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결정과 여행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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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결정과 여행철학
  • 오사라
  • 승인 2009.11.2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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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 Oh 한국외대/전 미국 지방법원 Commissioner (Magistrate)

 

낙엽이 떨어지고 가을이 끝나가면서 부쩍 진로에 관해서 상담을 하시는 학생들이 늘었다. “외무고시를 칠까요”, “로스쿨에 도전해 볼까요”, “남친 따라서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것은 어떨까요?” 많은 학생들과 함께 고민을 함께 나눌 기회가 있었다. 개인적인 버릇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나는 무슨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공기가 맑은 곳에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날씨가 차더라도 바깥에 나가서 잠시 산책을 하면 머리가 잘 돌아가는 느낌이다. 진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싶을 때는 당일치기 여행이라도 떠나서 시야의 scenery를 잠시 바꿔보는 것이 좋다. 좁은 연구실보다는 자연의 상담실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준다. 여행을 하다가 배가 고파지면 근처에 있는 맛있는 음식점으로 들어가자.
 
예를 들어 전주에 가서 예스러운 한옥마을 식당에 앉으면 우선 굵은 통나무로 만들어진 두터운 밥상의 튼튼함(?)에 놀란다. 꽃게장, 굴비구이, 튀각을 비롯해 맛깔스러운 반찬을 20개가 넘게 차려 주시는 데에는 탄성이 절로 나올 뿐이다.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여러 학생이 가기에도 부담이 없다.

 

상담 중에는 철학, 종교적인 질문이 나올 때가 많다. “사회에 널리 이바지하는 커리어를 했으면 싶은데, 법조인이 되면 과연 사람을 많이 도와줄 수 있을까요?” 앞으로 살아가며 홍익인간의 큰 뜻을 펼치고자 하는 마음 착한 학생들이 자주 고심하는 문제이다. 내가 이 세상에서 왜, 무슨 임무를 띄고 살고 있는가, 오늘의 세상에서 내 역할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깊은 과제를 풀기 전에는 진로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운 경우이다. 이런 심오한 이야기는 높은 산에 올라가서 푸른 하늘과 흰구름 밑에서 하는 것이 최고이다. 북한산에 가서 몇 시간 땀 흘리고 등산을 하고 크게 야호 소리를 지르고 시내에 내려와서 먹는 돼지족발과 파전은 정말 일품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학생들은 어느덧 서로가 서로에게 상담 친구가 되어준다. 심각한 질문도 여러 사람의 토론과 함께 술술 풀린다.

 

또 “법조인이 어떻게 일하는지 example을 보고 싶다.” 하시는 학생들도 있다. 구체적인 분야를 보고 싶은 경우엔 관심이 가는 관청이나 로펌 등을 직접 찾아가서 견학을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미리 양해를 구하고 검찰청이나 법원에 가서 법조인이 어떻게 일하는지 hands-on 관찰하는 것이다. 눈물나는 형법재판에 서있는 검사의 역할, 이권문제가 걸린 민사소송의 변호사의 모습, 법조인의 일은 사실 책으로 공부하는 것보다도 직접 눈으로 가서 보면 멋있을 때가 많다. 물론 견학을 끝낸 뒤에는 맛있게 먹고 마시며 discussion 하는 것을 잊지 말자. 건강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생각을 하면 결정을 자신 있게 내릴 수 있고 나중에 후회가 없다.

 

진로 결정은 인생에 있어 참으로 중요한 이슈이다. 여행을 하고 맛집을 찾으며 다른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토론을 해 보자.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여러 학생들과 내가 결국 함께 도달한 결론은 이것이다. (1) 내 인생의 갈 길을 결정할 수 있는 지혜와 힘은 바로 내 자신 안에 있다, (2) 다시는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젊은 시절이 돌아오지 않는다, (3) 결정하는 상황이 비록 어렵고 힘들더라도 그 과정을 즐겨라.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시간은 우리만의 특권이다. Enjoy the confusing process of decision-ma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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