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과 성공을 위한 제1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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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과 성공을 위한 제1의 비결
  • 임정수
  • 승인 2009.09.1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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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수 법무법인 충정(구. 한승) 변호사/전 서울고등법원 판사

 

지난해 변호사 업계의 전반적 실적이나 개개인의 주머니 사정은 매우 어려웠다. 올해에는 다소 사정이 나아진 것인지 아니면 만성이 되어서 무감각해 진 것인지 잘 모르겠다.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지난 해 세계적으로 퍼진 금융위기 후에 주식시세를 회복한 국가가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2곳뿐이라고 한다. 그런 우리나라에서도 주변을 둘러보면 경제가 아직 어려운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신종플루 환자가 5,000명에 육박하고 있다는데도 무관심한 반응이 지배적인 것도 사람이 잘 죽지 않는다는 소박한 믿음 외에 현재의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 영향이 커 보인다.


금융위기 전에도 변호사 업무를 하며 접한 세상사 중 특히 안타깝게 생각했던 부분은 청년 실업이라는 사회문제였다. 전과 없고 신수 훤한 청년이 직장만 있었더라면 도박기계가 설치된 오락실의 이른바 바지사장을 맡아 공연히 집행유예 전과 하나를 달지는 않았으리라. 마찬가지로 멀쩡하게 대학 다니다 학비 없어서 휴학한 젊은 처자가 10만원, 20만원 준다는 채팅 메시지에 낯모르는 남성의 차에 올라탔다가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일도 없거나 적었으리라.


몇 년 전 갑자기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유행했었는데, 지금도 그 상황은 거의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요즘 젊은이들은 과거와 달리 얼마나 세련되고 유능한가. 아는 것 많고 외국어 잘 하고. 나아가 기성세대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봉사할 줄도 알고 무엇보다 정직하고. 왜 이런 젊은이들이 ‘고용 없는 성장’으로 걸맞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통 받다가 성장세가 꺾이고 경제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추락해야 하는가.


그런데 좀 더 범위를 넓혀 생각해보면 오늘날 우리사회의 불운이 최악이라고 할 수는 없음을 깨닫게 된다. 일제 강점기의 젊은이들은 침략자를 위해 끌려가 목숨을 잃어야 했고 6.25 전쟁 시기의 젊은이들은 동족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어야 했다. 지역적으로 보더라도 미국의 어린이들은 비만으로 걱정인 이가 적지 않고,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은 내 입에 언제 음식이 들어올지 모르고 사는 이가 태반이란다(필자와 같이 국가 이름을 특정하지 않고 ‘아프리카’라고 한꺼번에 몰아서 표현하는 것이 바로 무식과 편견의 징표라고 한다).


하여간 불행과 고통이 넘치는 세상에서, 만약 혁명가나 성자라면 사회나 인간을 바꾸려고 할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해도 좋다. 그런데 내가 세상을 바꾸고 시대를 뛰어넘기에 무리와 한계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생존하고 운이 좋으면 조그만 성취나마 이룰 수 있을까를 먼저 고심하게 된다. 기성 법질서를 기반으로 하는 법조인들은 아마 소시민적 의식에 젖은 필자를 포함하여 후자와 같은 발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아무리 그 대가가 가치가 있다고 해도 복잡한 비결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웅녀 할머니도 쑥, 마늘만 먹고 계시면 된다고 하니 100일을 지내셨지, 그에 더하여 축축한 스펀지에 않아서 고장 나 깜박이는 형광등 바라보며 잠자는 사람이 이 가는 소리를 계속 들어야 했다면 견디셨을까 싶다.


필자가 관찰하고 경험한 바에 의하면 적어도 지식과 정신노동으로 승부를 보는 세계에서 으뜸인 성공 비결은 바로 책을 읽는 것이다. 박지성 공차는 것처럼 진심으로 좋아서 읽으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주변에서 유난히 책 좋아하던 사람이 그 후 크게 잘못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그런 모습을 본 기억은 찾기 힘들다. 내가 잘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대화를 하는 속에서도 ‘어릴 때 늘 책만 읽더니 학원도 별로 안 다니고 남들 부러워하는 명문 학교에 들어갔다고 하더라’는 유의 말을 들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법조인은 특히나 소송업무와 같은 전통적인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 기록이라는 이름으로 된 엄청난 분량의 문서를 접하게 된다. 단순히 읽는 양으로 따지면 어느 직업인도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는 자부심마저 느끼게 될 정도이다. 그런데 이런 기록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결정하는 핵심적 요소는 그때까지의 독서를 통해 몸에 배인 해독 능력인 것 같다. 마찬가지로 독서를 통해 배양한 능력이 기록에 대한 이해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내어 상대방을 설득하고 상호 소통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같다. 물론 전문가가 전문지식이 부족해서는 안 되겠지만 넓고 깊은 인문적 교양과 자연과학적 기초 없이는 언제 기울지 모르는 부실 건물의 형상이 되기 쉽다.


필자는 오늘날 법조인 생활을 하는 것도 그나마 책을 좀 읽은 덕택이요, 여기까지 밖에 이르지 못한 것도 책을 그 정도밖에 읽지 못한 탓이라고 여긴다. 요즘은 책을 더 가까이 하지 못한 과거에 대한 반성으로 어쩌다 만나는 지인들에게 어떤 책을 읽는지를 자주 물어본다. 흔히 말하는 ‘스펙’이 아니라 책을 가까이하는 태도와 습관이 개인의 미래를 결정해 줄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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