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도의 수학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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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도의 수학연령
  • 성낙인
  • 승인 2009.11.0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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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헌법학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가을이 깊어가면서 스산한 가을바람만큼이나 법학도의 애간장을 태우는 계절이다. 사법시험 2차시험 합격자가 발표되고 로스쿨 2년차 합격자도 발표되면서 희비가 교차된다. 그런데 사법시험과 로스쿨 모두 합격자의 나이는 좀 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2009년도 제51회 사법시험 합격자 평균연령이 28세를 상회한다. 전체 평균 28.34세, 남자 평균 29.11세, 여자 평균 26.94세다. 사법시험 합격자 1천명 시대를 열면서 하향하던 합격자 연령이 최근 몇 년보다 오히려 높아간다. 로스쿨도 마찬가지다. 합격자의 평균연령이 사법시험 합격자 평균연령만큼이나 높다. 이래가지고는 고시낭인을 마감하겠다는 로스쿨제도 도입의 원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더구나 남학생은 국방의무가 남아 있다.


합격자 연령이 이러하니 합격 후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 수학을 더하면 평균 연령은 30세를 상회한다. 꽃다운 20대를 시험 준비와 연수에 매몰돼 법률가로서의 자기개발을 위한 투자가 불가능하다. 법률가의 고령화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 더구나 고령화 사회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실제 활동연령은 오히려 젊어지고 있다. 예컨대 자격증만 있으면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종은 평생 일할 수 있는 시대는 마감되고 있다. 활동연령도 낮아진다. 50대 후반이면 사실상 은퇴단계로 접어든다. 결국 법률가로서의 활동가능 기간은 20여년에 불과하다. 이래가지고는 투자 대비 과실 획득이 너무 초라하다.


유럽에서도 독일의 법률가 배출 연령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너무 높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독일은 법과대학 졸업과 더불어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법률가가 된다. 평균적으로 대학 6-7학년에 졸업한다. 그래봐야 25세 정도다. 그런데도 다른 유럽연합에 비해 연령이 높다는 비판이다. 우리는 그 보다 평균 5년 이상 더 높다. 게다가 미국과는 달리 의무복무까지 해야 한다. 법률가가 되기 위해서 10년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대우는 예전 같지 않다. 법률가 자격 취득 후 대기업 임원으로 영입되던 시대는 흘러간 옛날 얘기다. 지금은 대리급 평사원대우에 만족해야 한다. 10년에 걸친 인고의 세월을 통해서 취득한 법률가 자격이 허망하기 그지없다.


사법시험 1천명 시대, 로스쿨 2천명 시대에 걸 맞는 변호사상이 구축돼야 한다. 학생들도 과연 법률가의 길이 가장 적합한 자신의 인생행로인지 심사숙고해서 판단해야 한다. 전공불문하고 전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로스쿨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그들을 강제로 말릴 수는 없겠지만 무엇이 자신의 길인지는 곱씹어 봐야 한다. 특히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을 포기하고 로스쿨 대열에 동참한다. 이들에게 보다 나은 장래를 보장하리란 법이 없다. 3년간의 엄청난 등록금과 직장을 포기한 기회비용까지 합치면 2억원의 투자가 든다는 계산법도 나온다. 그만한 투자의 대가를 보상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앞으로는 대학을 갓 졸업한 우수한 인재들이 하루 빨리 더 넓은 법률가의 세계를 구축해야 한다. 젊은 나이에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에 얽매이는 한 창조적 인재로 발돋움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변호사시험의 경량화도 필수적이다.


법률가배출의 연령을 하향조정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대한민국 최고급 인재들인 선량한 학생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책당국은 기왕에 도입된 로스쿨의 성공적인 제도 정착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적 배려를 하여야 한다. 로스쿨의 명암, 법률가의 명암에 관해서 인식 제고를 위한 국가적 차원의 대안 제시와 행정적 재정적 뒷받침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의 방기된 로스쿨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시대에 부응하는 정확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그에 걸 맞는 제도적 방향 설계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적성이 맞지 않는 법률가의 길은 성공이 보장될 수 없다. 바로 그런 점에서 로이어스 드림(lawyer's dream)을 꿈꾸는 청년학도에게 정확한 향도가 될 수 있는 제도의 적극적인 개발이 필요하다. 주먹구구식 정책과 교육은 결국 우수한 인재들을 법률가의 무덤으로 안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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