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 교수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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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교수의 세상의 창
  • 법률저널
  • 승인 2009.11.2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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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변호사/시인

 

창피하니, 나, 한강을 청계천에 비유말라!

 

나는 한강이다. 단군 이래 반만년 역사와 함께 흘렀고, 너희 이전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 때도 흘렀던 나는 누가 뭐라 해도 이 나라의 한강이요, 너희 대한의 한강이다. 앞으로도 나, 한강은 이 민족 어머니의 딸, 그 딸의 딸이 뛰어놀 때도 흐를 것이고, 너희 백성이 살아 흐르는 한 함께 흐를 것이고, 지구에 종말이 온다고 하더라도 흐를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제발 나를 이대로 놓아다오, 나는 이대로 흐를 것이다. 이대로 묵묵히 흐를 것이다.


겨우 한 甲子 살다 갈 어리석은 너희들이 역사를 제대로 알겠느냐? 왜 내 숨통을 조이지 못해 안달이며, 이렇게 나를 괴롭히려 복달하느냐? 내 몸은 창조 이래 용트림으로 형성되었나니, 내 물줄기를 감히 바꾸려 하지 마라. 나를 함부로 바꾸려는 자, 내 용서치 않으리니, 하늘의 재앙이 네게 임할 것이다. 내가 오늘 이 모습, 이 모양으로 존재하는 건, 내가 오천년의 역사 속에서 하늘에 순응하며 땅에 순종하며 살아왔음의 표현이니, 하늘이 허락하고 땅이 솟아나게 한 물의 양에 따라 좁게도 넓게도, 얇게도 깊게도, 곧게도 굽게도 도도히 흘러 왔노니, 지금의 이 모습은 내 생존의 역사요, 역사에 順命한 처절한 투쟁의 형상이니, 제발 나를 더 이상 망가뜨리며 괴롭히지 말고 이대로 놓아다오. 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나는 살아 숨 쉬어야 한다. 콘크리트로 내 길을 막고 불도저로 내 몸을 훑어내 내가 썩어 숨을 멈추는 날, 너희 또한 죽으리니, 나는 자연이오, 하늘이오, 天理이니 나를 분노케 하지 말라.


제발 나를 만만히 보지 말거라. 나는 태산의 일부에서 쪼개져 나왔을 바윗돌도, 조약돌도, 모래알도 품고 있으며, 수많은 수초와 그 속을 노니는 금붕어, 쏘가리, 빠가사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있으니, 이 모든 것이 조화일 터, 내 조화에 함부로 삽질하여 나를 파괴치 말지니, 나, 너희가 목마르지 않을 맑은 물을 공급하고 또 공급할 수 있도록 제발 나를 그대로 놓아다오. 왜 내 고요와 평화를 깨려 하는가?


나는, 역사의 격랑이 몰아치던 한사군 시절에 대수(帶水)라고 불리웠고, 역사 이래 최고의 대왕이었던 고구려 광개토대왕비(碑)에서 아리수(阿利水)라고 불리웠으며, 백제가 지배하던 시절 한수(漢水)라고 불리웠고, 김부식의 삼국사기에서 욱리하(郁利河)라고 불리우다가, 종래는 漢江으로 불리고 있나니, 나는 한 강이요, 민족의 큰 강이다.


나는, 너희가 감히 짐작하지 못할 이 민족의 큰 강이니, 너희의 젖줄인 나를 불과 3년이라는 짧은 공사로 함부로 난도질하지 말라. 오천년을 흘러온 나를, 아니 그 이전부터 흘러온 나를, 불과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내 용비늘을 깍고, 물줄기를 바꾸고 내 내장을 들어내겠다니, 가당키나 하냐 말이다. 오호 통재라, 간도 크고 통도 크구나,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용감해서 무모한 것인지, 내가 너의 속을 모르겠다만, 내가 한강임을 명심할지니, 내 친구 금강, 영산강, 낙동강도 모두 이 민족 이 역사와 함께 흘러온 다 같은 한 강임을 명심할지니, 제발 내 앞에서 겸손하고 또 겸손해질 것을 명하노라.


나는 두물머리,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남한강을 받아들였고, 그 길이만도 무려 405.5km에 달하니, 나를 일컬어 천리길이라 하였다. 천리길을 구비 도는 게 그냥 헛것이 아니라, 그 먼길 굽이굽이 돌고 돌 때마다 백성의 눈물을 보듬었고, 백성의 한숨 내 몸에 녹였나니, 나는 너희의 친구이자 혈육이며 생명의 젖줄이다.


제발 내 이야기를 들어 보거라, 나는 두 개의 강, 남한강과 북한강이 결합되어 이루어졌으니, 이는 남과 북이 낯선 둘이 아닌 아니라 하나임을 가르치는 것이요, 쪼개고 분열될 것이 아니라 어우러짐과 만남의 조화를 이루라는 것이요, 분열과 대립이 아니라 화해와 관용의 아름다움을 배우라는 것이 아니겠느냐? 제발 좀 배워라.


