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자의 중앙대 로스쿨, 일본 해외 연수단 동행 취재기-7
상태바
이 기자의 중앙대 로스쿨, 일본 해외 연수단 동행 취재기-7
  • 법률저널
  • 승인 2009.10.01 1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양한 학부 전공자들이 모여 그 다양성을 추구하고 법률지식과 실무경험을 배양함으로써 국제경쟁력과 대국민 법률서비스를 향상하기 위해 도입된 법학전문대학원. 로스쿨 1기생들의 거대한 사법개혁의 블랙홀 속에서 어쩌면 불안한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야 할지도 모른다. 비단 개개 로스쿨생만의 과제가 아니라 이들을 양성하는 로스쿨과 교육기관과 법조기관과 국민 모두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할 때다. 향후 이들의 자질과 능력과 감성은 법률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또는 또 다른 형태로든 우리사회로 환원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보고 겪고 도전해야만 한다.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원장 장재옥) 원생과 교수로 구성된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해외연수단’이 8월 9일부터 12일까지 일본 사법제도와 법조인 양성시스템을 견학하기 위해 일본을 다녀왔다. 이에 본지 법률저널 이성진 기자가 동행 취재했다. 3박 4일간의 생생한 견학 현장을 수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
□ 메이지 신궁과 일본 평화헌법
□ 일본 최고재판소와 재판제도
□ 일본 사법제도 역사와 참의원
□ 일본 로펌을 가다
□ 일본 로스쿨을 가다
□ 일본 지방재판소와 사법제도
□ 견학은 또 다른 학습

 

로스쿨, 견문을 넓히고 경험을 쌓자...

 

일정 마지막 넷째 날 오후, 1906년에 완성된 황실정원인 新宿御苑을 관람하면서 잠시 한가한 시간을 가졌다. 수 백 년 된 나무와 연못, 넓은 잔디와 숲길을 따라 산책하면서 공식일정에 지친 심신을 위로할 수 있었다. 이어서 일본에서 제일 크다고 하는 서점인 ジュンク堂書店(Junkudo Bookstore)에서 다양한 법률서적들을 열람하고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우리나라의 종로서적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각 층별로 분야별 서적들이 마치 대학 도서관 서고처럼 보기 좋고 찾기도 쉽게 진열되어 있었다. 헌법을 비롯해 법서들이 즐비했고 원생들이나 교수들 모두 관심과목의 책을 펼쳐보기에 바빴다.


기자는 잠시 코너를 돌아 로스쿨 관련 서적들 앞에 섰다. 구사법시험, 신사법시험 관련 도서가 수도 없이 진열되어 있었다. 특히 구제도에서 신제도로 넘어가는 과도기라서 그런지, 신사법시험 관련 서적들이 우선적으로 비치되어 있고 구사법시험 관련 서적들은 한편으로 밀려난 듯 좀 더 신경을 써야만 찾을 수 있었다. 이들과 함께 눈에 띄는 것은 법학적성시험 관련 서적들이었다. 예상문제집, 기출문제집, 기본이론서들이 사법시험서적에 못지않게 두드러진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또 로스쿨전문잡지들도 서너 권 눈에 띄어, ‘이젠 정말 일본에서도 로스쿨이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나 보다’라는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공항을 향하는 길에 10여분 정도 오다이바에 들러서 인공 바다를 구경할 수 있었다. 일본의 현대화와 이국적인 정서를 만끽할 수 있었고 일행은 ‘우리의 한강도 이렇게 개발된다면…’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후 6시에 나리타 공항에 도착, 출국 수속을 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3박 4일의 길지 않은 견학 겸 연수였지만 매우 유익한 기회였다. 기자로서 느끼는 소회는 그랬다. 확대하면 실제 당사자였던 원생들의 배우고 깨달음은 더 많고 깊을 것이다. 메이지신궁, 황실정원을 걷는 등 잠시 여유시간을 가질 때보다 최고재판소, 법원을 들러 일본의 사법제도를 듣고 로펌이나 로스쿨에 들러 일본의 사법현실을 체험할 때, 그 때 모두의 눈망울들이 더욱 초롱초롱했음을 기자는 지켜봤기 때문이다.


