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이의 어떤 하루-“공부, 공부,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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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이의 어떤 하루-“공부, 공부, 공부”
  • 법률저널
  • 승인 2009.07.1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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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무 39기 사법연수생 hmkim@cyworld.com 
  
오늘은 연수원에서의 공부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검찰시보를 할 때 공판검사님과 법정에서 잠시 수다를 떠는데, 제가 법률저널에 연수원 생활에 대하여 글을 연재하고 있다고 하니 검사님께서 너무 환상만 심어주지 말고 현실을 말해주라고 당부하시더군요. 자신은 연수원 시절에 공부한 기억 밖에 없다고 하시면서요. 또 법원, 검찰, 변호사의 실무수습을 끝내고 나니 이제 서서히 연수원 주변에 39기들이 컴백홈을 하고 있고, 주변의 독서실이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다 보니 요즘 제 생각이 공부를 또 어떻게 시작하나...싶은 것이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공부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정작 하지도 않으면서 말이죠.

 

여러분들이야 모두 ‘공부의 신’들이니만큼 감히 제가 방법론 따위를 운운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고, 숨 막히고 처절하리만큼 치열한 연수원에서의 공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연수원에서는 총3번의 시험을 봅니다. 1학기 시험과 2학기 시험 그리고 시보생활을 끝내고 마지막 4학기에 보는 시험이 있죠. 물론 중간에 수시평가라든가 2학기 시작과 동시에 검찰판례평가가 있지만 그래도 위 3번의 시험이 주가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2학기 시험은 군필의 남연수생이나, 여연수생의 컨펌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모두들 독을 품고 매달리는 시험이죠.

 

1학기 시험은 통상 체육대회가 끝나면 모두들 공부모드로 돌변하여 준비를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저 같은 날라리(?) 연수생만 그렇게 하는 것이고, 아마 상위권의 연수생들은 연수원 입소 전에 1학기 분량은 모두 끝내고 들어오지 않나 싶은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체육대회가 끝나면 확실히 연수원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통상 연수원 근처의 독서실이나 연수원의 중앙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데, 옆에서 지켜보면 숨이 탁 막힐 정도로 그냥 미친 듯이 공부를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들 명문대학에 중·고등학교 때 전교에서 1, 2등 한번 씩은 다 해본사람들이라 공부에 대해서는 모두 프로들입니다. 그러니 프로들의 전쟁터를 옆에서 지켜만 봐도 숨이 막히는데 그곳에 들어가서 경쟁을 해야 한다니... 전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2학기 시험은 1학기보다 더 치열하다고 보시면 되는데, 1학기 성적이 잘 나온 사람은 잘 나온 성적을 지키기 위해서, 기대 이하인 사람은 2학기 때 만회하기 위해서 정말 2학기 시험은 목숨을 걸고 달려 듭니다. 그래서 속속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몇 년 전에 유감스러운 일이 있었던 사실도 아시는 분은 아실 겁니다. 그 정도로 연수원에서의 공부는 치열한 것이 사실입니다. 대학에서 학부 시험을 볼 때 ‘이 정도면 A+가 나오겠지’ 하는 정도의 공부를 하시면 연수원에서 거의 꼴등의 등수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사견이지만 말이죠.

 

해야 할 양도 엄청 많습니다. 통상 민사재판실무, 형사재판실무, 검찰실무, 민사변호사, 형사변호사 5과목이 주 과목이고, 그 외 민사집행법, 보전소송, 부동산등기법, 손해배상소송, 법률영어, 전공과목, 법조윤리 등 사람을 귀찮게 하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방대한 양에 각종 행사에 회식 등등 정말 공부할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수업 진도는 어찌나 빠른지 3시간 수업에 100페이지 가량을 넘게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시험 직전에 눈물도 흘리고, 그 한계를 참지 못하면 휴학도 하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또 공부라는 것이 연수원에서 끝이 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시보생활을 하면서 실제 사건을 접해보면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법률도 많고 그 법률을 또 다시 공부해야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리고 그 법을 공부하기 위해서도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의 실체법이나 연수원에서 배운 법률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고, 그래서 법조인에게는 공부가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변호사시보 시절 무죄를 다투는 의료사고의 변론요지서를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치질 수술을 하다가 사망한 사안이었는데 검찰에서는 담당 의사를 과실치사로 기소했고, 의사는 무죄를 다투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사건의 쟁점은 마취 과정에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 환자를 대학병원에 후송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응급처치 상의 과실은 없었는지가 주 쟁점이었는데 의학적 지식이 전무하다보니 사건기록에 주된 부분을 차지하는 의무기록을 해독할 수도 없었고, 당연히 무슨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서 변론요지서를 써야할지 막막한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마취서적이나 관련논문, 대한의사협회 사이트에 있는 의학용어 등을 찾아가면서 두꺼운 기록을 해독해 나갔고 그렇게 10번 정도 기록을 반복해서 보면서 변론요지서를 작성했습니다. 물론 제 서면이 실제 법정에 제출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가 논문을 찾아가며 발견해낸 의학적 논점을 변호사님께서도 인정해주셔서 실제 변론요지서에 반영되었을 때 그래도 밤을 세워가며 논문을 찾아보고 공부한 보람도 있었습니다.

 

제가 2차 시험 합격자 발표가 난 후에 여러 선배님들과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리면 다들 “이제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이다.”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상투적인 격려말씀 정도로 느껴졌었는데 적어도 공부적인 면에서 본다면 이 말이 정말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여태까지 했던 공부보다 어쩌면 더 많은 공부를 또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 말이죠. 여러분 자 이제 다시 책을 잡고 독서실에 앉자 공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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