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영 교수의 법률시론]성매매업소 단속과 형사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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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영 교수의 법률시론]성매매업소 단속과 형사정책
  • 법률저널
  • 승인 2009.07.3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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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성매매 금지정책은 잠복을 키우는 정책이 아니고, 근절을 의미하는 정책이다.” 이 말은 정치적 동기에 의하여, 지휘관 혼자 외롭게, 사후 대책 없이, 단기적으로 행하는 집중단속은 형사정책이 아니라는 의미다. 기존의 인식과 발상을 뛰어 넘는 새로운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2008년 7월 중순.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젊은 서장이 새로 부임했다. 그는 장안동 일대 성매매업소를 단속하겠다고 공표했다.
 
“성매매는 범죄행위다. 범죄행위에 계도기간이 어디 있나? 완전히 뿌리를 뽑겠다. 성매매 행위자는 물론이고 시설 자체를 없애겠다.”

 

 이중구 서장은 이 지역을 이렇게 분석했다. “장안평역과 장안동사거리 사이 1.3킬로미터에 60~70여개 성매매업소가 밀집해 있다. 이들 업소는 소규모도 아니고 10억 원이 넘는 돈으로 만든 대형업소다. 시스템을 보면 무허가는 기본이고 온갖 카메라와 밀실을 설치해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단속은 7월 29일부터 한 달간 진행되었다. 욕조와 침대, 샤워기, 바디로션 등 성매매에 활용되는 물품을 모두 압수했다. 약 100톤 정도였다. 집중 단속에 앞서 유착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업무를 담당하는 여성청소년계 직원 10명 중 내근직 2명을 제외한 8명이 전원 교체되었다.

 

  서장의 의지는 확고했다. “내가 여기 근무하는 동안 성매매를 발본색원(拔本塞源)하겠다. 자기 자식 생각해서 안했으면 좋겠다. 빚까지 내며 왜 이 같은 불법행위를 하느냐? 불법과 타협하지 않는 게 내 원칙이다.”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자 이번에는 성매매 업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연이어 업주와 종업원들의 자살사건이 발생하였고, 생존권을 내세우며 집단적인 항의시위를 했다.

 

  이 과정에서 기습적인 단속에 따른 부작용과 CCTV 설치로 인권문제가 제기되었다. 그러나 장안동 주민들은 경찰 단속을 절대적으로 지지했다.

 

  문제는 세 가지이다.


  첫째, 경찰서장이 바뀌더라도 장안동 성매매업소 단속이 지속될 수 있는가?


  둘째, 장안동 성매매업소가 사라지면, 그 종사자들은 어디로 가는가? 결국 변종 성매매의 형태로 더욱 음지로 파고들 것이고, 음지로 들어가면 통제할 방법이 있는가?


  셋째, 소극적 일반예방을 통해 매춘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단기처방인 위하효과는 너무 짧기 때문이다.

 

  필자는 '주택가 밀집 성매매업소 고사정책'은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속의 정당성과 필요성, 그리고 긴급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임기 중에만 행하는 이벤트성 단속은 안 된다. 지속적인 주민들의 관심과 지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의회의 지원, 그리고 강력하고 투명한 공권력의 행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교훈이 하나 있다. “성매매 금지정책은 잠복을 키우는 정책이 아니고, 근절을 의미하는 정책이다”라는 점이다. 이 말은 정치적 동기에 의하여, 지휘관 혼자 외롭게, 사후 대책 없이, 단기적으로 행하는 집중단속은 형사정책이 아니라는 의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실효성 있는 성매매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 핵심은 '제한적 허용주의'와 '적극적 일반예방'이다. 학교와 주택가 주변에서 행해지고 있는 성매매는 전면 뿌리 뽑아야 한다. 여기에 공권력이 집중되어야 한다. 제한된 국가공권력으로 전면적인 성매매 전쟁을 수행할 수가 없다. 따라서 특정지역에서는 비범죄화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도덕과 용기보다는 지혜와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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