때론 영어로, 때론 일본으로, 여의치 않을 땐 통역을 통해서라도 과단 없는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해 내는 이들을 바라보면서 기자는 기대이상의 희망을 품어볼 수 있었다. 로스쿨 개원 이래 이곳저곳 뛰어다니며 목도했던 ‘로스쿨원생들의 자질들이 의외로 뛰어 나구나’라는 최근의 느낌들을 중앙대 로스쿨의 31명의 유람단원들을 통해서도 또 다시 직·간접적으로 체득할 수 있었다. 그에 못지않게 동행 교수들의 의지 또한 대단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나치게 열성적이랄까. 질의 응답시간에는 원생들 틈에서도 과감히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주요 일정 전과정을 캠코더에 담는 교수가 있는가하면, 늘 메모장에서 펜을 놓질 않는 교수며…. 그렇기에 원생, 교수 모두 유익한 견학이었을 것이라고 확신마저 든다. 구한말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직·간접으로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일본, 밉지만 미워할 수만도 없는 때론 타산지석으로 때론 반면교사, 때론 미래를 함께해 나가야할 이웃나라 일본. 특히 사법을 통해 지속적으로 우리의 과거를 지배해 왔기에, 일본의 사법제도는 외면하래야 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삶에 물 먹은 솜처럼 스며들어있다. 향후 일본에의 흔적과 현재의 일본을 완전 배제한 우리만의 사법제도가 이루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지금으로서는 무척이나 닮아 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일본이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사법개혁을 주창하며 대국민 서비스 향상과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로스쿨은 오히려 우리보다 5년이나 먼저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보다 빠르고 앞선 것도 있었지만 국민참여재판 등 일부는 느리고 뒤처진 것도 분명 있다. 좋은 것은 배우고 단점은 우리의 장점으로 승화할 수 있어야만 일본을 앞설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이번 중앙대 로스쿨 일본 견학에 동행 취재한 기자의 체험결과다. 견학 원생들 모두도, 기자의 소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감히 판단해 본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성향도 이번 견학을 통해 조금이나마 엿 볼 수 있었다. 소위 ‘정중동’이라고 할까. 최고재판소도, 지방재판소도, 국회도, 법조타운도, 로스쿨도 그랬다. 왠지 고요했다. 그러나 소리없는 개혁의 분주함이 내부에서 꿈틀거리고 있었음을….


특이한 것은 일본 재판소 어디에도 법원을 상징하는 문양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최고재판소나 지방재판소도 마찬가지였다. 법정에는 일본의 국기도 없었고, 법정임을 나타내는 어떤 표시도 없었다. 이상했다. 최고재판소에서도 물어봤고 지방재판소에서도 물어봤다. 최고재판소 안내직원에 따르면 대동아 전쟁 패전 당시까지는 천황문양이 있었지만 패전이후에는 문양이라곤 없다는 것. 동경지방재판소의 두 판사 역시 “2차 대전 이전에는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 이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다”고 답변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권위의식을 없애기 위해 미군정이 강압적으로 강요했기 때문이라는 등 다양한 설들이 있다는 것은 들을 수 있었으나 명쾌한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법원을 상징하는 문양조차 없는 일본 사법부, 만약 진정 권위의식을 없애고 오직 국민의 정의를 위한 목적이라면…, 언젠가 우리보다 저 멀리 앞서 가버릴 수도 있겠다’라는 시샘어린 걱정부터 앞섰던 것은 왜일까?


로스쿨 개원 7개월이 지난 우리 대한민국. 벌써부터 로스쿨에 대해 가타부타 평들이 많다. 또 혹자들은 묵묵히 지켜만 보기도, 또 일부는 과감히 나서 개선을 요구하기도 하고 있다. 무조건 조용하기만, 떠들기만 해서도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우선 물을 주어야 싹이 날 것이며 일정한 생존조건이 주어져야만 우량종이 태생된다.


3박4일의 빠듯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체험의 효과는 7박8일을 족히 넘은 듯했다. 세상의 눈을 넓힐 수 있었던 견학이었다. 전국 25개 로스쿨 중에는 이미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가졌거나 조만간 계획하고 있다. 또는 국내 프로그램들을 통해 효과를 배가할 수 있는 방안들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법조인 양성시스템이 기존 이론중심의 시험에서 다양성 확보를 통한 이론과 실무의 교육을 통한 양성제도로 바뀌었다. 기자의 주장은 이번 동행 취재를 통해, 양성과정에서 다양하고 보다 폭넓은 견문들이 양질의 인재양성에 매우 유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각 로스쿨들도 향후 보다 많은 기회들을 직·간접적으로 부여해 보자는 것이다.


