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저인터뷰]이은영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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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저인터뷰]이은영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법률저널
  • 승인 2009.10.0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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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시험 합격률 70~80% 반드시 보장돼야”
“로스쿨에 국가 재정적 지원 있어야”

 

“학비의 경제적 부담 완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정원 제한 역시 빠른 시일 내에 개선돼야 합니다.”


로스쿨 법안 통과에 주도적 역할을 한 후 30년간 봉직했던 강단으로 돌아와 교편을 다시 잡은 이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통합민주당 의원)는 로스쿨 제도의 정착을 위한 개선 과제를 이 같이 말했다.


국회의원 임기를 통해 법이론 이외도 법의 실천적 측면에 더욱 관심을 쏟게 됐다는 이은영 교수는 “사법개혁과 호주제 폐지 등을 추진한 점에서는 보람을 느끼지만 개인정보보호제도 설치, 성년후견제법 제정, 국가보안법의 폐지 등 완성하지 못한 과제에 대해서는 아쉬운 측면이 남아 있다”고 입법자로서의 4년간을 소회하면서 “연구 활동에 더욱 매진하고, 법학서 이외에도 수필집 등의 집필활동에 힘 쓸 생각이다”고 법학자로서의 계획을 밝혔다.


28일 본지가 그를 만나 로스쿨 시행 6개월을 돌아봤다.

 

◇17대 국회의원 임기 4년 동안 로스쿨법을 통과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온 입법자로서 로스쿨 시행 6개월 어떻게 평가하나.


잘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사법 개혁 일환으로 로스쿨 도입을 추진할 때 기존 법조인들은 냉소적이었고 법대 교수들 역시 비협조적이었다. 그러나 막상 로스쿨이 시행되면서부터는 쓴 소리보다는 로스쿨 제도 발전에 힘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각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고 교재 역시 로스쿨의 취지에 부합한 실무중심 교육 내용을 갖춰 출간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커리큘럼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나 역시 민법 총칙이나 채권 총론을 가르치지 않고 채권 각론에 해당하는 계약법 강의를 바로 시작한다는 것을 무모한 방식이라고 생각 했지만 실제 수업을 진행해 보니 민법 관련 케이스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 학생들 스스로가 민법 체계를 찾아나가는 귀납적인 방식이 로스쿨 도입 취지를 살리는데 부합한 구성이라고 판단한다.


또 근래에는 변호사 자격시험이 어떻게 출제되어야 하느냐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을 보면서 법조인 양성 시스템을 원칙적이고 바르게 그려 나가려는 움직임을 읽을 수 있었다.

 

◇실제 수혜자인 학생들을 봤을 때는 어떤가.


지난학기 계약법 과목 수업을 했고 이번 학기에는 물권법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이 예습과 복습 등 수업 관련 준비가 철저하다. 수업 시간 동안 집중력 역시 높다.


첫 학기 수업을 하기 전에는 비법대 출신 학생들을 어려운 계약법으로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가 우려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열정을 갖고 수업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법대 출신 학생들에게 매너리즘에 빠지지 말고 사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해보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법대 출신 학생이라고 해서 로스쿨 수업에 특별히 유리한 것은 아니다. 소크라테스식 문답 방식과 판례를 사실관계에서부터 법적 판단까지 심층적으로 접근하는 수업은 법대 출신이든 비법대 출신이든 익숙하지 않은 점에서는 양쪽 다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수업에 보다 전념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명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로스쿨 총 입학정원을 정할 때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70~80% 수준으로 보장할 것을 법조인 대표들과 잠정적으로 합의했다. 따라서 반드시 이 같은 합격률이 보장되리라고 생각한다.


합격률에 관한 각 대학들의 대응 방안을 물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대처가 아니라 현 정원의 80%는 합격시켜야 된다는 것을 강하게 관철하도록 의견을 모아 행동을 취했으면 좋겠다.


일본 로스쿨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신사법시험 합격률이 저조하다는 이유인데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 로스쿨이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로스쿨 학생들의 실력 향상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현재 집중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충분할 것으로 본다.

 

◇각 대학에서 로스쿨 정원 결원을 충원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데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배정된 인원보다 적은 인원으로 충원이 불가피 한데 편입으로 충원할 것인지 입시를 통해 신입생 인원을 추가해서 선발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대학입장에서는 충원 인원을 다음 년도 신입생으로 뽑는 것을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1년 동안 각 대학마다 가르친 수업 방식이 다르고, 필수과목이 1학년 과정에 마련돼 있어 다른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온 학생들을 편입시켜 교육한다는 것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지방 로스쿨 학생들의 이동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하냐의 문제는 올해 입시에서 나타날 것이다.

 

◇입시에서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는가.


우대 조건으로는 삼지 않으리라고 본다. 현재 로스쿨 학생들은 수업을 충실하게 준비하기 위해서 밤을 새우다 시피 하면서 벅찬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반수생들의 경우라면 입시 준비를 하면서 강의에 충실히 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결국 입시 준비와 학과 수업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반수생들은 로스쿨에 합격해서 등록하고 맛보기는 했을지라도 수업에 충실히 임한 학생에 비해서는 1년 과정을 마친 실력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싼 로스쿨 학비로 인한 진입장벽을 낮추고자 정부에 재정적 지원을 요구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변호사라는 직업이 약자를 위해 변호한다는 봉사 수행 측면에서 봤을 때 국가에서 로스쿨 교육비용을 보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변호사의 공익 활동을 장려하는 취지에서도 앞으로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각 대학에서 우수한 학생들 유치하기 위해 장학금을 내놓고 있는데 대학으로서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법조인력 증가와 법률시장의 세계화로 취업난을 비껴갈 수 없게 됐는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어떤 조언을 하나.


그동안 변호사의 법률서비스의 혜택을 받았던 국민은 제한돼 있었다. 높은 비용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말이다. 이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사건을 도와주려는 의지를 갖는다면 수요 역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기업이 진출해 있는 외국에서도 활로를 개척해야 하겠다.

 

◇2010학년도 로스쿨 입학을 위한 원서접수가 곧 시작된다. 지원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지난해는 법학과 출신과 비법학과 출신간, 직장 유경험자와 비경험자간 어떻게 공부를 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우려가 컸다. 그러나 지난해 로스쿨 입시와 올해의 입학설명회 등을 경험하면서 면접시험을 실시하는 교수들의 자세가 많이 달라졌다. 법학 이해력과 열성도가 높은 학생을 선발하는 데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면접에서는 상식적이면서 리걸마인드를 요구하는 문제들이 출제되는데 법학 사례 문제로 접근해서 풀거나, 법학 사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상식적으로만 해결하는 것은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언어는 상식적으로 선택하되 논리는 리걸마인드를 바탕으로 펼쳐 구술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단, 총칙 교재 정도는 읽어볼 것을 권장한다.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가.


자신이 법조인이 될 적성을 갖고 있는지 아닌지를 먼저 판단해보고 적성을 갖고 있다면 로스쿨에 지원해 교육을 받고 성장하기 바란다.


자신의 적성을 어떻게 알아내느냐 묻을 것 같은데, 평소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불의가 날치고 정의가 짓밟히는 사건에 대해 언젠가 바로잡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사람이 있다면 자격을 충분하다고 본다.

 

◇법학자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하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도움이 되고 싶었다.


앞으로 법학자로서 연구 활동과 수필 등 집필활동에 힘 쓸 계획이다. 허윤정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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