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산책로]도를 넘어선 언론의 ‘로스쿨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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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산책로]도를 넘어선 언론의 ‘로스쿨 때리기’
  • 법률저널
  • 승인 2009.10.2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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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로스쿨 출범 1년 만에 로스쿨 체제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또다시 제기하고 있다. 이는 주로 낮은 지원율과 재학생, 휴학생의 문제에 관련한 지적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강남일대 학원가를 중심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학원 입시전문가들에게 로스쿨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근거로 기사를 작성한다. 이렇게 작성된 기사들은 로스쿨의 실상에 근접하지도,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내지도 못하고 있다.


언론에서 말하듯 지원율이 떨어지고 휴학생들이 여름방학 이후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이러한 문제들은 언론에서 이야기 하듯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문제들도, 로스쿨 체제상의 결함으로 보일 정도로 심각한 문제도 아니다. 모두가 로스쿨 출범과 사법고시 체제의 존속에 관한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이미 예견되어 왔던 점들이고, 오히려 로스쿨 제도는 1~2년 전의 예상보다는 훨씬 순조로운 항해를 하고 있어서, 아직 졸업생을 배출하지 못했지만 체제가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사법고시에 대한 향수 때문인지, 언론은 줄곧 로스쿨 출범 직후부터 '로스쿨 위기', ‘부의 세습’, ‘low 스쿨’ 등의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로스쿨 때리기로 일관한 선동적인 보도를 하였다. 로스쿨 자체보다는 이러한 보도 행태 때문에 오히려 국민들의 로스쿨 체제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는 로스쿨 체제의 안정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로스쿨에 대한 국민적인 반감, 더 나아가 양질의 법률 교육을 통한 우수한 법조인 양성마저 방해하고 있다. 
 
낮아진 경쟁률의 진실
현재 가장 큰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은 작년 첫해에 비해서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경쟁률이다. 서울시내 로스쿨들은 물론 지방 로스쿨들 역시 전남대, 제주대, 충북대를 제외하고는 경쟁률이 떨어졌다. 이 때문에 언론에서는 '인재'들은 더 이상 로스쿨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비싼 학비, 교육의 질, 교육 기간 등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였다.


하지만 경쟁률의 편차를 보면 이는 피상적 현상만을 바라본 것임을 알 수 있다. 지난해 평균 경쟁률은 6.84대 1로 중앙대가 9.32로 가장 높은 지원율을 보였고 제주대가 3.38로 가장 낮은 지원율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4.48대 1의 평균 경쟁률 중 최고 지원율을 기록한 한국외국어대학교가 6.76이고 최저 지원율을 기록한 충남대만이 2.91로 2점대의 경쟁률을 가질 뿐 다른 대학들을 모두 3점대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즉, 최고와 최저 지원율 편차가 5.98에서 3.85로 현저히 낮아짐으로서 로스쿨의 평준화가 이루지고 있는 것이다.


사법고시 시절 SKY 출신 법학도들만이 주로 꾸준히 법조계에 진출하여 사법고시의 가장 큰 병폐 중의 하나로 지목되던 학교 편향 문제가 로스쿨의 도입 1년 만에 해결 기미를 보이고 있음을 반영한다.

 

로스쿨의 평준화와 지원율 거품 빠져
또한, 경쟁률을 지켜보면 서울 미니 로스쿨들과 지방대들의 약진 또한 두드러진다. 지원율이 상승한 세 개의 대학 모두 지방대인 것을 물론이고, 6:1을 넘는 경쟁률을 보이는 대학들이 한국외대, 중앙대, 영남대, 인하대 순으로 집계된 것도 이를 반영한다. 이는 서울시내로 집중되었던 로스쿨 지원의 지방 분산화와 SKY만을 열망하던 기존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로스쿨 지방 거점 대학 육성의 일환으로 지방 거점 로스쿨에 인원 배정에 있어서 혜택을 주는 등 정부의 당초 로스쿨 육성 취지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지원율에 거품이 빠진 이유도 있다. 지난해는 로스쿨 도입 첫해였기 때문에 다양한 연령층의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이 도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로스쿨의 특성상 지원자들의 연령이 적지 않기 때문에 한 번의 고배를 마시고 또다시 도전하기에는 힘든 것이다. 결국 이번 기수부터는 정말 로스쿨에 뜻이 있는 ‘알짜배기’들 간의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4.2% (84명)에 달하는 자퇴생, 휴학생 비율에 대한 오해

언론에서는 총 62명의 휴학생과 15명의 자퇴생 및 7명의 등록 포기 사례가 있고 이것이 사법고시와의 경쟁에서 수험생들이 사법고시를 많이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하였다. 높은 등록금과 오랜 교육기간을 필요로 하는 로스쿨보다는 홀로 열심히 공부하여 연수원에서 2년의 실습기간 만 거치고 법조인이 되는 것이 낫고 이후에도 법조인 선발에 있어서 로스쿨 출신보다는 사법고시 출신을 선호할 것이라고 판단한 수험생들이 많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62명의 휴학생 중 40명은 군 휴학인데다, 어떤 종류의 휴학을 하건 로스쿨 재학생은 자퇴를 하지 않는 이상 사법고시를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이것을 사법고시를 선택한 결과로 보는 것은 비약이다. 오히려 이론과 실무의 정규교육을 받을 수 있고, 장학금 수혜도 있는데다, 법조계 진출 전부터 인맥을 쌓을 수 있는 로스쿨에 우선 입학한 후 방학을 맞아 군대나 부족한 법학 공부, 기타 개인 사정으로 1~2년을 휴학하고 다시 복학하려는 학생들이 많은 것이다.
 
로스쿨 기사는 학원가 아닌 로스쿨에서 취재해야
또한 이러한 분석은 법조계 실무는 물론 로스쿨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학원 입시 분석가들의 입을 빌린 것이다. 실제로는 지난 1학기 동안 법원 및 국내 유명 로펌들에서 서울 및 지방의 로스쿨에 특별강연 및 각종 행사, 지속적인 모임을 갖는 등 현재 로펌의 로스쿨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학원에서 들리는 소문만으로 추측성 기사를 작성한 언론들이 이야기하는 것과는 달리 법조계 내부에서는 로스쿨, 사법고시의 출신을 가리기 보다는 당연히 법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우수한 인재의 선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로스쿨이 사교육의 병폐 근절 취지도 있었던 만큼 학원가에서는 처음부터 로스쿨의 도입을 반대해왔다. 이는 학원 역시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니 만큼 당연한 이치이다. 하지만 언론마저 이에 장단 맞추고 새로운 변화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거부감과 선입견을 가지기 보다는 로스쿨 체제의 빠르고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건설적인 지적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신재명 객원기자·한국외대 로스쿨 bucelop_j@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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