끝으로 일본의 사법제도 시찰에 동행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장재옥 원장 이하 관계자 및 흔쾌히 동료로 맞이해 취재를 할 수 있도록 해 준 중앙대 로스쿨 원생 모두에게 감사를 전한다.


<< 연수를 마치고 … >>

 

이지원 원생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빠듯하게 돌아갔던 일정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아쉬움이 남는 것은 그 즐거움과 보람됨이 그만큼 컸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이른바 cool-biz 정책으로 인해, 방문했던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에어컨을 충분히 가동하지 않아 더위에 많이 지치기도 하였지만, 전반적으로 짜임새 있던 일정과 풍성한 볼거리에 지루할 틈이 없었던, 더 없이 만족스러웠던 시간들이었다. 이번 연수는 일본 사법시스템 견학 이라는 연수 본래의 목적을 달성했음은 물론이고, 학우간의 단합을 도모하고 장래의 법조인으로서의 다짐 및 외국어 등 개인역량강화에 대한 의지를 키울 수 있었던 정말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문성준 원생
쥬오대학에 들어서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一期一會」라 적힌 액자였다. 단 한 번의 기회, 만남, 인연...... 「이치고 이치에」. 누군가에게 차를 대접할 때 그 사람과의 만남은 이생에서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기분으로 차를 끓여 대접하고 차를 마시는 사람 또한 같은 기분으로 마셔야 한다는 다도에서 비롯하였다는 이 말은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가를 한 마디로 보여주고 있었다. 한 번의 인연을 귀하게 여긴다면 겸손해질 수밖에 없고 그 인연에 감사하게 된다. 최고재판소 방문을 비롯하여 빈틈없이 알차게 구성된 이번 연수도 후배들에게는 다시 기회가 주어져도 같은 프로그램으로 내가 다시 참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니 좀 더 열심히 듣고 보고 배울 텐데 하는 아쉬움과 반성이 들었다. 더불어 예비법조인으로서 생각을 키울 수 있는 더 없이 소중한 기회였던 것 같다. 유능한 참 법률가로 성장하는 데 이번 연수를 디딤돌 삼아 더욱 열정을 쏟으리라 다짐해 본다.

 

김성호 원생
얼마 전 일본에서는 독특한 소재의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魔女裁判』이라는 드라마가 그것인데, 일본에 도입 예정인 재판원제도를 소재로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건들을 그려내는 스릴 드라마이다. 드라마의 성공여부를 떠나서 국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제도 도입에 앞서 드라마라는 친숙한 도구로 제도 홍보 효과를 노리는 일본의 치밀한 준비성에 놀라움과 부러움을 느낀다.


일본의 ‘재판원제도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와 비슷한 ‘국민참여재판제도’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작년 초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재판원제도, 한국의 국민참여재판제도 그리고 양국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로스쿨 제도 모두 각국의 사법제도개혁의 일환으로 양국이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마치 경쟁하고 있는 듯한 양상으로 속속 도입되고 있는 제도들이다. 이와 같은 시점에서 그 제도의 현장에 있다고도 할 수 있는 로스쿨 1기생으로서 나는 짧은 시간이지만 일본사법제도의 과거 및 현재를 살펴볼 수 있는 더 없이 좋았던 기회였다.

 

허중혁 원생
우리의 사법제도도 개혁적 국면에서 바쁘게 변화하고 있는데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그런 고민을 시작한 것 같다. 많은 시간의 교육은 받지 못 했으나, 쥬오대 로스쿨 교수들의 설명과 핸드아웃을 보면 그러한 변화의 움직임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일본의 사법개혁은 대충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사법제도를 보다 이용하기 쉽고 알기 쉽게 만들며, 둘째로 질과 양 모두가 충분한 전문가로서의 법조(인)를 확보하고 셋째는 국민이 소송 절차에 참가하는 제도의 도입 등을 통하여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인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의 사법제도에서 그러한 점들에 얼마나 부합해 왔는지 반성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일본 로스쿨과의 교류가 빈번해지고 더 많은 학생들이 일본에 가서 공부하게 되면, 우리의 사법제도의 개혁에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로스쿨 학생으로서 스스로에게 반문해 본다. 과연 법조인은 사회에서 어떠한 존재이며 어떠한 사명감을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가? 솔직히 개인의 출세나 치부에 관심이 있는 법조인들이 더 많지 않았는가? 과거 군국주의와 관료주의로 점철된 일본이 새롭게 사법개혁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 나가려는 현 시점에서, 우리 법조인들이 국민과 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가를 앞으로 더욱 생각해 나가야 할 것이라 믿는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