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교육의 다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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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교육의 다양화
  • 성낙인
  • 승인 2009.10.0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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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헌법학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10월의 가을바람이 옷깃을 스치면서 벌써 2년차 로스쿨 입시가 시작된다. 미국식 로스쿨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외견상 법학교육의 혁명적 변화를 초래하였다. 로스쿨을 도입한 대학은 대학원과정의 학생만 선발한다. 전통적인 명문 법과대학이 사라져간다.


하지만 법학전문대학원은 아직도 한국적 대학원 법학교육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 무엇하나 분명하게 정리된 것이 없다. 3년간 로스쿨에서 교육을 받은 이후에 변호사 자격시험은 어떠한 형태로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몇 %나 합격할지에 관해 아무런 합의도 없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학생들에게 로스쿨에서 다양한 학문적 체험과 실무수습을 이행하는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로스쿨 재학생들의 불안은 바로 여기에 있다. 심지어 같은 해에 변호사자격을 취득하는 사법연수원 졸업생의 상당수는 지금처럼 수료 후 곧 바로 판검사에 임용될 것이다. 하지만 로스쿨 졸업생들 중에서 판검사에 바로 임용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아무런 응답이 없다. 부정적인 견해만 지배적이다. 졸업 후 일정기간 이후에 판검사로 임용된다면 그에 관한 청사진도 보이지 않는다.


학생이니까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도대체 로스쿨을 개원해 놓고 전문대학원 학생들에게 바람직한 학습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한 채 단지 공부만 하고 있으라는 것은 초등학생과 마찬가지로 취급하는 것 아닌가. 로스쿨 도입 취지 중에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이 국제화와 전문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법조인의 양성에 있다. 대학에서 다양한 학문분야를 전공한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과 관심영역을 최대한 살려가면서 전문적인 법률가로서의 길을 개척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를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전제조건을 충족하여야만 한다.


법은 인간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작동되어야 한다. 그 모든 영역의 문제를 인문계 고교졸업 후 바로 법과대학을 졸업한 법률가로서는 이해하지 못할 많은 영역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이과계 대학을 졸업한 학생이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특허분야의 전문변호사(patent lawyer)가 된다면 문과계 대학 졸업생보다 경쟁에서 훨씬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대학원 재학 중에 한가히 특허법과 지적 재산권 영역에만 매몰될 수 있을 정도로 변호사시험을 대비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인지에 대해서 아무도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한다.


미국식 자유설립주의에 입각한 로스쿨의 경우 다수의 하위 로스쿨에서는 여전히 변호사시험이 매우 어려운 관문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는 로스쿨들에서는 교육과정에서 교수나 학생 할 것 없이 변호사시험에 연연하지 않는다. 따라서 변호사시험 성적도 특별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 단지 통과의례 정도로 인식된다.


하지만 한국 로스쿨은 태생적으로 2천명이라는 제한된 인원 아래 로스쿨 당첨과 인원배정을 단행했다.  그 중에서 다시 일정 수의 학생들을 배제하기 위한 장치가 변호사시험이다. 물론 로스쿨 졸업생 전원이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만 하는 법은 없다. 경쟁에서 일정 수는 탈락시킬 수 있다. 하지만 한국적 특수성을 외면하고 변호사시험 경쟁을 부추길 경우에 로스쿨 교육현장은 변호사시험 준비의 장으로 황폐화될 수밖에 없다.


로스쿨 제도가 정착된 지 백년을 넘어선 미국에서는 이미 로스쿨 재학생들이 다양한 학문 영역을 동시에 이수하는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있다. 로스쿨 학위인 JD와 다른 학문 영역인 Ph.D를 연계해서 변호사자격과 예컨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동시에 취득한다. 또 JD학위와 경영전문석사(MBA) 학위도 병행한다. 심지어 로스쿨의 정규학위과정이 아닌 법학석사(LLM) 과정과 MBA과정을 동시에 이행하는 프로그램도 개설한다. 교육의 다양성을 통해서 학생들의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프로그램의 개발이 절실한 시점에서 우리 학생들도 변호사시험의 족쇄에서 풀려나 로스쿨 재학 중에 마음껏 자신의 영역을 개척할 수 있는 다양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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