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변호사의 형사교실] 억울한 피해자를 위한 고소대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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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변호사의 형사교실] 억울한 피해자를 위한 고소대리 (2)
  • 법률저널
  • 승인 2009.11.2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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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법무법인 세인  변호사
연세대 법대 졸업, 법학박사, 수원지검 검사,

이용호 사건 특검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부교수, 연세대, 법무연수원 강사 

 

위와 같은 피고인의 변명과 피고인측 증인의 위증에도 불구하고 고소인은 1심 법정에서 증언을 하는 등 매번 법정에 출석하여 피고인이 구속되기만을 기다렸고 변호인도 검사의 직접 수사로 기소가 되었으며 피해가 분명하다는 판단에 따라 법정 분위기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피고인은 고소인과 합의를 하지 않으면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1심 선고 내용은 뜻밖에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고 말았던 것이다. 1심 판결문에 의하면 금8,000만원과 관련하여서는 2007.6.8.경 피해자로부터 8,000만원이 피고인에게 교부되었음은 분명하나 위 각서와 차용증의 기재를 종합하여 보면 2007.6.8.경 피해자가 ‘피고인과 2008.12.말일까지 결혼할 것’을 약속하면서 이를 담보하기 위해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결혼이 성사되지 않을 때에는 8,000만원을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내용을 부가한 차용증을 교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와 같은 내용은 결국 ‘혼인관계가 성사되지 않는 것’을 정지조건으로 한 채무면제약정이 부가된 금전소비대차계약이라고 할 것이고, 피고인이 2007.9.17. 전 남편과 이혼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혼인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은 분명하므로 현재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8,000만원의 금전소비대차채무를 이행할 의무는 없다고 보았다. 이어서 용도를 속이고 돈을 빌릴 경우에 있어서 만일 진정한 용도를 고지하였더라면 상대방이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가 있는 때에는 사기죄의 실행행위인 기망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지만(대법원 1996.2.27. 선고 95도2828 판결 참조), 피고인이 말한 차용금 용도의 목적이 실현되지 않더라도 어차피 금원을 대여하기로 합의하여 이를 교부한 경우에는 피고인이 말한 차용금 용도가 거짓이었다고 하여도 기망행위와 피해자의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1984.1.17. 선고 83도2818 판결 참조)고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처럼 미술학원 용도로 차용한다고 해놓고 피고인의 식당 전세보증금 용도로 사용하였더라도 결국 기망이 있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2007.6.8. 당시 피해자에게 임신했다고 말했는지 여부에 달렸다고 하겠다. 그리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임신했다고 말했다면 피고인이 나중에 식당영업으로 생활을 하든 미술학원 운영으로 생활을 하든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8,000만원을 대여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후 위 각서와 차용증에 임신에 관한 내용의 기재가 없다는 등의 몇가지 근거를 제시하면서 피고인이 2007.6.8. 당시 피해자에게 임신했다고 말했다는 사실에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확신을 줄만한 증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다음으로 금300만원과 관련하여서는 이에 부합하는 증거는 모두 피해자의 진술 또는 그 전문(轉聞)인 바, 그 진술을 뒷받침해줄 금융자료가 없는 점,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2007.6.8.경 피해자에게 임신사실을 말했다고 하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점을 고려하여보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2007.6.13. 피해자로부터 임신중절비로 300만원을 받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피고인이 2007.6.13. 피해자로부터 임신중절비로 300만원을 받았다는 사실’에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확신을 줄만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는 것이었다.

 

  위 1심 판결은 남녀관계의 특수성이나 피해자의 입장에서 피고인이 임신하였다고 속이지 않았다면 재결합을 고려할 상황이 전혀 아니었던 점 등을 충분히 살피지 않고 각서와 차용증의 문구 등에 따라 너무나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검사측은 재판진행 중에 인사이동으로 공판검사가 교체되는 바람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은 점도 피해자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요인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어쨌든 검사가 항소하여 곧 2심 재판에서 다시 한번 진실이 무엇인지를 가려볼 것으로 기대된다.
 
  수사와 재판에서 피해자와 피고인의 주장과 변명이 너무나 상반되고, 이에 관여하는 증인의 증언까지 가세하면서 진실을 찾는 게임은 항상 어렵고, 이때 자칫 잘못하면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처음 당하고 수사나 재판에서 또 당하는 이중의 아픔을 갖게 되고 평생 한이 맺히는 것이다. 이러한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한 변호인의 노력에 법원과 검찰 등 수사기관이 좀 더 귀 기울여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고 변호인도 더욱 분발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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