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자의 중앙대 로스쿨, 일본 해외 연수단 동행 취재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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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자의 중앙대 로스쿨, 일본 해외 연수단 동행 취재기-5
  • 법률저널
  • 승인 2009.09.1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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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학부 전공자들이 모여 그 다양성을 추구하고 법률지식과 실무경험을 배양함으로써 국제경쟁력과 대국민 법률서비스를 향상하기 위해 도입된 법학전문대학원. 로스쿨 1기생들의 거대한 사법개혁의 블랙홀 속에서 어쩌면 불안한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야 할지도 모른다. 비단 개개 로스쿨생만의 과제가 아니라 이들을 양성하는 로스쿨과 교육기관과 법조기관과 국민 모두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할 때다. 향후 이들의 자질과 능력과 감성은 법률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또는 또 다른 형태로든 우리사회로 환원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보고 겪고 도전해야만 한다.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원장 장재옥) 원생과 교수로 구성된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해외연수단’이 8월 9일부터 12일까지 일본 사법제도와 법조인 양성시스템을 견학하기 위해 일본을 다녀왔다. 이에 본지 법률저널 이성진 기자가 동행 취재했다. 3박 4일간의 생생한 견학 현장을 수회에 걸쳐 연재한다.

- 편집자 주

 

글 싣는 순
□ 메이지 신궁과 일본 평화헌법
□ 일본 최고재판소와 재판제도
□ 일본 사법제도 역사와 참의원
□ 일본 로펌을 가다
□ 일본 로스쿨을 가다
□ 일본 지방재판소와 사법제도
□ 견학은 또 다른 학습

 

일본의 사법제도 개혁 … 염려하는 신사법시험 합격률

 

일정 3일째 오후, 도쿄에 소재한 일본 쥬오대학(中央大學) 법과대학원(로스쿨)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일본 교수로부터 일본 사법제도에 관한 강의와 토론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일본 중앙대학교는 1885년 영국 법률학과와 유사한 형태의 법률학교로 설립된 이래 1905년 중앙대학교로 개명된 204년의 전통을 가진 명문 대학으로 1950년대에 변호사를 가장 많이 배출할 정도로 법학분야에서 선두적인 역할을 해 왔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선 2004년에 법과대학원(로스쿨)이 출범했다. 중앙대 로스쿨은 여기서도 역시 선두 자리를 내 놓지 않았다. 2006년 제1회 신사법시험에서 131명의 전국 최다 합격자를 배출해 일본 58개 로스쿨 중에서 동경대의 120명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고 제2회 시험에서는 68개 로스쿨 중 3위, 지난해 2008년 제3회 시험에서는 74개 로스쿨 중 2위를 차지했다. 금년 제4회 시험에서는 역시 74개 로스쿨 중 동경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쥬오대학 로스쿨에 들어섰다. 후쿠하라(福原紀彦) 원장, 사토(佐藤信行) 부원장, 오무라(大村雅彦) 교수, 카사이(笠井 修) 교수가 일행을 맞아주었다. 카사이 교수는 작년 12월에 중앙대 로스쿨 개원기념행사로 개최된 「제5회 문화산업과 법 국제학술대회」에 초청되어 『일본에서 미디어의 역할의 변화와 그 법적 과제』로 발표를 한 적이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낯이 익은 교수님이 보였다. 너무 뜻밖의 조우였다고 할까? 지난해까지 인하대 로스쿨 개원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김민배 전 법과대 학장이 일행을 반갑게 맞아 줬다.(휴직 년으로 현재 쥬오대학 로스쿨 연구교수로 계신다고 했다.)


일행은 곧 모의법정으로 안내되어 자리를 잡았다. 후쿠하라 원장과 장재옥 원장이 인사말을 전했다. 후쿠하라 원장은 “지난해 심포지엄을 통해 교류협력의 필요성을 실감했다”며 “일본은 로스쿨 시행 6년째를 맞은 가운데 쥬오대학이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법조인들이 전 세계에서 활동할 시대를 맞은 만큼 글로벌 선호의 중심이 없으면 안 될 것”이라며 3월 개원한 한국의 로스쿨생들이 일본 시찰에 적극성을 보이는 모습에 경의를 표했다.


곧 제1강에 들어갔다. 사토 부원장이 ‘일본법입문’이라는 주제로 일본법의 역사, 재판소제도, 법원(法源), 그리고 변호사 역할 등에 관하여 영어와 일어를 섞어가면서 강의를 했다. 그는 일본법 계수 과정에서부터 현행 일본법의 특징 전체 흐름을 일괄했고 사법제도 전반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법은 천 년 전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법체계가 중심을 이루면서 독자적 문화를 형성했고 이후 1600년대 에도막부에 의해 약 260년간 쇄국정책이 시행되는 가운데 독자적인 봉건법이 지배해 왔다는 것.


