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인력의 국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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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인력의 국제화
  • 성낙인
  • 승인 2009.08.06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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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교수.헌법학, 한국법학교수회장

 

21세기 전 세계적인 화두는 세계화(국제화), 지방화, 정보화다. 이 중에서 세계화의 명제는 특히 대한민국 법률가들에게 최고의 현실적인 실천적 과제다. 법조인력 배출의 진원지인 법과대학은 최고의 인재들이 모이는 집합체이다. 어려운 국가시험까지 통과하였지만 법조인들에게 국제화란 먼 나라의 화두처럼 치부되었다. 그러니 법조계는 나라를 이끌어가는 엘리트 집단 중에서 가장 국제화가 덜 된 집단으로 취급될 수밖에 없었다. 법정에서 펼쳐지는 민?형사 사건에만 매몰되는 한 법조인들에게 국제화란 사치스런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법의 세계에도 국제화의 물결이 넘쳐흐르고 있다. 세계 10대 경제교역국인 대한민국에서 나라 안의 송사에만 휘둘릴 수만은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따지고 보면 로스쿨의 설립취지도 세계화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문적인 법조 인력의 양성에 있다. 우수한 인재들이 법전 암기에만 매몰된다면 국가적 인력의 배치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마침 금년에는 국제사법기구의 주요한 직책을 대한민국 법률가들이 맡는 경사가 있었다. 반인륜적 범죄를 처벌함으로써 인간존엄을 구현하기 위해 2002년에 설립된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ICC)에서 그간 초대 재판관으로 활약하던 송상현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가 소장으로 취임하였다. 그의 취임은 우리 법조사상 최초의 국제기구 수장으로서의 등극을 의미한다. 또한 8년 전부터 구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Tribunal for the former Yugoslavia: ICTY)의 재판관으로 활약하고 있는 권오곤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제2인자인 부소장직에 올랐다. 이들 두 분의 활약은 대한민국 법률가의 국제화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송상현 소장은 일찍이 현직 법조인의 길을 마다하고 미국 코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에 오로지 대학에서 후진 양성에 매진하였다. 그 와중에도 한국법의 세계화를 위해서 하버드 대학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한국법을 강의함으로써 국제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법학자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한편 권오곤 부소장은 법관으로만 봉직하면서도 법관 해외연수를 통해서 갈고 닦은 탄탄한 외국어 실력에 기초하여 국내에서 장래가 보장되는 편안한 고위법관직을 박차고 나가서 우리 법관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그 외에도 1996년에는 박춘호 고려대 교수가 국제해양법재판소(International Tribunal for the Law of the Sea: ITLOS) 재판관으로 활약한 바 있다. 금년에는 서울대 국제대학원의 백진현 교수가 그 뒤를 이어서 새로 재판관으로 취임하였다. 또한 2003에는 르완다전범재판소(ICTR)에도 박선기 재판관이 활약한 바 있다. 비록 정식 재판기구는 아니지만 오늘날 그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는 국제중재분야에서 순수한 재야출신의 김갑유 변호사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제상사중재위원회(International Commercial Court of Arbitration: ICCA)의 위원에 선출됐다. 고려대 법대 채이식 학장도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의 법률위원회 의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이 차지하는 국제사회에서의 비중이나 국제연합에서 부담하는 분담금에 비하면 우리 법률가들의 국제기구에서의 활약상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1945년에 국제연합(United Nations: UN)의 창설과 더불어 산하 사법기관으로 탄생한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ICJ)에는 일본에서 이미 세 명의 재판관을 배출하였고, 특히 금년에는 왕세자비의 부친인 오와다 히사시가 소장에 취임하였지만 우리는 아직 단 한 명의 재판관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 법률가들도 국내에서 자족하지 말고 세계 속으로 그 활동 반경을 활짝 넓혀야 할 때가 되었다. 법학계, 법조실무계가 힘을 합쳐서 법률가의 세계화를 위한 튼튼한 기반을 쌓아 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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