남한강과 북한강이 얼마나 먼 길 돌아 두물머리에 이르렀는지, 양수리에서 하나가 되었는지 아느냐? 두 강이 얼마나 많은 강들과 지천을 껴안고 얼싸안고 포용해 왔는지 아느냐? 나는 주고 또 주었다. 너희에게 마실 물을 주었고, 농사지을 물을 주었고, 네 몸의 때를 씻을 물을 주었다. 그런데도 아직 네 마음의 때를 씻을 물을 주지 못했단 말이냐, 네 영혼의 때를 씻을 물을 주지 못했단 말이냐, 아니다, 나는 다 주었다, 네가 받아들이기만 하면 될 정도로 모든 것을 다 주었으니, 제발 함부로 욕심내지 말고 겸손하게 받아들이면 되나니, 급하게 서둘지 않아도, 오천년을 살아온 나를 본받아 차근차근히 하나씩 하나씩 해도 되나니,  서둘러 벼룩 잡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제발 범하지 않기만을 바라노라.


남한강은, 강원도 삼척시의 대덕산(1,307m)을 水源으로 하여 처음에는 미약하게 흐르지만, 계속하여 남서쪽으로 흘러 영월에서 평창강과 몸을 섞고, 충청북도 단양을 지나고 제천을 거치면서 충주호를 가득 채우고, 또 다시 북서쪽으로 물줄기를 틀어 達川을 껴안은 뒤 충주를 지나 경기도계에서 섬강과 청미천을 품고 여주를 통과하면서 양화천과 복하천을 받아들인 뒤 양평에서 흑천과 만나 서쪽으로 몸을 틀어 양수리에 이르러 북한강을 만난다.


북한강은 금강산 부근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흘러내려 금강천과 금성천을 얼싸안고 양구에 이르러 서천 및 수입천과 하나 되어 파로호를 가득 채우고 다시 남쪽으로 흘러 춘천호에 몸을 담구었다가 의암호에 이르러 소양강과 합류한 후 가평천을 보듬고 남이섬을 지나 홍천강과 하나 되어 청평호를 이루고, 경기도 양평군과 남양주시의 경계를 이루면서 양수리에서 남한강을 만난다.


나, 한강은 이렇게 도도하게 흐르는 민족의 강이다. 양수리에서 남한강과 북한강이 하나 되고서도 못내 아쉬워 경안천을 합하여 팔당호를 채우고, 다시 중랑천 및 안양천과 합쳐진 뒤 북서쪽으로 흘러 김포시와 고양시를 좌우 양 쪽으로 거느리고 흐르다 파주에 이르러 곡릉천을 만나고 급기야는 임진강과 합류한 뒤 강화만을 거쳐 서해바다로 흘러 들어가, 바다의 일부를 이루나니, 태평양의 일부를 이루나니, 나는 이렇게 도도하게 흐르는 거만하고 잘난 강이다. 그러면서도 한없이 겸손하고 온유한 민족의 강이다.


나는 한강이다, 한 강이다. 아리 水이다. 아리는 옛말로 크다라는 말이다. 지금도 너희는 나를 아리수라고 부르며 서울시민의 수돗물 이름을 아리수라고 부르고 있지 않느냐? 그것만 보아도 오래전부터 너희의 조상이 나를 큰 강이라 불러 왔음을, 지금도 너희가 나를 큰 강이라 인정하고 있다는 것 아니냐? 제발 부탁한다, 제발 나를 청계천에 비유하지 말아다오. 나는 청계천이 아닌 한 강이다. 내 자존심을 건들지 마라. 나는 한강이다. 청계천은 나에게는 조족지혈이요, 새발의 피니, 보잉 747기에 잠자리 한 마리요, 하늘을 호령하는 용에 미꾸라지 한 마리니, 제발 나를 청계천에 비유하지 말아다오. 청계천에 비유하고 있는 소리를 들으면, 나, 그냥 창피해진다. 정말 나를 이렇게 대접할 거냐? 고얀지고, 고얀지고......


예산이 통과되지도 않았는데, 4대강 착공식은 이미 끝나버렸다. 본말이 전도되어도 한참 전도된 불법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예산안심의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예산 용처를 밝히는 기본자료가 제출되어야 하는데도, 세세한 명세가 없다. 그냥 4대강공사 총액 얼마식이다. 구체적 예산 내역이 없는데도 4대강공사의 삽질이 시작되어 버린 것이다. 총공사비가 22조원 정도 들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토지보상금은 무릇 얼마가 될 것이며, 추가공사비며, 감추어진 비밀항목지출비용은 얼마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공사를 하겠다는 정부 당국도 지금 당장 얼마가 들지 제대로 모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건 완전히 선무당이 사람 잡는 꼴이다. 아니 대한민국을 잡는 꼴이다. 무엇이 그리 급할까? 5천년 흘러온 강을 국민과의 합의도 없이 3년 안에 개조하겠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 조급증을 개조할 방법은 없을까?


그래도 한강은 어제처럼, 오늘도 흐를 것이고, 내일도 흐를 것이다. 내일의 물빛이 맑고 깨끗하기만을 바랄 뿐...... 명심하라! 나는 한강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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