그러나 명치유신이 단행되면서 근대법이 도래했고 당시 제국주의 서구 국가 중 어느 나라의 법을 계수할지 고민한 끝에 영국, 프랑스, 독일의 영향을 받기로 결정, 이에 서양 3개국은 독특한 자신들의 법시스템을 가져왔고 이에 따라 정법대학은 프랑스법의 영향을, 중앙대학은 영국법의 영향 하에서 출발했다는 것.


특히 1800년대에는 프랑스의 영향이 우세했지만 그 이후로는 독일과 영국의 영향이 우세했다. 다만 영국법은 판례법이라는 단점 때문에 쇠퇴한 반면 법조문 해석 위주의 독일법이 정착되어 현대 일본법을 이루었다.


다만, 대동아 전쟁에서의 패망 이후 미국의 영향으로 영미법, 특히 미국법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현재는 혼합법제를 띄고 있다. 사토 부원장은 “형사소송법, 상법, 회사법, 독과점법, 공정법 등 일본법이 아주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이같은 이유”라면서도 “다만, 사법권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법과 형법은 독일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


그는 “일본법을 이해하려면 어느 나라의 법을 계수했는지 알아야 할 것”이라고 했고 “로스쿨은 미국의 영향을 받았지만 한국과 달리 일본에는 법학부가 존치하는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입법 및 사법 동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일본은 의원입법이 많지만 대부분이 행정부 위임입법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며 “특히 행정기관의 정령 등 상당히 많은 행정규제관련법들이 즐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제국주의 이후로는 대부분 미국법 영향으로 판례 등이 발전했고 또 헌법재판소가 없다”며 “보통 법원에서 헌법적 판단을 하는 등 사법부의 권력이 큰 만큼 사법의 자제적 성격도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사법권의 자제가 지나쳐서 비난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최고재판소가 위헌이라고 내린 것은 사상 10여건이 전부”라면서도 “그러나 사법제도가 발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기술적 판단 등을 통해 헌법합치적 판단을 유도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부터 판례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됐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어진 제2강에서는 오무라 교수가 ‘일본에서 사법제도 및 법조양성제도의 개혁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일본에서의 사법의 역할변화, 사법제도개혁의 이념과 개혁방안, 법조양성제도의 개혁, 그리고 현재 일본로스쿨제도의 진행상황과 제기된 문제점 등에 관하여 일본어로 강의를 하였다.


오무라 교수의 강의에 대한 통역은 중앙대 로스쿨의 서은혜 원생이 맡아 온화한 오무라 교수의 설명을 맵시 있게 전해 주었다.


오무라 교수는 먼저 현재 일본에서 추진 중인 사법제도개혁의 근원적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법에 의한 지배는 국민의 의한 지배로서 민주주의의 핵심”이라며 “2차 대전 이후 사회적 분위기는 피해자의 권리 등을 소송을 통해 보전 받고자 하는 경향이 뚜렷했다”고 운을 뗐다.


“소송이 많은 것은 국민의 권리 및 보호의식이 강해 졌기 때문이므로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재판소도 이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10년 전 일본 변호사협회장은 ‘일본에서의 사법은 20%가량만 발휘하고 있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사법이 완수해야 할 임무가 크다. 이를 위해 사법제도개혁위원회가 1999년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1995년 사법제도개혁위원회와 비슷한 성격으로 기존 사법제도 전반을 개선·정비하기 위한 기구로서 로스쿨 도입 및 현재 추진 중인 사법제도 개혁 등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총리대신 직속 심리기구다.


본 위원회가 2001년 제출한 사법개혁의 기초이념은 ‘사법의 역할’ - 법의 지배에 의한 공정한 재판을 하는 것이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판단, ‘법조의 역할’ - 전문 법조인들이 국민의 요구에 부합하는 법적 서비스, ‘국민의 역할’ - 국민이 참여하고 국민 스스로 실현하는 법적 제도 장치 마련함으로써 사법 서비스를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실현방안으로 사법을 이용하기 쉽도록 만든다는 것, 질적·양적으로 전문가를 적절히 배출한다는 것, 국민의 사법절차 참여를 확대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민사사법제도 개혁의 구체적 방안으로는 심리계획을 통한 사건의 단순화 및 소송제기 전 증거수집을 통해 소송 심리기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방법으로 실제 1년 반 가량 소요되던 소송기간이 현재는 7~8개월로 단축된 상태다. 또 전문적 지식을 재판에 적극 활용해야 소송기간도 줄이고 피해자의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 따라서 각종분야의 비법조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위원회제도를 도입해 재판관을 보조하게끔 하고 있다.


아울러 법조인의 전문성도 강화시키고 지적재산사건의 관할집중 등을 통해 재판의 원활함을 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소액다수피해자보호를 위해 소비자기본법도 제정한 상태다. 단체소송, 금전적 구제도 필요하다는 공감대로 형성된 상태다. 이를 위해 일본은 9월부터 소비자청을 만들 예정이라고 오무라 교수는 설명했다.(실제 9월 소비자청이 설립됐다.)


