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합격기]“대한민국 최고학부라는 자만이 실패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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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합격기]“대한민국 최고학부라는 자만이 실패 연속”
  • 법률저널
  • 승인 2009.11.0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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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수 제51회 사법시험 제2차 합격.서울대 법학부


"막판 집중력과 적절한 운동이 주효"

 

1. 세 번의 1차 실패
서울대 법학부에 99학번으로 입학한 저는 고시준비에 대한 별 생각을 갖지 못한 채 학부 2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왔습니다. 2004년에 복학해서, 저는 남들처럼 학원도 다니고, 나름 공부한다고 독서실도 다니면서 2005년부터 1차 시험을 세 번 응시했습니다. 그러나 오만했던 저는 시험보기 전주에도 pc방과 당구장을 전전하기 일상이었고 세 차례 모두 평균 10점정도 차이로 떨어졌습니다. 대한민국 최고학부에 입학했다는 자만심과 주변에 다 잘된 사례만 봐서 “나도 당연히 되겠지”하는 안이한 마음으로 공부를 해온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사법고시는 결코 만만한 시험이 아니었습니다.


2. 현실과 내 처지에 대한 깨달음
연이은 1차 불합격에 부모님의 실망은 더욱 커졌고, 자신감이 떨어져 친구들과도 소원해지는 사이가 되어버렸습니다. 부모님과의 불화는 잦아졌고, 이윽고 부모님과 크게 싸운 저는 참지 못하고 집을 나왔고 녹두거리에 살고 있는 선배네 집에서 얹혀살며 지내기 시작했습니다. 통장잔고는 금세 바닥이 나고, 저는 과외 두 개를 구하여 근근이 살았습니다. 물론 다시 공부를 하고 싶은 생각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사귀던 여자 친구는 철없는 남자친구를 떠나갔고, 모든 게 비참해져가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취업을 해서 번듯한 직장을 가지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십여 군데 입사원서를 지원했고, 결과는 차마 말하기 부끄러웠습니다. 물론 취업도 결코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단 한군데를 제외하고 서류심사에서 다 떨어졌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때 서울대 법학부란 출신은 법조계에 있을 때 가장 빛이 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그냥 착각 속에 사는 존재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2개월 정도의 가출 후에 저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저에게 남은 길은 사법고시밖에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에게 다시 한 번만 사법고시를 응시하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그 시기가 2007년 10월 중순이었습니다.

 

3. 의외의 1차합격
저는 녹두거리에서 독서실도 다니고 학원도 다녔었지만, 저에게 녹두거리는 공부하는 장소라기 보다는 유흥의 장소였습니다. 공부하는 시간보다, pc방에서 게임을 하거나 당구를 치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았기에 녹두거리만 가면 왠지 놀아야 될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녹두거리에서 독서실을 다니다가는 지난 과오를 그대로 되풀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유신이 말머리를 베듯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장 책을 싸서 경기도 양평으로 갔습니다. 그곳에는 간암으로 투병중이시던 아버지가 요양 차 전세 얻은 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곳에는 슈퍼마켓을 가려고해도 15분 이상을 걸어 나와야했고, 가로등도 없었으며, pc방이나 당구장은 더더욱 없었습니다. 그곳에서 부모님이 가꾸신 텃밭을 돌보며 하루 열 시간씩 공부했습니다. 아마 끈기가 부족한 제 성격상 다른 장소에서라면 불가능했을 공부 시간이라고 생각됩니다. 기본삼법 교과서를 빠르게 훑어보고 전년도 모강문제를 사서 풀었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12월 중순까지 하고 나머지 시간은 틀린 모강 문제와 ox문제집을 계속 반복했습니다. 솔직히 합격한 경험은 고사하고 커트라인 근처까지 가본적도 없던 저는 합격까지 기대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1차 시험을 응시하고 나서 채점해보자 78점 중반정도의 점수가 나왔고, 2008년 1차시험을 합격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1차 시험은 기간보다는 막판 4개월 남짓의 기간을 얼마나 집중적으로 공부하느냐가 관건인 시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분량도 방대하고 8지선다라는 사실은 1차 시험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지만, 그럴수록 모든 것을 정확하게 암기하려는 생각보다는 아는 것만 맞추자는 생각, 새로운 것을 보려고 하는 것보다는 보던 것을 한 번 더 보자고 생각했고 이러한 태도가 의외의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4. 2차공부와 운동의 시작
저는 1차와 달리 2차를 공부해본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신림동 학원가를 떠나 공부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녹두거리에 있다 보면 놀게 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학교도서관에 가서 공부할까도 고민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원래부터 혼자 오래 공부하는 것을 잘 못하기 때문에 학원수업과 공부를 병행하기로 가닥을 잡았고 따라서 녹두거리의 독서실을 주된 공부장소로 삼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정 공부가 안될 때 하려고 시작하게 된 것이 웨이트 트레이닝이었습니다.


예비순환과 동시에 시작한 운동은 저에게 상상한 것 이상의 효과를 주었습니다. 평소 예민한 편이라 걱정으로 인한 불면증과 배탈에 시달리던 증상이 운동을 시작하면서 없어졌고, 마른 체형이었던 제가 근육이 붙으면서 체중도 늘기 시작했습니다. 신체적으로 건강해진 것 이외에도 점점 좋아지는 몸을 보면서 자신감도 붙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운동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기는 했습니다. 초시 때는 하루 2시간이상씩 했고, 초시가 끝나고 재시때에도 시험 1주일 전까지 한 시간 정도를 운동에 할애하였습니다.


