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이의 어떤 하루(29)-“열등감과 우월감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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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이의 어떤 하루(29)-“열등감과 우월감을 넘어서...”
  • 법률저널
  • 승인 2009.10.2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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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무 39기 사법연수생 hmkim@cyworld.com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연수원 4학기 시험도 이제 모두 끝이 났습니다. 인생이란 시험의 연속이라고들 하지만 자신의 운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필답식의 시험은 이것이 마지막일 거라는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는 속이 시원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서운함이나 섭섭함도 느껴지는 것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시험만 끝나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겠다고 그렇게 많은 계획을 세워놨건만 왠지 모를 의욕상실에 그저 연수원에서 정해놓은 특강만 꾸역꾸역 들어갈 뿐, 지금 이 순간에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제 자신에게 ‘그동안 수고했다’는 자기 위안과 스스로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쓴 “여보 나 좀 도와줘”라는 책에서도 자신의 연수원 시절을 회상하시면서 ‘열등감과 우월감 속에서 지낸 2년’이었다고 회상하고 계시더군요. 그 책을 읽으면서 어쩜 이렇게 지금의 내 마음과 이리 같을까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2년의 시간이 저 역시, 아마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 대부분의 연수생들이 그러지 않을까 합니다만, 열등감과 우월감 속에서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습니다. 2차 합격자 발표가 난 이후부터 달라지는 사람들의 태도, 어딜 가든 사법연수생이라고 하면 정말 힘든 공부하셨다고 하면서 치켜세워주는 모습들을 보면서 어쩌면 제 스스로 그런 우월감을 즐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생 제대로 된 돈 한 푼 벌어보지 못했으면서도 은행에 가면 나이에 비해 너무나 많이 주어지는 혜택 속에서 또 한 번 목에 힘이 들어가고, 고교동문회를 가든 어디를 가든 이제 우리 후배 중에서도 법조인이 나왔다면서 반겨주는 모습들 속에서 다시 한 번 어깨에 힘을 주게 되고, 그 때는 그런 모든 것들이 그동안의 노력과 희생에 대한 당연한 대가라는 생각에 마냥 즐겁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런 우월감도 밖에서나 가능한 소리일 뿐, 연수원에 들어와서 살인적인 경쟁을 하다보면 내 주변에 앉아있는 동료들을 보면서 한없는 열등감과 자격지심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방이 온통 스카이대학 졸업생에 나이도 어리고 실력 또한 뛰어나며 얼굴까지 예쁘고, 잘생긴 연수생들을 보면 열등감을 넘어서 질투심까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 노력하면 이길 수 있을 거야’라고 스스로 다짐하며 열심히 노력하지만 성적은 늘 제자리고, 달리 어린 나이에 합격한 것이 아니구나 하는 사실을 명백하게 입증해내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또 한 번 좌절감만 맛보게 되는 것이지요.

 

어디 그들 뿐이겠습니까. 다 나름의 사연과 경력을 가지고 어려운 과정을 참고 견뎌온 그들의 삶에 다시 한 번 고개가 숙여지고,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며 외국인 강사와 대화를 리드하는 모습에 또 한 번 고개가 숙여지고, 나중에는 유치하게도 그들이 가진 풍족한 환경에도 눈길이 가는 것이 덜 성숙된 인간됨됨이의 솔직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더욱이 이 좁디좁은 법조계에서 평생을 밥벌이를 하며 살아갈 것인데 앞으로 그들과 연수원보다 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을 하면 정말이지 스트레스를 넘어 두려움까지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알고 있습니다. 결국은 자신만의 그림을 갖고 묵묵히 꾸준하게 해나가는 사람이 승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그리고 행복과 성공은 남이 아닌 내 스스로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그리고 이제는 열등감과 우월감을 넘어서 바로 이러한 준비를 하고자 합니다. 내가 진정으로 가슴 깊이 원했던 내 인생의 그림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또 어떤 준비를 해나가야 하는지 이제 그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읽어야 할 책도 많고 공부해야 할 것들도 많고 만나야 할 사람들도 많겠죠.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열등감과 우월감 속에서 살았던 2년이라는 시간이 제게는 너무나도 큰 행복이었고 축복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열등감과 우월감을 벗어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도록 허락된 지금의 이 시간도 분명 저에게는 축복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전 제게 주어진 이 축복된 시간을 감사한 마음으로 보낼 생각입니다. 열등감과 우월감을 넘어설 그림을 그리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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