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저인터뷰]박주민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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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저인터뷰]박주민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 법률저널
  • 승인 2009.11.1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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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는 사회통합 기제…집회 자유 보장해야”
“개정 집시법에 집회개념 규정해야”

 

“헌법의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집시법 개정에 ‘집회’에 대한 개념을 구체적으로 규정해 공권력의 자의적 처벌이 이루어 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조항에 대해 위헌 여부를 가리는 헌법소원 사건에서 청구인 측 대리를 맡아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끈 박주민(사법시험 45회)변호사는 법률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현재 법무부에서 집시법 개정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내달 경 학계와 법조계로 구성된 법률가들의 의견을 모아 집시법 개정 방향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집회와 관련해 이외도 일반교통방해죄에 대해서도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봉쇄’ 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11일 그를 만나 집시법 위헌 사건 소회와 집시법 개정 방향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헌재 결정, “집회 자유 의미 부각한 판결”
박 변호사에게 헌법재판소의 옥외 야간집회 금지 조항 위헌 판결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그는 “지금까지 나왔던 어떤 판결보다 집회 자유의 의미에 대해 자세히 설시하면서 중요성을 부각시킨 판결”이라며 “야간집회 금지의 위헌성을 확인한 것에 보람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러나 효력을 잠정 적용해 상당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과 대상을 야간집회로 한정함으로써 야간시위가 빠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전했다. 그래서 그는 현재 헌재결정의 효력에 대한 토론회 및 학계의 의견을 모으는 등 보완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위헌 결정을 받아내긴 했지만 그도 처음부터 이 사건에 대해 자신할 수는 없었다. 이미 1994년 8대 1로 합헌결정이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법학 교수들과 함께 서면 준비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야간집회 금지가 전 세계 유례없이 과도하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점차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그가 제출한 서면에는 집시법 관련 외국 입법례와 최근 시위의 양상에 대한 자료 조사 등의 내용이 담겼는데 ‘내용과 양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소식을 개인적으로 전해들은 것도 자신감을 갖는 데 한 몫 했다고 박 변호사는 전했다. 


결과 뿐 아니라 준비 과정에서도 이번 사건은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학계와 법조계가 협업을 통해 소송을 준비하는 방법이 현재 여러 단체에서 진행 중인 헌소 사건에서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다양한 학술적 흐름이 생겨나고 있어 이 또한 부수적으로 얻은 보람이다”고 말했다.

 

“헌법 21조 2항 정면 반한다” 법논리 펴
박 변호사는 재판에서 집시법 10조가 집회에 대한 사전허가를 금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헌법 21조 2항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논리를 폈다. 결국 이 논리가 결과에 주효했다. 기본권을 일반적으로 제한하는 37조 2항에도 반한다는 주장도 제기했지만 이 주장은 94년 재판에서도 주장됐던 내용이었다. 재판관 5명이 이 조항을 근거로 위헌이라는 의견을 낸 것 또한 헌법 37조 2항을 이유로 들기 전 21조 2항의 요건을 이미 위배한 것이기 때문에 위헌임을 주장했던 그의 논리가 판단에 영향을 준 것을 방증한다.


박 변호사는 “상대측에서는 폭력집회가 많다는 주장 폈는데 실제로 우리 집회 중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는 전체 집회의 0.5%에 미치지 않는다”며 37조 2항을 근거로 과잉금지원칙에 벗어난다는 주장을 폈다고 전했다.

 

“유죄판결, 사법 자원 낭비”
지난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이제식 판사는 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모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29일에도 같은 법원 형사18단독 이광우 판사는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서 야간 옥외집회 참가 혐의로 기소된 신모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ㆍ대구지법ㆍ울산지법ㆍ북부지법 등에서는 유죄 판결이 나와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태다.


박 변호사는 “재판부가 무죄 판결을 낸 것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단 의미를 적극적으로 해석한 결과라고 본다”며 “헌재가 계속 적용을 명한 것은 행정적인 측면이지 형벌 측면은 아니다는 재판부의 판시는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죄선고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은 위헌 결정의 한 종류이니 만큼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은 효력을 상실했다고 할 수 있고 유죄를 받은 경우 재심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에너지 낭비가 아닐 수 없다”며 “따라서 법원은 법이 개정될 때까지 기다리든지, 무죄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 집시법에 ‘집회’개념 규정 담아야”
박 변호사는 현재 내달 집시법 개정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내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는 먼저 개정법에 집회에 대한 개념이 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회견도 경찰이 보기에 ‘집회’면 ‘집회’다고 처벌할 수 있는 현실이다”고 말하며 “집회가 무엇인지 규정해 자의적 처벌이 이뤄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신고제 형태로 규정된 현재의 집시법은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어 실질적 신고제로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집회’는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는 유일한 표현 수단이자 사회통합의 기제”라는 것이 박 변호사가 내린 ‘집회’의 의미다. 그는 이어 “따라서 집회를 봉쇄하는 것은 이들의 최후 항거수단을 막는 것”이라며 “사회는 문제제기를 통해 통합되는 것이지 아예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게 입을 막아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재도 집회와 관련한 헌법소원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공익 활동은 삶의 에너지”
박 변호사는 이 같은 공익 소송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몸담고 있는 법무법인 한결에서는 금융전문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금융회사의 법률적 자문 등이 주 업무다. 금융 분야는 산업의 순환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금융을 알면 산업과 경제정책을 꿰뚫어 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이어 그는 “따라서 경기에 민감하긴 하지만 비전 있는 분야”라고 소개했다.


상대적으로 변론 준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헌법소원 사건을 하면서 사선 업무까지 두 가지를 수행하기 힘들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조금 힘들더라도 사회에 도움 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일이 생각보다 훨씬 큰 보람이 되고 삶의 에너지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루이스 브랜다이스(Louis Brandeis) 전 미국 대법관의 말을 인용했다. “전문 기업 변호사이기도 하면서 공익 소송에 앞장서 시민의 변호사라고 불렸던 루이스 브랜다이스는 변호사들은 돈 버는 일에만 집중해서는 안 되고 공익에 앞장서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또 판사가 틀에 박힌 판단을 한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게 하기 위해서는 변호사들이 현실적이고 풍부한 변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이 정말 내게 큰 힘이 됐다” 박 변호사의 모토이자 예비법조인들에게 던지는 조언의 말이다.

 

철거촌 농성하다 ‘법조인 되리라’ 다짐
상상력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진행하는 공익소송에서 그가 적극적 활동을 펼치는 것은 애초 경영학과를 지망하던 그의 ‘소질’ 덕분이기도 하다.


딱 1년만 공부해야겠다고 선언하고 시험공부에 돌입한 그는 1년 후 1차 합격, 다음해 2차에도 합격했다. 그는 “수험생 시절 배수진을 치고 공부에 몰두한 것이 빠른 합격의 비결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대학 시절에는 공부보다 학생운동에 주력했다는 박 변호사가 계획에 없던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한 계기는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스스로와의 약속 때문이었다.


그는 “대학 4년학 때 신도림동 철거촌에 들어가 투쟁을 하다 구청장을 만나러 찾아갔는데 7시간을 기다려도 만나지 못했다”며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변호사가 돼 법조인으로서 도와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회상했다. 눈이 펄펄 내리던 크리스마스 전날 결심한 다짐을 그는  변호사가 되고 난 후 민변 활동 및 공익 소송을 통해 실현하고 있었다.

 

 

허윤정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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