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녹색 자연과 만나다
특별히 부산을 떨며 하루를 시작하지 않아도 여름의 아침은 다른 계절의 아침보다 곱절은 길고 힘에 부칠 때가 종종 있다. 8월, 도심이 내뿜는 열기로 아침부터 숨이 턱턱 막힌다. 얕은 숨을 계속 쉬면 금세 숨이 찬다. 깊게 숨 쉴 곳을 찾아야 했다. 교통카드 한 장과, 온 정신을 집중하지 않아도 쉽게 읽혀 내려갈 이야기가 담긴 책 한 권, 허기 달랠 김밥 한 줄, 마른 목 축일 물 한 병 챙겨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숨, 숲에서 쉬자
깊은 숨을 쉴만한 곳으로 ‘숲’만한 곳이 없다. ‘숲’은 발음되는 순간부터 숲만의 느낌을 가득 머금고 있다. 소설가 김훈은 ‘숲’의 어감으로부터 오는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모국어의 여러 글자들 중에서 '숲'을 편애한다. '수풀'도 좋지만 '숲'만은 못하다. '숲'의 어감은 깊고 서늘한데, 이 서늘함 속에는 향기와 습기가 번져 있다. <‘자전거 여행’> 중.
콘크리트 벽과 아스팔트에 익숙해진 우리는 ‘숲’을 발음해 내는 것에서부터 이미 일상과는 멀리 떨어진 공간을 떠올리게 되는데, 다행스럽게도 도심 곳곳에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찾을 수 있는 숲이 기다리고 있다. 성수동에 위치한 서울숲을 소개한다.
서울 지하철 2호선 뚝섬역에서 8번 출구로 나와 15분가량 걸으면 서울숲 입구에 옛 경마장을 기념하는 조형물이 역동적인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는다.
군마상 옆으로 위치한 바닥분수에서는 어린이들이 솟구치는 분수로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바닥분수는 평일3회, 주말4회 운영한다.
광장 왼편으로는 ‘거울연못’이 잔잔하게 흐르고 있다. 맞은편 응봉산이 연못 위에 비치는 모습이 고요하다. 데칼코마니 작품을 감상하는듯하나 물에 비친 한쪽 그림은 멈춰 있지 않으니 실제 대상보다 더 살아있는 느낌을 준다.
서울숲의 매력은 무엇보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 ‘숲속길’에 있다. 입구에서 만난 조형물을 뒤로 하고 산책로로 들어서면 그때서야 ‘깊은 숨 쉬기 위한’ 여행이었다는 초심이 뒤늦게 상기된다. 얼마간의 간격을 두고 나란히 서 있는 나무와 속도 맞추며 걷다보면 숨이 절로 깊어지고 안정을 찾아간다.
그리고 이내 얕은 숨의 원인이 앞서 걷는 사람을 따라 잡을 만큼 빠른 발걸음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무가 내쉬는 건강한 숨이 달다. 몸 구석구석에 건강한 숨 불어 넣으니 에너지가 가득 재충전 된 것 같다. 머리도 몸도 힘이 난다.
서울숲에 갈 때는 당초 준비했던 책 한권보다는 빈 종이를 가져가는 것이 좋겠다. 써 넣든, 그려 넣든, 혹은 무엇으로든 접든, 마음 비워내는 일이 수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35만평의 서울숲은 문화예술공원, 자연생태숲, 자연체험학습원, 습지생태원, 한강수변공원 등 5개 테마공원이 마련돼 있으며 다양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진행중이다.
●록의 향연으로 여름 밤 더위 날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