물론 3순환 때부터는 진도를 따라가기도 벅차 운동을 쉴까도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그때는 운동이 제 삶의 일부분이 되고난 이후였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운동은 유산소운동은 생략하고 웨이트 위주로 하되 사이사이 쉬면서 학원 진도상 해당되는 과목의 암기장을 외웠습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공부해서 몇 자나 읽을 수 있을까 걱정되었으나 의외로 운동 사이사이 암기를 하는 것은 효과가 좋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운동과 공부가 주객전도한 것 아니냐”, “4순환에 얼굴이 그렇게 좋아서야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냐”는 소리도 들었으나, 저는 운동이 주는 즐거움과 효용을 알았기에 재시치기 일주일 전까지 피트니스센터를 다녔습니다. 피트니스센터에 안 나간 일주일동안에도 집에서 팔굽혀펴기와 같은 간단한 운동을 병행했습니다. 덕분에 공부기간 내내 체력이 약해지는 느낌은 별로 받지 못했습니다. 참고로 비타민과 홍삼을 계속 복용했는데 그것도 이유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 구체적인 2차 공부과정
우선 초시를 보기 전에 예비순환을 들으면서 고시체 수업을 들었습니다. 글씨가 악필인 것은 아니었지만 약간 느린 글씨였기 때문에 4회 분량의 고시체 수업을 들었고 저의 글씨는 고시체로 바뀌었습니다. 글씨 못쓴다고 불이익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으나, 한편으로는 자신이 글씨를 못써서 떨어진 것 같다는 한탄도 많이 들어왔기에 글씨에도 신경을 쓴 편입니다. 생각건대, 글씨가 느리거나 악필인 사람은 초시같이 비교적 한가한 시간에 그 부분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모든 순환에서 저는 학원수업과 공부를 병행했습니다. 4순환의 리마인드 강의도 행정법과 형법을 제외한 모든 과목을 들었습니다. 아침잠이 많은 편이라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강제 겸 오전 비디오반을 들었고 학원 강의가 끝나고 오후, 저녁동안 하루 6내지 7시간의 공부시간을 가졌습니다. 독서실에서 공부를 마치면 집에 가기 전에 11시부터 피트니스센터에서 한시간 남짓 운동을 하였습니다.


6. 이용한 교재 및 강의

헌법-김유향 강의, 정회철 헌법연습 사례, 단문을 보다가 3순환 이후부터는 사례만 봄, 학원모강(2,3,4순환) 문제
민법-윤동환 강의, 민법교안, 윤동환 보충교재 및 암기장, 학원모강(2,3,4순환) 문제
형법-송헌철 강의, 송헌철 단권화형법 보다가 3순환 이후부터는 이케바로 변경, 학원모강 문제
상법-김혁붕 강의, 김혁붕 상법신강 및 김혁붕 필기자료, 학원모강 문제
민소-이창한 강의, 이창한 사례민소 및 통합민소, 학원모강 문제
형소-이지민 강의, 이재상 형소 및 형소연습, 학원모강 문제
행정-김기홍 강의, 홍정선 행정법특강, 김기홍 보충교재, 학원모강 문제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수험기간 내내 학원을 이용했습니다. 학원강의는 형소와 형법을 제외하고는 모두 만족했으나, 형소와 형법도 중간에 강의를 바꾸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단권화는 전혀 하지 않았고, 막판에는 사례집과 모강문제만 반복해서 공부했습니다. 2순환까지는 교과서를 주교재로 활용하였으나, 3순환부터는 사례집을 위주로 교과서는 참고서로만 이용하였습니다.


7. 끝맺으며
조기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 인간승리로 느껴질만큼의 과정이 있었던 것도 아닌 제가 합격수기를 쓰게 되어서 매우 부끄럽습니다. 저는 정말 평범하게 공부했고 평범하게 합격한 것 같습니다. 그 가장 큰 원동력은 철없는 막내아들을 부모님께서 한 번 더 믿어주시고 공부를 지원해 주신점이고, 둘째는 컴퓨터 게임을 끊고 운동을 시작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꾸준한 운동 덕에 공부기간 내내 체력이 떨어졌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고, 운동으로 인한 스트레스해소로 공부의욕도 일정하게 유지되었던 것 같습니다. 쓰다 보니 ‘운동예찬’처럼 된 경향이 없지 않지만, 사법고시 2차는 1년 이상의 장거리 레이스가 되는 것이 보통이므로 굳이 운동이 아니더라도, 신앙 혹은 취미생활과 같은 건전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 하나씩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철없는 막내아들을 변함없이 사랑해주시는 아버지, 어머니에게 모든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또 언제나 변함없이 편하게 해주는 고등학교 친구 건이, 성원이, 우혁이와 자신감이 떨어질 때마다 북돋아주던 후배 우창이, 성태, 효석이, 지원이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힘든 수험기간동안 따뜻한 말을 아끼지 않아주신 모든 선배, 후배, 동기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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