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아카데미, 로스쿨 전철 밟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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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아카데미, 로스쿨 전철 밟을 건가
  • 법률저널
  • 승인 2009.10.0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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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르면 오는 2013년부터 외교관 가운데 절반을 외무고시가 아닌 '외교아카데미' 출신 인력으로 충원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외교인력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현행 외무고시를 유지하되 필요인력의 절반을 외교아카데미를 통해 충원하겠다는 것이다. 법조인력 양성을 위한 '로스쿨'과 비슷한 형태의 외교아카데미는 석사과정을 거쳐 한해 100명을 선발하며, 정부는 이 가운데 엄격한 선발심사를 거친 20명 정도를 외무고시 합격자와 같은 5급 외교관으로 임명한다는 방안이다. 정부는 연내 공청회를 열어 의견 수렴에 나서고 가급적 내년 상반기 중 관련 입법을 마무리한 뒤 오는 2011년 외교아카데미의 첫 입학생을 선발한다는 계획으로,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오는 2013년에는 첫 졸업생을 배출하게 된다.

외교아카데미 설립이 추진된다는 소식에 일부 수험생들은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 대다수 수험생들은 크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특히 외무고시를 이제 막 준비하기 시작한 수험생들은 합격하기까지 통상 3년이라는 수험기간을 고려하면 선발인원이 절반으로 줄어들 경우 합격의 문턱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수험준비를 계속 해야할지 고민에 처하게 된다. 게다가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외무고시에 뛰어들었던 수험생들은 외교아카데미 설립 소식에 마음이 휘둘리고 있다. 선발인원이 절반으로 줄기 전까지 과연 합격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또 반발하는 수험생들 가운데 일부는 장기적으로 외무고시 폐지라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외교인력 충원 방식이 당분간은 '투트랙'(Two-track)으로 가겠지만 결국 외교아카데미로 단일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한반도의 전략환경이 급변하고 외교역량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정예 외교관 양성이 중요하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 방법이 꼭 외교아카데미이어야 하는 점이다. 현재 외교안보연구원을 더욱 강화해 국제화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굳이 고비용의 외교아카데미를 만들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외교아카데미가 또 하나의 '옥상옥'(屋上屋)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더욱이 외교안보연구원으로 정예 외교관을 양성하는 것이 어렵다면 외교아카데미가 설립되었다고 해서 필요한 외교관을 배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우수한 교수진 확보가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허울뿐인 외교아카데미가 될 여지도 있다.

정부가 외교아카데미 설립을 추진하려는 것은 변화하는 21세기 시대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외교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준비된 전문가 집단을 양성하자는 취지다. 로스쿨도 여러가지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국제적인 법조인으로 양성한다는 취지로 도입되었지만 그 어느 하나 만족할만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한국적 대학원 법학교육의 실험장이 되고 있을 뿐이다. 외교아카데미 설립도 로스쿨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선 입학자부터 돈 많은 특권 계층, 특정 대학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순혈주의, 엘리트주의 타파와 채용의 다양화는 허울뿐이다. 결국 명문대 출신자들에게 문호만 넓혀 줘 이들 중심으로 한 연고주의가 지배해 온 외교계 카르텔을 더욱 고착시킬 것으로 보인다.

교육의 내용과 방법도 기존의 대학원과 달라야 한다. 모든 교육 과정은 철저하게 실무 및 현장 중심적이고 사례 중심적이며 실제 문제 해결 지향적이어야 한다. 외교관으로서 필요한 특수 전문 지식과 기술, 성품과 언어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러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교수진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외교아카데미의 성패는 위와 같은 특수한 교육 내용과 방법을 실천에 옮길 우수한 교수진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탁월한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한 좁은 인재풀내에서 이뤄지는 교수 요원으로는 정부가 구상하는 우수한 외교관의 양성은 불가능하다. 로스쿨에 걸맞은 우수한 교수도 확보하지 못한 채 기존의 법과대학에서 로스쿨이라는 외형만 덮어씌운 지금 로스쿨의 교육에 학생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듯 외교아카데미의 장래도 불을 보듯 뻔하다. 외교아카데미는 허상(虛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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