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저인터뷰] 엄경천 가사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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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저인터뷰] 엄경천 가사전문변호사
  • 법률저널
  • 승인 2009.07.1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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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 마음 돌봐 고통 덜어주는 노력 다해"
"조정위원 법전문가 포함돼야"

 

“가정 해체로 인해 오랜 시간 동안 상처 입은 의뢰인이 정서적 안정을 찾고 정당한 권리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사전문 엄경천 변호사(사시 42회. 법무법인 정암)는 의뢰인의 마음을 돌보고 건강한 화해를 이끌어 내는 임무를 이혼소송 변호사의 첫 번째 역할로 꼽는다. 심적 안정이 전제될 때 당사자의 권리 또한 만족할 수준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행중인 소송을 승소로 이끄는 것만큼 후유증 없는 이혼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법무법인 정암 이혼법률센터 엄 변호사를 만나 ‘진정한 화해’를 위한 이혼변호사의 역할과 개선 필요한 이혼 관련 제도에 대해 들어봤다.

 

위자료 다툼보다 후유증 없는 재산분할이 중요


이혼사건은 증거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입증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난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부가 살면서 이혼을 대비해 증거를 수집해 놓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증인 역시 가정사 내의 일에 관해 당사자의 이야기만을 듣고 정황을 파악하므로 객관적일 수 없다. 이렇게 이혼사건이 갖는 특수성은 진흙탕 싸움을 방불케 할 정도다. 주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백년해로’를 기약했던 부부가 남남이 되기 위해 이혼소송을 하는 모습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법조인으로서도 안타까운 일이다.


엄 변호사는 “서민층의 경우, 위자료 1~2천만 원을 더 가져오기 위해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이 분야 변호사가 겪는 애로점이라면 애로점이다”고 털어놨다. 위자료를 둘러싼 싸움이 심각하다보니 법원에서도 이혼소송의 순화를 목적으로 위자료 금액을 통상 3000만 원 정도로 높게 산정하지 않고 있다는 게 엄 변호사의 설명이다. 또한 재판장에서도 위자료를 많이 받기 위해 지난 잘못 들추어내기보다 “앞으로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라”고 분위기를 이끌어 가고 있는 추세다.


엄 변호사는 이혼소송 순화 측면에서 “위자료 다툼보다 재산분할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건을 담당한 변호사는 재산분할시 배우자 일방의 숨겨진 자산을 찾아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엄 변호사는 “민사사건은 판결이 확정되면 기판력으로 다시 다툴 수 없는데 재산분할 사건의 경우 부동산이 있음에도 찾아내지 못해 재판 당시 심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부동산에 대해서는 2년 이내 다시 다툴 수 있다”고 설명하며 “후유증이 남지 않게 사건을 처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혼에 관한 오해가 아직도 많다는 점 또한 정당한 권리를 청구하는 데 장애 요소로 작용한다. 예컨대 자동이혼이 된다거나, 위자료는 남자가 여자에게 주어야 한다거나, 위책 배우자는 재산권을 청구하지 못 한다던가 하는 것들은 사실과 다르다. 이런 오해로 수십억의 재산분할 권리가 있는데도 무지로 인해 포기하는 경우가 있어 법률가의 조언이 필요한 이유다.

 

