 줄담배를 몇 대 피우고 가까스로 의사를 만났다.


찌들린 담배냄새를 맡았는지 점잖은 의사가 노하였다.

 

“암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는 그 마음 때문에 죽는 거요. 이지경이 됐는데도 담배를 피우다니 당신은 구제 불능이요 “
 
나는 그날 대오 각성하였다. 나를 망치는 것은 내 마음이었다. 내 마음에 암이 생긴 것이었다.  몇 주 후에  이 폐암사건은 오진으로 판명 되었지만  한 여름밤의 악몽이었다.


웃지 못을 에피소드는 나의 인생을 다시 관조하며 일체유심조의 의미를 되새김질 하는 계기를 주었다. 하늘이 내게 새로운 생명을 준 것!. 감사의 마음으로 하루도 헛되지 아니하게!


Ⅳ 미완성이 절정이다-합격기 단권화
 
건강을 해치고 마음을 병들게 했던 근본 원인은  교만과 탐욕이었다. 더구나 시험의 본질을 망각한 채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완벽주의와  무계획성은 치명적이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합격기책을  꼼꼼히 다시 읽고 분석 하면서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 했다. 합격기 단권화!

건강을  잃는다면 모든 것을 잃는다. 이런 모토 아래 공부시간을 대폭 줄이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었다. 밤을 새우면서 책을 보는 버릇을 버리고 직장에 출근하듯 규칙적으로 독서실에 출근하였다.  특히, 자신만의 공부방법을 강조한 장주연의 합격기와 치심을 설파한  안미령의 합격기를 읽고 스스로 확신할 수 있는  공부방법을 만들어 나갔다 .또한  나태와 유혹이 오면  합격수기를 수시로 보면서 먼저 이 길을 걸어간 자의 정신자세를 배우려고 노력하였고 하루하루 학습방법을 반성하고 교정하였다.

 

그 첫 단추로 오로지 합격만을 위한 공부모드로 전환 하고 지적호기심을 폐기 하여 더 이상 몸을 혹사하지 않는 최적화 된 시스템을 구축했다. 합격의 최적화를 위한 미완성. 미완성이 절정이다!.


합격기를 통해 또 한가지 내린 결론은 공부시간이 길어질수록 실력은 늘지만 오히려 합격확률은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노재호의 합격기와  단기불량합격기의 생동차론 종합 검토 한 후 생동차 프로젝트에 도전하기로  결심하였다. 그리하여  나에게 주어진  건강과 열정의 소멸시효는 앞으로 9개월로 못박고 꼴찌라도 생동차로 도전하고 이 도전이 실패하더라도 재시필승이라는 확신으로 가을부터 민사소송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1차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민소를 마쳤다.  벌써 11월에 접어들었고 민법과 형법은 사례위주로 공부하면서 1차 2차 구분 없이 동시 대비를 하였다. 마지막  두 달여 동안  객관식 적응훈련에 매진하면서 계획된 공부를 모두 마쳤다 .  

 

2009년 1차 시험을 치고 곧 바로 후사법 공부에 돌입하였다. 이미 민소는 어느 정도 공부 해 둔 터라 민소를 2주 정도 복습하고, 나머지 상법, 행정법, 형사소송법을 각 각 3주씩 배분하여 5월 말에 모두 끝내는 전략을 잡았고 스스로 고안한 시간압축의 기술을 활용하였다.


계획대로 무사히 진행되나 싶다가   시험을 1달 정도 앞두고 다시 건강에 적신호가 왔다 진도를 못 나가서 만회 하려고 잠을 줄인 것이 패착 이었다.  즉각 공부를 중단하였다. 피 같은 1주를 허비하고 나니 다시 마음이 약해졌다. 그냥 포기 하고 재시나 노려 볼까? 그러나 나의 투쟁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 된다. 주위 동료들의 도움과 가족들의 격려로 마음을 다스리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영양주사를 맞고 약국에서 각종 영양제를 집중 투하 . 억지로 몸을 정상으로 돌렸다. 다니던 독서실에서의 공부는 포기 하고  순리에 따르기로 했다. 이미 끔직한 고통의 세계를 경험 한지라 순응도 빨랐다. 몸이 원하는 데로 잠은 푹자고  늦게 일어났다. 오후 늦게 서울대 도서관으로 향했다. 공부는 4-5시간 정도만하고 푸른 관악산의 향기를 깊숙이 마시면서 하산 하곤  하였다. 그렇게  공부장소와  공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 상태에서 욕심을 버린 채 수도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1주를 보내고 나니 몸은 정상으로 돌아오고 마음은 평정심을 되찾았다. 마지막 남은 2주.  나의 마지막 열정을 불처럼 태웠다.

 

Ⅴ 작두를 타다 -위험한 공부

 

구체적인 학습경험을 되짚어 보면 일반적으로 인정된 유명강사 강의를 위주로 공부하였는데 실천적인  부분은 내 스타일에 맞게 변형하였다.  기본 3법의 경우에 시작부터 2차식 사례 공부에 집중 하였고  헌법도 2차를 염두해 두고 미리 조금씩 공부 하였다. 앞글에서도 말했듯이 민법은 독학사 공부 때부터  몇 달 동안 연구하듯 집중적으로 공부 했기에 시중에 나와 있는 유명한 책은 거의 다 본 것 같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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