형사사법제도 개혁은 형사재판의 충실과 신속화, 증거개시의 확충, 충실한 쟁점정리, 피의자 및 피고인의 공적변호제도의 정비 등이 핵심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아울러 형사사법에 국민참가를 위한 재판원제도가 도입됐다는 것이다.(다음 호 일본의 지방재판소와 사법제도에서 상술 예정)


일본 역시 국제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이를 위한 방책들이 적극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법조의 국제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에서 국제교류 추진 강화와 함께 법조양성단계에서부터 국제화를 요청하고 있고 또 배려도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 외국법사무변호사와의 제휴 및 협력 등도 적극 추진 중이다.

 

오무라 교수 역시 교수 신분에서 현재 국제교류 추진에 일조하고 있다. 그는 “법조의 국제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여러분들이 여기 온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며 자국만이 아니라 타국에 대한 지식과 흥미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서의 국제교류추진 사업은 법조간의 교류추진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추진에 대한 일례로 법전제정사업이 있는데 라오스 등 동남아 국가에 민법 제정 등을 서포팅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캄보디아 민사소송법 제정에 이미 5년전부터 서포팅하고 있다.


이어서 한국 중앙대의 이지원 원생이 “The Judicial System and Legal Professions in Korea”라는 주제로 유창한 영어로 발제를 하였다. 일본의 사법제도와 비교하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원래의 기획 의도는 이날 중앙대 원생들과 일본 쥬오 로스쿨 원생들이 공동으로 한·일 사법제도 비교세미나를 여는 것이었으나 일본 측 사정이 여의치 않아 성사되지 못했다. 이지원 원생의 발제가 끝나고, 강의를 맡았던 두 분의 교수와 질의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예정되었던 주어진 시간을 훌쩍 넘기면서까지 활발한 질의응답이 계속되었다.


통역을 맡았던 서은혜 원생, 주제발표를 맡았던 이지원 원생, 여러 궁금증을 일본어로 또는 영어로 또박또박 자신들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해 내는 여러 원생들의 모습을 통해 기자는 우리 로스쿨의 무궁무진한 잠재능력과 발전가능성을 또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일본 로스쿨과 신사법시험 동향

 

일본 역시 사법제도 개혁의 근간으로 법조인 확대 노력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은 로스쿨 도입으로 연간 3천명의 법조인 탄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무라 교수는 “2010년 정도에 3천명을 예상하고 있지만 정부의 상황을 지켜봐야 할 듯하다”며 “우선 정비 상황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로스쿨 교육이 제대로 안되면 3천명이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일단 정부 관료들은 이를 달성하도록 노력한다는 뉘앙스이지만 관료들의 무표정이 왠지 애매하다”며 “이는 로스쿨의 교육상황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74개교의 로스쿨이 난립하고 있는데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전체적으로 로스쿨 교육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연간 3천명 달성은 곤란하지 않나’라는 염려가 많다”며 “2007년 1851명, 2008년 2065명, 올해 ?명(9월 발표 결과 2043명) 등의 추이를 지켜볼 때 결과적으로 2010년 3천명 달성은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신임변호사의 취업도 녹록치가 못하는 것. 오무라 교수는 “현재 사법수습생의 30%가 아직 취직자리를 못 구하고 있다”며 “일본에서는 또 다른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아울러 신사법시험의 경쟁률도 매우 격해지면서 합격률이 1회에는 50%, 2회 40%, 3회 32%로 급감하고 있다.(9월 발표 4회시험은 27%) 그는 “쥬오대학은 60~70%가 합격을 하고 있지만 전혀 없는 대학도 있다”며 “3회의 응시제한이 있는데 3년 동안 합격률이 어떻게 나오는지가 각 로스쿨의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원생들을 향해 “조만간 한국도 결과가 나오면 좀 알려 달라. 궁금하다”며 농담을 아끼지 않았다.(하지만 기자의 판단으로는 단지 농담으로는 보이지 않는 뜻 깊은 의미가 담긴 듯 했다.)


사시생과 로스쿨생의 자질 여부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구사법시험과 신사법시험에 대해서 그는 “구사법시험 합격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우수한 자가 많다는 인식이지만 로스쿨생들은 법학지식적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하다는 염려들이 많다”면서도 “신사법시험의 평가가 우수하다는 인식도 있어 일장일단이 있는 듯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로스쿨 출신자의 평가는 로스쿨 성적, 사법연수원 성적, 신사법시험의 합격 등수에 의해 평가되므로 아주 중요하다”고 했다.


변호사들의 공직 진출 여부에 대해 사토 교수는 “검찰관은 매년 80명 선발하는데 작년에는 60명이 로스쿨 출신자, 나머지 20명은 구사법시험(2010년까지 존치)에서 선발했다”며 “판사 역시 거의 유사한 형태로 선발되지만 판·검사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법연수소의 성적을 어떻게 평가받았느냐에 따라 판·검사가 된다”며 “따라서 한국이 로스쿨 졸업 후 연수제도를 두지 않는다면 판·검사가 쉽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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