의뢰인 새 삶 찾아가는 모습에 보람 느껴


엄 변호사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의뢰인이 새 삶을 찾아 씩씩하게 지내는 모습을 볼 때다. 일례로 이혼한 시어머니와 역시 이혼한 시누이와 함께 산 한 여성 의뢰인은 처음 엄 변호사를 찾았을 때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억울함과 분노로 힘들어 했다. 시어머니와의 갈등, 어머니에 대한 의존도가 심하게 높은 남편 사이에서 이 의뢰인은 고통의 나날을 보냈던 것. 그러나 소송이 진행되면서 엄 변호사는 의뢰인의 얼굴에서 차츰 여유를 찾아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혼녀’라는 타이틀이 사회적으로 곱지 않지만 당사자로서는 이전과 전혀 다른 새 삶을 찾은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혼소송을 다루는 변호사는 무엇보다 의뢰인의 감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엄 변호사는 말했다. 이혼소송은 승소와 패소 개념이 다른 사건과 달리,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에 달라진다는 특이성이 있기 때문이다. 위자료를 더 받는 것이 목적인지, 양육권을 얻는 것이 목적인지에 따라 다르고 이혼 사건 반 이상의 비율이 조정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위자료를 더 받아주는 것보다 양보와 사과를 이끌어 잘 헤어질 수 있게 돕는 것이 이 분야 변호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간혹 담당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최대한의 재산을 받게 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집착한 나머지 항소까지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결국 그 피해는 의뢰인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또 사무장의 서면작성이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도 이 분야의 특이한 점이다. 엄 변호사는 “법적 관점에서 볼 때 불필요하게 감정을 자극하는 표현을 여과 없이 적시하는 경우가 있다”며 “상대방의 치부를 들어 상처를 입히고 법률가 자신의 격을 떨어뜨리는 행위이므로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정위원 법률전문가로 구성해야


가사소송법은 조정전치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바, 재판상 이혼을 하려고 할 경우 우선 가정법원에서 조정제도를 거쳐야 한다. 엄 변호사는 타협과 양보에 의한 해결을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인 조정제도에 있어 "조정위원의 구성 및 역할에 문제가 있다"면서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엄 변호사는 “조정위원이 법률전문가 아닌 사람으로 구성되는 것이 첫 번째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판에 대한 무지, 재산분할 등에 관한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조정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조정위원의 일방적인 조정 강요 행태 또한 당사자에게 심적 혼란을 야기해 문제가 된다고 엄 변호사는 전했다. 거드름을 피우며 훈계를 한다던가, 반말을 쓰는 행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 엄 변호사는 “당사자에 대한 배려 없이 납득할 수 없는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경우가 있어 자칫 조정제도의 경험이 사법부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조정위원은 법조윤리와 함께 전문성을 겸비한 사람으로 구성해야 한다”며 “통상 2인으로 진행되는 조정에 있어 1인은 법률전문가가 조정위원으로 참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엄 변호사는 “이러한 조정위원의 구성은 헌법 27조 1항의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것”이라며 “제도 개선을 통해 문제점 해결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세 분야 연구 주력할 것


엄 변호사의 고향은 강원도 정선이다. 그는 고향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현재 정선군 고문변호사를 하면서 법률 자문 외에도 다양한 측면에서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 또한 고향에 대한 그의 특별한 애착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엄 변호사는 어릴 때 행정고시에 합격해 군수를 지낼 계획이었다. 법대에 진학한 것도 그 꿈을 실현코자 함이었다. 그러나 행정고시 시험을 준비하다 스스로에게 사법시험 과목이 더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군 제대 후 본격적으로 수험생활에 돌입했다. 학사경고를 받을 만큼 힘든 시기도 겪은 그였지만 수험생활을 길게 할 수 없었던 가정 형편이 오히려 합격의 기쁨을 2년 반이라는 빠른 시간 내에 맛 볼 수 있게 한 약이 되었다.


엄 변호사는 자신의 수험생활에 대한 소회와 함께 “원한다는 것은 할 수 있다는 것이다(vouloir c"est pouvoir)”라는 프랑스 격언을 후배 수험생에게 전했다. 그는 “간절히 원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이 격언처럼 학벌, 경제적 상황을 들어 핑계를 대기보다 원하는 일에 집중한다면 반드시 꿈을 이룰 것이다”고 조언했다.


그도 꿈을 이루기 위해 여전히 정진하고 있다. 바쁜 업무 속에서도 현재 대학원에서 세법을 공부하고 있다. 가사 분야는 이혼, 상속 사건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조세 분야 관련한 지식을 쌓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앞으로 “조세 분야 전문성을 쌓아 조세 제도 개선과 관련한 일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며 포부를 밝혔다. 허윤정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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